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라우스 매켈래ㅣ시벨리우스 교향곡 1, 2번

#오늘의선곡

J. Sibelius

Symphony No.1 Op.39

Symphony No.2 Op.43

Klaus Mäkelä - Oslo Philharmonic Orchestra

2021 Oslo Recording

#KlausMäkelä #Sibelius

#OsloPhilharmonicOrchestra

클라우스 매켈래, 오슬로필하모닉 <시벨리우스 교향곡 1번>은 이 작품이 들려줄 수 있는 가장 이상적인 도입부를 구현한다. 그만의 젊은 감각, 신선한 음색, 깔끔한 프레이징, 핀란드 본토 감성을 오롯이 녹여낸 진하고 낭만적인 해석은 모두의 마음을 온전히 앗아간다. 특히 장중하게 물결치는 현의 파도는 뜨겁고 파괴적인 금관이 더해져 최상의 결과를 도출한다. 1996년 생, 녹음 당시 만 26세에 불과했던 청년 지휘자의 손길로 어떻게 이토록 엄청난 연주를 들려줄 수 있는지 그저 놀라울 뿐이다. 1악장 피날레 피치카토는 다른 연주들처럼 끊어질 듯 퉁기지 않고 부드럽게 마무리한다. 이는 절충적인 젊은 감성 투영으로 느껴진다. 2악장의 처절한 보잉은 거센 눈보라, 광활한 대지가 연상될 만큼 드라마틱하고 격정적인 감정선을 보여준다. 또한 3악장에서는 그만의 젊은 혈기가 강렬하게 그려진다. 광포한 팀파니를 앞세운 총주의 뜨거운 열기는 기존의 여러 연주들을 단숨에 능가한다. 그러나 결단코 서두르지 않는 그만의 능숙한 노련미와 사색적인 여유는 매켈래의 천재적 기질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저 놀라움의 연속이다. 스케르초 악장이 통쾌하게 사라지면 4악장은 또 한 번의 과격한 충격을 안긴다. 이토록 극적인 피날레라니!! 오슬로필의 현은 가슴을 뒤흔드는 시큰한 통증을 유발하며 가학적인 쾌감을 안긴다. 젊은 핀란드 지휘자 클라우스 매켈래는 분명 완전히 미쳤거나, 안드로메다 외계인일 것이다. 그의 지휘를 맞이하는 단원들은 드넓은 우주 어딘가를 유영하듯 연주에 임하는 듯하다. 코다로 향하는 깊고 유장한 흐름은 그가 이미 거장의 반열에 올라있음을 증명하고 있다. 템포 루바토와 절충적 접점을 이룬 피치카토는 충격적인 결말 대신 깊고 진한 여운을 남긴다.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은 가장 잘 알려진 작품인 탓에 그의 해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흥미로운 곡이다. 1악장은 앞선 <교향곡 1번>과 동일선상의 접근을 보이면서도 보다 느긋한 템포를 통해 여유로움과 섬세함을 가미한다. 북구의 사운드가 전하는 확장된 공간감과 상극의 온도차, 감각적으로 교차되는 음색의 다양성은 이 연주 안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2악장 역시 느리고 여유로운 흐름을 추구한다. 마치 들려줄 이야기가 많은 듯 묘한 긴장감을 주는 템포, 깊게 눌러 담는 저음 현의 무게는 그의 천재적 광기를 여실히 보여준다. 목관은 중원에서 탄탄한 안정감을 더하며, 그 위에서 불꽃을 내뿜는 금관군은 무자비한 타격을 가한다. 안단테 악장의 기나긴 여정은 팽팽한 텐션보다 자연스러운 피치카토로 부드럽게 마무리된다. 3악장은 매섭게 서두르지 않는다. 예상을 무너뜨리는 매켈래의 명석함은 매번 놀라움을 안긴다. 곧바로 이어지는 4악장 피날레는 그로 인해 극적인 대자연의 장엄한 감동이 가슴 시큰한 기세로 밀려온다. 벅찬 환희의 주제부가 뜨거운 총주로 열리는 크레셴도의 극적 순간은 고막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며 가속페달을 밟는다. 흔한 클라이맥스가 아닌, 인간의 본능을 자극하는 그만의 지휘봉은 대단히 감탄스럽다. 그렇게 과하지 않으면서 최고조의 순간에 도달하는 고차원적 감각은 가히 놀랍기만 하다. 코다의 순간은 현의 긴장감을 유지하면서도 인위적인 힘을 가하지 않아 한결 자연스러움을 추구한다. 이것은 매켈래, 그의 음악적 가치관을 여실히 드러내는 확실한 증거이다. 붉게 타오르는 노을빛으로 물든 핀란드 대평원의 장관이 눈앞에 그려지는 연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