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 13번 D.664>는 가슴 시린 '천상의 음악'이다. 한없이 정겹고 따스한 선율은 아련한 과거와 애틋한 옛사랑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몽환적 심상을 지녔다. 이토록 맑고 아름다운 선율은 폴 루이스의 손끝에서 펼치는 신비로운 마법을 거쳐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환상의 세계를 선사한다. 도무지 형언할 길이 없다. 우리는 그의 블랙홀 속으로 오롯이 흡수되며 그 어떤 저항도, 작은 머무름도 없이 빨려든다. 그가 걷는 길은 거부할 수 없다. 분명히 그럴 것이다. 이후의 시간은 생각을 멈추게 만든다. 시간은 흐르나 영혼은 슈베르트의 선율 속에 머무른다. 고통과 고뇌의 순간은 사라지고 평안과 안식의 순간이 우리에게 깊은 위안이 되어준다. 폴 루이스, 그 자신도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와 동행하며 따스하고 행복한 순간을 누리고 있음을 오롯이 느낄 수 있는 연주이다.
순수하고 해맑은 1악장이 지나고 심장을 촉촉이 적시는 2악장 '안단테'가 아픈 마음을 어루만진다. 그리고 3악장 '알레그로'가 나를 껴안아 일으킨다. 슬픈 기억은 사라지고 차분하게 마음을 내려놓으라 말한다. 그렇게 삶은 지나간다고, 지혜롭고 해맑은 미소로 우리를 위로한다. 폴 루이스의 슈베르트는 그만의 깊은 숨결이 온전히 가슴에 울려오는 구원과 사색의 음악이자 지친 마음을 정화하는 영혼의 선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