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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rajan Jul 28. 2024

이자벨 파우스트ㅣ쇤베르크 바이올린 협주곡 外

#오늘의선곡


A. Schöenberg

Violin Concerto Op.36 *

Verklärte Nacht Op.4


Violin/ Isabelle Faust *, Anne Katharina Schreiber

Viola/ Antoine Tamestit, Danusha Waskiewicz

Cello/ Christian Poltéra, Jean-Guihen Queyras


Daniel Harding *

Swedish Radio Symphony Orchestra *


#IsabelleFaust #AnneKatharinaSchreiber

#AntoineTamestit #DanushaWaskiewic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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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nielHarding #Schöenberg

#SwedishRadioSymphonyOrchestra


이자벨 파우스트의 바이올린, 다니엘 하딩이 지휘하는 스웨덴 방송교향악단의 <쇤베르크 바이올린 협주곡>은 냉철한 시선, 극도로 절제된 감정을 통해 무조음악 특유의 분위기를 오롯이 묘사한다. 쇤베르크의 이 협주곡은 <구레의 노래>나 <정화된 밤>처럼 가슴을 울리는 유려한 선율미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시종일관 거칠고 적막하며 불안함을 주는 악상은 전위예술적 요소를 고스란히 지니고 있다. 바이올린 독주와 오케스트라는 서로 물과 기름처럼 어우러지지 않고 각자 길을 걷는 듯하다. <쇤베르크 "바르샤바의 생존자">에서 묘사된 극도의 공포감, 솟구치는 울분과 슬픔, 그리고 파괴적이며 전위적인 악상처럼 <바이올린 협주곡> 역시 인간의 불안정한 심리를 옮겨놓은 듯 피날레의 순간까지 일관된 심란함으로 다가온다. 반면, 이자벨 파우스트의 깊고 고혹적인 보잉과 유려한 울림은 작품이 지닌 잿빛 차가움을 상당히 순화시키는 효과를 준다. 다니엘 하딩의 해석 또한 파우스트의 흐름에 철저히 밀착되어 움직인다. 이는 기능적인 측면에서 최상의 결과를 도출하는 명민한 방식이라 할 수 있겠다. 3악장까지 쉼 없이 이어지면서 무감정의 음악을 이토록 중용적인 감성으로 접근하기도 쉽지 않을 것이다. 사실, 이런 드라이한 작품은 극한의 공포, 절망, 슬픔, 불안으로부터 벗어나려는 처절한 안간힘을 표현하는 방식일 것이다. 그래서 파우스트는 단순히 무감정의 상태로 작품에 접근하기보다는 악보에 충실하면서 동시에 관조적인 시선을 투영했다고 보는 것이다. 코다는 충격적인 총주로 종결된다. 아마도 심리적으로 현실의 외면이 아닌, 정면승부를 택한 결과가 아닌가 생각된다.


<쇤베르크 "정화된 밤">은 현악 6중주로 연주되는 쇤베르크의 최대 걸작 중 하나이다. '쇤베르크 음악'이 지닌 특징적 요소를 고루 갖추었고 대단히 격정적이면서도 낭만적인 아름다움까지 지닌 작품이다. 이자벨 파우스트와 장-기엔 케라스를 비롯하여 모두 6명의 현악 주자들은 한결 같이 깊고 가슴 시린 보잉으로 감상자의 귓가를 어루만진다. 무조음악이지만 '감성'을 지녔고, 독일 시인 리하르트 데멜(Richard Dehmel, 1863-1920)의 연작 시집인 <여인과 세계>(Weib und Welt, 1896) 가운데 "두 사람(Zwei Menschen)"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작곡하여 작품에 스토리가 존재하는 '표제음악'이기도 하다. 시노폴리와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현악 주자들이 함께 한 녹음처럼 보다 풍성한 공간감을 추구한 연주도 있지만, 원곡이 주는 감성만큼 진실된 방향성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이들의 연주는 설득력이 강하다. 서로가 지닌 독보적인 개성을 표출하기보다는 하나로 융화되는 사운드의 조화와 화학적 반응에 중점을 둔 연주로서 강력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현악 6중주'와 같은 형식으로부터 전해지는 뜨거운 격정은 풀 오케스트라의 울림과 전혀 방향이 다른 카타르시스가 있다. 모든 음악이 그렇지만 실내악은 분명 실연으로 접했을 때 온몸으로 느껴지는 극한 전율은 형언할 수 없다. 비록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 음악이지만 이들의 연주는 마치 눈에 그려지듯 강력한 열정의 순간들이 온전히 녹아있다. 음악평론가인 막스 그라프가 구스타프 말러에게 <정화된 밤> 악보를 보여주니 극도로 동요했다는 일화는 어쩌면 당연했을 것이다. '표제음악이면서 오로지 인간의 감정만을 묘사했기에 순수음악이라 여긴다'는 쇤베르크 자신의 고백처럼, 작품 속에 결합된 시의 내용보다 음악 자체의 선율미에 오롯이 스며드는 절대음악으로 더욱 깊은 감동을 느낄 수 있는 연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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