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기선-전주시향ㅣ특별음악회 (10.17)

by Karajan

#공연리뷰


성기선-전주시향ㅣ하계올림픽 유치기원 특별음악회

10.17(금) / 19:30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피아노/ 서형민

소프라노/ 김순영

트럼펫/ 성재창


전주시립합창단

군산시립합창단


J. 윌리엄스ㅣ올림픽 팡파르 & 테마


G. 거슈윈ㅣ랩소디 인 블루


C. F. 구노ㅣ오페라 "파우스트" 중 '보석의 노래'


R. 바그너ㅣ오페라 "탄호이저" 중 '입장행진곡'


F. J. 하이든ㅣ트럼펫 협주곡


김효근ㅣ첫사랑


R. 바그너ㅣ오페라 "로엔그린" '1막, 3막 전주곡'


G. 베르디ㅣ오페라 "아이다" 중 '개선행진곡'


<Encore>

한대수ㅣ아름다운 나라


#서형민 #김순영 #성재창 #성기선 #전주시립교향악단


<존 윌리엄스 올림픽 팡파르 테마>는 존 윌리엄스의 수많은 음악들 중에서 선율적으로나 작품의 구성, 음악성 등 다양한 측면에서 가장 훌륭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그는 "스타워즈"나 "슈퍼맨", "쥐라기 공원", "쉰들러 리스트" 등 이루 헤아릴 수 없는 할리우드 영화음악을 남겼지만, 1984년 LA올림픽대회 개막식에서 이 곡이 연주되던 순간을 전 세계인들은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매우 기대했던 작품인데 성기선, 전주시향의 오늘 연주는 놀랍도록 업그레이드된 금관파트의 대활약과 현악군의 유려하고 고혹적인 앙상블로 기대 이상의 결과를 목격할 수 있었다. 실연으로 꼭 만나고픈 작품을 이곳 전주에서 벅찬 마음으로 만끽할 수 있어 행복했다.


<거슈윈 랩소디 인 블루> 역시 좀처럼 지방에선 만나기 힘든 작품인데 서형민의 피아노는 오케스트라 총주에서 상당 부분 존재감을 상실했지만 특유의 감각적 터치는 새삼 놀라웠다. 도입부의 클라리넷 독주는 특유의 상승감을 오롯이 표현하진 못했지만 충분히 설득력이 있었고 서형민과 이루는 전주시향 앙상블은 신선하면서도 몽글몽글한 감성이 어우러져 대단히 좋은 연주로 승화됐다. 낭만적인 주제부 역시 섬세한 조율이 사전에 이뤄진 듯했고 <노다메 칸타빌레>의 설레는 기억을 아련하게 피어오르게 했다. 서형민의 피아노는 삼성문화회관 홀사운드의 도움을 거의 받지 못했고, 다소 덜 풀린 듯한 초반 움직임과 달리 중반 전조부 이후는 온전히 그만의 페이스를 끌어올리며 코다에 이르기까지 만족스러운 연주를 선사했다.


<하이든 트럼펫 협주곡>을 연주한 트럼페터 성재창은 오늘 공연의 최대 히어로였다. 사실 그도 완벽한 컨디션은 아닌 듯 보였지만 내가 실연으로 만난 이 작품의 연주 중 이보다 좋은 수준은 이전에도 이후에도 없을 것 같다. 더욱 좋았던 부분은 전주시향의 반주가 초기 고전주의의 음악적 뉘앙스를 대단히 잘 살려내 더 행복했던 순간이었다. 연주회 도중 종종 한숨을 내쉬며 고비고비를 잘 넘겼고 특히 1악장 카덴차는 인상적인 테크닉으로 그를 깊이 각인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구노 오페라 "파우스트" 중 보석의 노래>, <김효근 첫사랑>, 그리고 마지막 앙코르 <한대수 아름다운 나라>를 노래했던 소프라노 김순영은 오늘 실연으로 그녀를 만날 수 있다는 큰 기대감이 있었지만 마이크를 사용해 노래했던 탓에 그녀만의 목소리를 제대로 느낄 수 없어 안타까웠다. 특히 "첫사랑"은 김순영의 노래로 자주 들어왔던 나로선 더욱 아쉬움이 컸다. 그럼에도 김순영과 한 공간에서 호흡할 수 있었던 건 내게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다.


좋은 협연자들의 다양한 연주를 한 무대에서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오늘 연주회의 큰 장점이었지만, 사실 주목해야 할 연주 순서는 전주시향이 보여준 관현악에 있었다. <바그너 오페라 "로엔그린" 중 '1막, 3막 전주곡'>은 오늘 밤 가장 큰 만족감을 선사해 준 선곡이었는데, 지휘자 성기선과 전주시향이 상당한 준비를 했다는 것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던 점이었고, 현악군 모두가 보여준 농밀한 전개력과 앙상블이 강력한 금관파트의 깔끔하고 탄탄한 연주력과 어우러지며 만족감을 배가시켰다. 아마도 내가 지금 여기 있다는 사실을 가장 가슴 깊이 느끼게 해 준 순간이었을 것이다. 지방 오케스트라도 바그너 음악을 이 정도쯤은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다고 한다면 다소 과도한 표현일까? 아니다. 전주시향을 통해 이런 수준의 바그너를 경험할 수 있었다는 사실에 진심으로 뿌듯했다.


오늘 연주회를 통해 앞으로 점점 더 발전해 가는 전주시향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으리란 믿음이 생겼다. 기왕이면 더 좋은 홀에서 단원들도, 관객들도 행복한 소리를 느끼며 함께 할 수 있는 그런 날들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 또한 간절하다. 그들의 건승을 진심으로 기원한다. 아울러 좋은 공연장에서 모두가 함께 기쁘게 호흡할 수 있는 문화적 기반이 마련되길 바란다.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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