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진솔-말러리안 오케스트라ㅣ말러리안 시리즈 8
"말러 교향곡 4번, 동화: Das Märchen"
10.26(일) / 17:00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소프라노/ 김효영 (Clara Hyoyoung Kim)
지휘/ 진솔 (Sol Chin)
연주/ 말러리안 오케스트라 (Mahlerian Orchestra)
F. SchubertㅣString Quartet No.14 D.810
"Der Tod und das Mädchen" (arr. G. Mahler)
G. MahlerㅣSymphony No.4
#김효영 #진솔 #말러리안오케스트라
#Schubert #Mahler
슈베르트 현악사중주 14번 "죽음과 소녀" (말러 편곡)
1부는 <슈베르트 현악사중주 14번 D.810 "죽음과 소녀">를 말러가 현악 오케스트라 버전으로 편곡한 작품이 연주됐다. 물론 "현악 오케스트라 버전"이지만 단순히 콘트라베이스만 추가된 것이 아니라 말러 스타일의 다이내믹이나 디테일적인 요소가 융합된 작품이기 때문에 단순한 확장판만은 아니다. 원곡 자체가 지닌 기능성과 날렵함을 오케스트라로 확대하는 작업은 거대한 음향적 압력과 불가항력적으로 저하될 수밖에 없는 민첩성이 연주에 상당한 무리가 될 수 있기에 그런 점을 감안한 때문인지 기민함 보다는 안정감 있는 흐름을 선택한 것 같다. 말러리안 오케스트라가 지닌 정갈하고 깔끔한 현악 사운드는 원곡 자체를 훼손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음향적 고양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던 연주였다. 진솔 지휘자가 사전 인터뷰에서 밝힌 바대로, 일부 악구들은 지휘자가 연주에 적합하도록 직접 편곡했다고 하며, 말러가 편곡한 <슈만 교향곡 전곡>과 같은 효과는 아니지만, 원곡과 비교해 볼 가치가 있는 버전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연주였다고 본다.
말러 교향곡 4번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오늘이 왔다. '말러리안 시리즈, 그 여덟 번째 여정'의 그날이 말이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무대 위에 펼쳐진 말러리안 오케스트라의 위용은 가슴 두근거리는 떨림을 안겼다. 그동안 그들이 밟아온 말러의 여정이 오늘 이 순간 <말러 교향곡 4번>을 통해 아름답게 꽃 피우길 바라는 마음은 비단 나만의 바람은 아니었을 것이다.
슬레이벨로 시작되는 도입부는 대단히 섬세한 소릿결이었다. 젊은 오케스트라만의 세련된 깔끔함은 말러리안 오케스트라 특유의 독보적인 강점이라 할 수 있는데, 이어지는 현악군의 보잉은 내가 오랫동안 지켜봐 왔던 그들만의 숨결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듯했다. 그들이 지난번 시리즈에서 연주했던 <말러 교향곡 3, 7, 9, 6, 1, 5번>에 비하면 상대적으로는 무게감이 덜한 작품이지만 <말러 교향곡 4번>은 결코 만만한 교향곡이 아니다. 이 교향곡을 조금만 깊게 들여다보면 말러가 얼마나 집요하게 온갖 디테일을 음악 곳곳에 심어놨는지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런 세부 성부들을 작품의 성향에 얼마나 부합하게 표현해내는가의 문제는 대단히 심각한 어려움으로 다가오는 요소이다. 겉으로는 단순해 보이지만 어쩌면 가장 복잡하고 섬세한 구조를 지닌 교향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데 오늘의 젊은 연주자들이 해석하는 방향성은 곡의 흐름을 유지하는 필수적인 요소가 되는 것이다.
1악장의 전체적 흐름이나 완성도는 오늘 이들이 보여준 수준 높은 앙상블만 보더라도 충분히 만족할만한 성과를 보여줬다 생각한다. 다만 이전의 대편성 연주에서 보여줬던 과감하고 패기 넘치는 모습과 비교할 때 오늘은 조심스럽고 소극적인 접근법을 보여줬던 것은 사실이다. 특히 금관 파트의 깔끔한 사운드는 그 자체로 훌륭했지만 훨씬 더 과감하게 몰아치는 뜨거운 정공법이 필요했던 부분도 제법 있었던 건 사실이다. 다소 빠른 템포로 나아가면서 응집력을 상실했던 순간들이 종종 발생했는데 진솔 지휘자의 안정감 있는 리드는 이러한 난관들을 명석하게 극복해 나가는 대반전의 감각적인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기에 오히려 긍정적인 측면도 있었다.
2악장은 1악장에 비해서 긴장감을 많이 떨쳐내고 본 궤도에 진입한 듯 안정감 속에서 연주가 이뤄졌다. 온음 높게 조율된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악장의 솔로파트는 선이 굵고 깨끗한 소릿결을 들려줬다. 목관과 어우러지는 앙상블도 제법 깊고 유기적으로 펼쳐져 이들의 변함없는 능력을 새삼 실감할 수 있었다.
<말러 교향곡 4번>의 가장 핵심적인 음악적 의미는 3악장에 집약되어 있다. 말러의 모든 교향곡에서 '완서 악장'이 지니는 의미는 말러를 이해하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이다. 특히 "4번 교향곡 3악장"이 갖는 중요성은 다른 작품에 비해 월등하다. 마치 꿈결을 거니는 듯한 지극한 낭만성과 아름다운 선율미, 갑자기 찾아오는 폭발적인 총주가 안겨주는 거대한 충격량은 형언하기 어려울 만큼 격렬한 감정의 소용돌이를 일으킨다. 오늘 진솔 지휘자와 말러리안 오케스트라가 보여준 낭만성의 진수는 가슴을 진동하는 큰 울림을 안겨줘 그 여운이 지금 이 순간까지도 진한 환희를 느끼게 한다. 무엇보다 오보에 수석 주자의 뜨거운 열연이 인상 깊었던 순간이었다. 오늘 3악장의 깊은 감동 중 8할은 그녀 덕분이었다고 분명히 말하고 싶다.
3악장이 종결부에 이르자 뒤에 앉아있던 소프라노 김효영이 무대 앞으로 걸어 나왔다. 3악장 코다가 가슴 시린 사운드로 종결되고 곧바로 4악장이 시작됐다. 독주 클라리넷의 주제부 선율과 함께 앙상블을 이루는 소프라노의 음성이 콘서트홀의 무대 전체를 울린다. 소프라노 김효영의 목소리와 창법은 꽤 독특했다. 흔히 예상되는 소릿결이 아니라 진하고 또렷하며 마치 처음 듣는 듯한 음성으로 노래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큰 놀라움을 안겼다. 마치 에디트 마티스가 재림한 것처럼 내겐 그녀가 들려주는 한음한음이 귓가를 격하게 울려왔다. 이후 중반부는 오케스트라와 살짝 호흡이 어긋나기도 했지만 큰 문제는 발생하지 않았다. 연주 내내 그녀의 독보적 목소리에 압도되어 그런 부분이 크게 부각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나 싶기도 하나 결론적으로 탁월한 캐스팅이었던 건 분명하다. 수많은 소프라노가 이 교향곡을 노래했지만 모든 가수가 다 옳았던 것은 아니었기에 김효영의 존재감은 더욱 각별했다.
4악장 코다가 고요 속에서 하프의 깊은 저음 현의 울림으로 종결되자 숨 막히는 침묵이 가슴을 강하게 억눌렀다. 지휘자 진솔의 손길이 멈추자 이윽고 터져 나온 박수갈채에 뜨거운 감격이 몰려왔다. 강한 울림은 아니지만 가장 강렬한 충격을 안기는 작품, <말러 교향곡 4번>이 그렇게 끝을 맺었다.
말러리안 시리즈는 이제 단 두 작품만을 남기고 있다. 그것도 합창이 중심을 이루는 <말러 교향곡 2 & 8번>이다. 내년에도 계속될 그들의 힘찬 행보는 오늘 연주의 성공적인 완성도로 봤을 때 큰 기대를 갖지 않을 수 없다. 여러모로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꿋꿋하게 뚜벅뚜벅 내딛는 발걸음으로 용기 있게 앞으로 나아가는 진솔 지휘자와 말러리안 오케스트라가 이룰 찬란한 승리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그들에게 더욱 큰 응원과 후원이 함께 하기를 아울러 바라마지 않는다.
10.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