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창하진 않지만 비굴하지 않을 노후를 위하여

- 곧 다가올 나의 황혼을 위한 작은 계획서 -

by 도시백수

나이 쉰을 조금 더 넘기니 은퇴가 보이기 시작한다. 나만 그런지 몰라도 직장인으로서 퇴사를 하고, 생계만을 위해서는 더 이상 돈을 벌어도 되지 않는 상황을 꿈꾸는 것은 진즉에 시작한 일인지도 모르겠다. 더구나 이론상 직장생활의 3분지 1만을 남겨둔 나이가 되니, 그 꿈이 과연 실현될 수 있을까 기로에 서 있는 듯하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게는 부양할 가족이 없고, 앞으로도 없을 계획이다. 온전히 나만을 중심에 두고 은퇴 계획을 짜도 무방하다. 그래서 더욱 정밀한 은퇴 계획이 필요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오직 나만이 나를 짊어지고 갈 수 있으니까.


젊어서부터 그리 과소비는 하지 않았다. 직장 공제회에 초기부터 가입을 시작했고, 공적연금은 쌓이고 있으며, 개인 연금 저축과 IRP를 그래도 늦지 않게 시작했다. 그리고 주식 투자 역시 끊일 듯 끊이지 않게 이어와, 최근의 국내 주식 시장 상황에 맞게 아주 적게나마 수익을 거두고 있는 중이다. 또 배당주 투자도 시작했다. 퇴직 전까지 소량 분할 매수를 이어갈 예정이다.


지금 상황에선 내가 속한 세대는 정년퇴직을 하더라도 공적연금 수령전까지 공백 기간이 생긴다. 그 공백 기간을 메워 줄 자산이 공제회 납입금과 개인연금이다. 명예퇴직을 한다면 명퇴금도 주요한 기반이 될 것이다. 그래서 명퇴금은 바로 수령하면 불리하다. IRP에 넣어서 연금 형태로 받아야 세금을 줄일 수도 있고 긴 기간 생활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이렇게 조성된 자산은 공백기 동안 매월 일정한 현금 흐름을 만들어 줄 것이다. 공제회 납입금은 10년 내지 20년 단위로 분할급여로 받는 것이 좋다. 세금에서 유리하고, 건강보험료 산정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 명퇴금이 생긴다면 매년 한도내에서 인출해 써야 한다. 그 이상을 꺼내 쓰면 세금 혜택이 없다. 그리고 오래 쓰지 못한다. 역시 10년 이상을 바라보고 운용해야 한다. 그렇다고 한도 끝까지 인출하면 금융소득종합과세 등에도 해당할 수 있으니 금액을 조정해야 맞겠다.


두 현금 흐름만으로도 기본적인 생활비는 될 것이다. 여기에 더해 배당주(etf)에서 나오는 월 배당금을 수령한다면 삶에 조금의 여유를 더할 수 있다. 물론 명퇴금이 없다면 지금부터의 급여를 잘 활용해서 목돈을 만들어 두어야 한다. 명예퇴직이냐 정년퇴직이냐, 노후 계획의 변수라 할 수 있겠다. 내가 앞으로 얼마나 더 지금의 회사에 기여할 수 있을지 솔직히 자신은 없다. 하지만, 그래서 더욱 열심히 해야겠단 생각은 한다.


변수를 생각하면 머리가 좀 복잡해지긴 하지만, 지금까지 준비해 둔 것, 앞으로 좀 더 준비해 둘 것을 헤아려 보면 내 노후가 그렇게까지 힘들진 않을 것 같다. 거창하게 살 순 없겠지만, 가족에게, 남에게 손을 빌리진 않아도 될 것 같다.


현재의 자산 상황과 내 노후 계획에 대해서 인공지능도 그리 큰 문제를 지적하진 않는다. 예기치 못한 돌발변수를 언급하는 것은 인공지능이 아니더라도 그리 할 것이고, 솔직히 내가 어쩌지 못하는 문제다. 그리고 앞으로 좀 더 보완할 부분에 대한 조언은 해 준다. 요약하면 퇴직 때까지 좀 더 허리띠를 졸라매라. 그 정도.


상대적으로 운이 좋은 편이었던 것 같다. 그리 적극적이지 못한 성격상 투자 성과는 그리 크지 못해도, 많이 쓰거나 하진 않아서 꾸준히 모아 올 수는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 남은 삶의 형태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제 큰 걱정은 하지 않는다. 단지, 언젠간 분명 다가올 그때를 위해 꾸준히 또 이어갈 것이다.


그러고 나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여행과 캠핑과 글쓰기 같은 것들을 자유로이 해낼 수 있게 되길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