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arajan May 11. 2024

마리스 얀손스ㅣ리하르트 슈트라우스 <알펜심포니> 外

#오늘의선곡


Richard Strauss

Don Juan Op.20

Eine Alpensinfonie Op.64


Mariss Jansons

Royal Concertgebouw Orchestra


2007, 2008 Amsterdam Live Recording


#MarissJansons #RichardStrauss

#RoyalConcertgebouwOrchestra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는 로열콘세르트헤보우 음악감독 시절, RCO 자체 레이블(RCO Live)을 통해 수많은 실황 음반을 남겼다. RCO는 BRSO 사운드와 확연히 구분되는 앙상블을 구사한다. 바이에른라디오심포니가 묵직하고 담백한 전형적인 독일사운드라면 로열콘세르트헤보우는 촉촉하고 세련미가 넘치는 다채롭고 국제적인 소릿결을 들려준다. 얀손스가 지휘하는 이들 오케스트라의 말러를 들어보면 그 차이가 뚜렷하게 확인된다. 그런 의미에서 "리하르트 슈트라우스"는 RCO 사운드에 훨씬 적합하다.


<돈 후안>은 그야말로 거침없이 달리는 야생마의 질주를 보여준다. 게다가 고혹적 세련미를 지닌 날렵한 템포와 일사불란한 앙상블이 작품이 지닌 고유의 생동감을 깊고 풍성하게 빚어내고 있다. <알프스교향곡>은 장엄함 풍경 속에 실내악적인 현악 앙상블의 묘미를 교묘하게 이식해 이 거대한 교향시 안에 미니멀리즘 스타일까지 접목시킨 대 지휘자의 솜씨에 새삼스레 감탄하게 된다.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베를린필, 베르나르트 하이팅크-런던심포니, 안토니 비트-바이마르슈타츠카펠레 등 많은 걸출한 연주들과 견주어도 마리스 얀손스-RCO의 음원은 <알펜심포니> 디스코그라피 중에서도 그 확고한 위치를 차지할 수 있는 훌륭한 퀄리티를 지녔다. 각 연주가 서로 다른 매력을 갖고 있지만 얀손스의 해석에 격한 동의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은 그가 보여준 확신과 믿음이 RCO의 앙상블 속에서 확고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는 단순한 취향의 문제를 떠나 '얀손스의 음악'에 대한 깊은 신뢰요, 거부할 수 없는 불가항력의 영역이다. 당시 객석에서 이 연주를 지켜본 이라면 이날의 벅찬 감격을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고요하게 코다가 종결되고 침묵의 순간이 이어진다. 이어 객석의 환호가 폭발하며 뜨거운 전율을 안긴다. 이들의 알프스 등정은 거친 숨소리가 아닌, 밝은 표정으로 대자연의 산길을 거니는 유쾌한 여정이다.

작가의 이전글 마이클 틸슨 토머스ㅣ말러 교향곡 4번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