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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스티아 Dec 30. 2023

폭설이 내리는 날 열대어 낚시하기!?

한 겨울에 구피천을 가다.

"엄마, 가고 싶은 곳이 있어!"

이 아이는 왜 이렇게 가고 싶은 곳이 많은 걸까?

"이번에는 어디를 가고 싶은데?"


이천에 하이닉스공장 근처에 죽당천이라는 곳이 있는데 거기에 구피가 살고 있다고 한다. 그곳에 가면 구피와 새우가 엄청 많아서 잡으러 가고 싶다고 한다.

평소에 생물에 관심이 많은 아이라 물고기 잡으러 많이 다녔는데 한겨울에 물고기 잡으러 가는 건 좀 어렵지 않을까?


날씨가 따뜻해지면 다녀오자고 했지만 아이는 계속 나를 귀찮게 하며 가고 싶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12월에 3일 연휴가 두 번이나 있으니 시간 내서 다녀오기로 한다. 한겨울에 냇가에서 물놀이라니?

걱정이 되어서 단단히 이것저것 준비해 본다.


부발역이 앞에 보이고 죽당천이 흐르는 곳에 찾아가니 죽당천에 온천수처럼 수증기가 올라오고 있었다.

물이 따뜻하긴 한가 보네?

물속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큰 물고기들이 무리 지어 다니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한겨울인데 낮은 수위에도 물이 얼지도 않고 물고기가 떼 지어 다니는 모습이 신기하다.

아이들이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는데 눈이 내리기 시작한다. 하지만 포기할 아이들이 아니지.

준비해 온 가슴장화를 입고 족대를 챙겨서 물가로 내려가 본다.


"아들아, 물고기  많니?"

"엄마, 여기 구피도 있고 블루길도 있어. 새우는 한 번에 백 마리도 넘게 잡혀!"

매우 흥분하며 족대를 여기저기 휘두르더니 제법 많은 생물을 잡았다.

물가 들어간 지 1시간이 지나서 이제 그만 올라오라고 했지만 물속은 춥지 않다며 올라오기를 거부한다.

점점 눈발이 세지며 눈이 두껍게 쌓이기 시작해서 가는 길이 미끄러울까 봐 나는 불안한데 아이는 물속 세상에 정신을 빼앗겼는지 즐거워한다.


너는 왜 이렇게 물고기를 좋아하는 걸까?

이렇게 추운 날 이런 일을 하는  너를 이해할 수 없지만 너를 이해해 보려 노력해 본다.

하지만 폭설이 내리는 날 냇가에서 열대어를 잡는 경험은 한 번쯤은 해볼 만한 일인 것 같다. 생각보다 분위기 있고 시간이 지나면 생각날만한 추억이 되었다.

너에게 오늘 일이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될 수 있다면 손이 얼 것 같은 추위쯤은 참을 수 있다.

그런데 다음에는 또 어떤 경험의 현장으로 나를 데리고 갈까 하는 기대 반 두려움 반인 마음이 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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