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의 수많은 <말러 교향곡 2번> 디스코그라피 중에서 가장 정석적인 연주를 꼽으라 하면 단연코 베르나르드 하이팅크와 베를린필의 연주를 주저 없이 떠올릴 것이다. 뚜벅뚜벅 내딛는 거인의 발걸음처럼 거장 하이팅크의 지휘는 매 순간 진중하고 단단하다. 그러나 결코 두텁거나 무겁지 않다.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유독 음반에 담긴 그의 연주는 늘 결정적인 한방이 없다. 대단히 준수하고 기본 이상의 호연을 들려주긴 하지만 '최고'라는 찬사를 보내기엔 뭔가 허전하다. 그는 누구보다도 말러 음악에 진심이었고 충실했던 대 거장이지만 그의 말러는 '결정반'이라 일컫는 음원은 그리 많지 않다. 그러나 예외는 있다. 이 음반이 대표적 예이다. 이 연주를 '교과서적'이라 표현했지만 표면적인 이유일 뿐, 이 음원은 말러리안 사이에서 가장 빼어난 연주로 정평이 나있다. 어느 부분 하나 흠잡을 곳 없는 최적의 형태를 갖춘, 가장 설득력 있는 해석과 앙상블, 그리고 가히 최상급의 고농도 카타르시스로 충만한 5악장 '피날레'는 대적할 상대가 없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전의 악장은 너무 고지식하게 본분을 다한 연주라서 존재감은 이에 미치지 못한다. 오히려 피날레의 충격적 쾌감을 배가시키는 역할만큼은 충실하다. 이 모든 것을 의도했다고 할 순 없지만 감정의 진폭과 감각의 역치를 확실히 극대화한 부분은 있다. 그런 의미에서 4악장 'Urlicht'를 부른 콘트랄토 야르트 반 네스 역시 그리 인상적인 연주를 들려주지 못해 아쉬움이 있다.
피날레 도입부는 강력하지만 단정하다. 이어지는 흐름도 템포 루바토를 과감히 배제한 정공법으로 진행된다. 그러나 거장의 "말러"에 대한 이해의 깊이와 냉정한 시선은 오롯이 녹아있다. 베를린필의 능동적이며 자동반사적인 반응과 장중한 사운드는 단원들의 거장에 대한 존경과 경외심으로 가득하다. 오디오의 볼륨을 크게 줄여야 할 정도로 증폭된 음량의 충격적 극대화는 일차원적 과장성과 거리가 멀다. 우리가 이 작품에서 기대하는 가장 이상적인 음향 설계이며 거장 하이팅크의 가늠할 수 없는 음악적 깊이가 담긴 강력한 의지의 표명이다.
합창단의 음성이 고요하게 울리면서 신비롭고 경이로운 말러 음악예술의 단면을 드러낸다. 5악장에선 콘트랄토 야르트 반 네스의 가창도 훌륭하며 소프라노 실비아 맥네어가 들려주는 천상의 소리는 진정 고혹적이다. 합창단은 그레고리안 찬트나 대성당의 성가대처럼 성스러운 음성을 전한다. 코다에 이르는 여정은 대단히 극적이다. 단순히 테크닉적인 흐름뿐만 아니라 정갈하고 폭발적인 정공법으로 진한 엑스터시를 선사한다. 그 어떤 기능성이나 과장성이 아닌, 연주자의 순수한 혼연일체로 빚어낸 승리이다. 이 연주는 우리가 상상하는 "부활 교향곡"의 참된 표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