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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증시, 어너더 레벨인가?

시가총액 70조 달러, 유럽+아시아 합친 것의 2배


https%3A%2F%2Fsubstack-post-media.s3.amazonaws.com%2Fpublic%2Fimages%2Faed14f02-6527-4f21-8d0c-1fbf1327bfd9_1616x1174.heic 출처: Goldman Sachs


한 나라가 전 세계 증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이상한 현실

2025년 현재, 미국 증시의 시가총액이 70조 달러(약 9경 8,000조 원)를 돌파했다. 이는 유럽과 아시아 증시를 합친 것보다 2배 이상 크다. 골드만 삭스(Goldman Sachs)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1980년대 이후 미국과 나머지 세계 증시 간의 격차가 이렇게 벌어진 적은 없었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미국, 유럽, 아시아 증시는 비슷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2010년 이후 미국은 가파르게 상승한 반면, 유럽과 아시아는 사실상 횡보했다. 미국 증시는 지난 10년간 312% 성장했고, 2024년 한 해만 22.5% 급등했다.


전 세계 증시 총액이 128조 달러(약 1경 7,920조 원)인 상황에서, 미국이 62조 달러를 차지한다. 거의 절반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이제 실질적으로 한 나라 증시의 운명에 묶여 있는 셈이다.


빅테크가 만든 구조적 격차

이 격차는 단순한 경기 회복이 아니다. 구조적 변화다. 미국이 이렇게 압도적인 이유는 세 가지다.


첫째, 빅테크의 독주다. 애플,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엔비디아, 아마존, 메타, 테슬라 등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의 시가총액만 18조 달러(약 2경 5,200조 원)에 달한다. 이는 미국 증시의 약 30%를 차지하며, S&P 500 수익률의 절반 이상을 견인했다. 엔비디아 혼자서도 시총 4조 달러를 넘어섰다.


둘째, 깊고 유동성 높은 자본시장이다. 미국 증시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투자자가 참여하고, 가장 활발하게 거래된다. 전 세계 주식 투자자의 58%가 미국인이다. 유럽과 아시아는 규제가 많고 유동성이 떨어진다.


셋째, 달러 강세다. 지난 10년간 달러 가치 상승이 미국 자산의 명목 가치를 끌어올렸다. 환율 효과를 제외하더라도 미국 기업들의 실제 수익성이 타 지역을 압도한다.


유럽과 아시아는 정체됐다

반면 유럽과 아시아는 제자리걸음이다. 2010년 이후 이 두 지역의 시총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유럽 최대 기업은 덴마크 제약사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로 14위에 불과하고, 프랑스 명품 그룹 LVMH가 28위다.


아시아는 중국이 15.6조 달러(약 2경 1,840조 원)로 2위지만, 지난 몇 년간 정체됐다. 중국 부동산 위기, 규제 강화, 지정학적 리스크가 발목을 잡았다. 일본은 5.4조 달러(약 7,560조 원), 인도는 5.2조 달러(약 7,280조 원)로 성장했지만, 미국과의 격차는 여전히 압도적이다.


세계 100대 기업 중 미국 기업이 65개다. 유럽은 18개, 아시아는 17개에 불과하다. 스위스의 로슈, 네슬레, 노바티스는 순위가 계속 하락하고 있다. 한때 세계 1위였던 엑손 모빌(Exxon Mobil)도 이제 빅테크에 밀려났다.


골드만 삭스의 경고: "100년 만의 집중, 10년간 저수익"

문제는 이 독주가 지속 가능한가다. 골드만 삭스는 최근 충격적인 전망을 내놨다. 미국 증시의 시장 집중도가 100년 만에 최고 수준에 달했으며, 이는 향후 10년간 저조한 수익률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골드만 삭스의 피터 오펜하이머(Peter Oppenheimer)는 S&P 500이 향후 10년간 연평균 6.5%의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1900년 이후 역사적 수익률 분포에서 하위 27%에 해당한다. 역사적 중간값 9.3%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다. 더 비관적인 시나리오에서는 연 3%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가장 충격적인 예측은 따로 있다. 골드만 삭스는 향후 10년간 미국 주식이 채권보다 낮은 수익률을 기록할 확률을 72%로 봤다. 지난 10년간 연 13%의 수익률을 누린 투자자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리다.

집중 리스크가 핵심 문제다. 상위 10개 기업이 S&P 500 시총의 36%를 차지한다. 이들의 밸류에이션 프리미엄은 닷컴 버블 당시인 2000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상위 10개 기업의 선행 PER은 31배인 반면, 나머지 490개 기업은 19배에 불과하다.


골드만 삭스는 과거 100년간 시장 집중도가 급등한 사례를 7번 찾아냈다. 1932년, 1939년, 1964년, 1973년, 2000년, 2009년, 2020년이다. 이 중 1973년과 2000년은 장기 약세장으로 이어졌다. 문제는 현재 상황이 그 두 시기와 유사하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은 어디로 가야 하나

골드만 삭스의 답은 명확하다. 미국을 넘어 다각화하라는 것이다. 흥미롭게도, 골드만 삭스는 신흥시장에 가장 낙관적이다. 향후 10년간 신흥시장 증시는 연평균 10.9%(현지통화 기준)에서 12.8%(달러 기준)의 수익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2배다.


유럽 증시는 연 7.5%(달러 기준), 일본은 8.2%의 수익률이 예상된다. 아시아(일본 제외)는 10.3%로 가장 높다. 특히 인도와 중국의 기업 이익 성장이 두드러질 것으로 봤다.


이런 전망의 배경에는 달러 약세 가정이 있다. 골드만 삭스는 향후 10년간 달러가 꾸준히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역사적으로 달러 약세 국면에서 비미국 주식이 아웃퍼폼했다.


하지만 현실은 냉정하다. 골드만 삭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단기적으로 돈은 여전히 수익률을 따라간다. 미국 빅테크가 계속 성장하는 한, 자본은 미국으로 몰릴 것이다. 문제는 이 성장이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느냐다.


"잃어버린 10년"이 올까

미국 증시의 독주는 놀랍지만 동시에 불안하다. 70조 달러라는 숫자는 한 나라 증시로서는 유례없는 규모다. 골드만 삭스의 피터 오펜하이머는 이를 "잃어버린 10년(lost decade)"으로 표현했다.


100년 만의 시장 집중도, 역사적 고평가, 그리고 소수 기업에 대한 과도한 의존. 이 세 가지가 결합되면서 미국 증시는 전례 없는 취약성을 안고 있다. 골드만 삭스는 "집중도가 높을수록 소수 기업의 운명에 전체 시장이 좌우된다"고 경고했다.


역사는 영원한 승자가 없다고 말한다. 1980년대 일본이 그랬고, 2000년대 닷컴 기업들이 그랬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은 미국이 게임을 지배하고 있다. 문제는 이 게임이 언제까지 계속될 것인가, 그리고 게임이 끝났을 때 누가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인가다.


골드만 삭스의 경고는 명확하다. 미국 증시의 황금시대는 끝나가고 있으며, 다음 10년은 지금과 매우 다를 것이다. 투자자들은 각오해야 한다.


한줄평
골드만 삭스가 "잃어버린 10년"을 경고했다. 전 세계가 한 나라에 몰빵한 대가는, 함께 치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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