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지휘자 오스모 벤스케와 라티심포니('Lahti'는 핀란드 남부 헤멘 주에 위치한 인구 10만의 작은 도시로 이곳을 상트 페테르부르크로 향하는 헬싱키발 고속열차 '알레그로'를 타고 경유했던 기억이 있다) <시벨리우스 교향곡 5번>은 초판본과 최종본이 모두 담겨있어 그 존재의 의미가 크다. 시벨리우스는 핀란드의 대표적 작곡가로 핀란드인 누구나 사랑하는 위대한 인물이기에 벤스케의 시도는 그 자체로 필연적이나, 한편으론 모든 이들에게 칭송받아 마땅하다. 연주 또한 훌륭해 늘 곁에 두고 찾는 사랑스럽고 소중한 음원이다.
오리지널과 최종 버전을 연달아 들어보면 이 작품의 변천사를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분명한 사실은, 초판본도 예술적 가치가 충분해 최종본 못지않은 감동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벤스케와 레오니다스 카바코스의 <시벨리우스 바이올린 협주곡> 역시 두 버전을 모두 담아 단순한 기록으로서의 의미를 넘어 대단히 수준 높은 연주를 들려준다.
최종 버전은 자신감 넘치는 여유와 강렬한 앙상블로 그야말로 압도적 선율을 담고 있으며 가슴 시린 지극히 아름다운 연주를 펼쳐낸다. 무리하지 않으면서도 쾌감 넘치고, 여유로운 템포를 구사하면서도 쾌속의 질감이 느껴진다. 첫 1악장 초반부, 현악 파트의 집요한 트레몰로와 그 위에 펼쳐지는 목관군의 향연은 광활한 핀란드 대자연을 묘사하듯 장엄한 음향으로 가득하다. "교향곡 5번"은 중기에서 후기로 넘어가는 길목에 놓인 곡으로 구성과 선율미가 뛰어난 걸작이다. 자연스럽고 환상적 흐름과 시벨리우스의 농익은 음악성이 가감 없이 드러나 감탄스럽다. 핀란드의 차가운 겨울이 그려지는 2악장 '안단테'는 형언할 수 없는 아름다움으로 가득하다. 현과 목관의 어우러짐은 3악장 '알레그로'로 이어져 해맑고 순수한 북구의 분위기와 핀란드의 대자연을 오묘한 필치로 그려낸다. 피날레는 시벨리우스뿐만 아니라 고금의 수많은 작품들과 비교되는 독특하고 인상적인 형태를 지닌다. 오스모 벤스케는 단단한 폭발력과 공격성으로 확고한 방점을 찍는다. 확신에 찬 그만의 해석은 시벨리우스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선언하는 것처럼 느껴지며 강렬한 총주로 뜨거운 최후를 맞는다. <시벨리우스 교향곡 5번>은 핀란드의 모든 것을 담아낸 가장 핀란드적인 음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