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선곡
W. A. Mozart
Requiem K.626
Soprano/ Haewon Lee
Alto/ Juyeon Jeong
Tenor/ Mario Bahg
Bass/ Yong Kim
Artisee Kammerchor
Sol Chin - Artisee Kammerorchester
2024.6.12 Seoul Arts Center Live Record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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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A. MozartㅣRequiem K.626
I. Introitus: Requiem
II. Kyrie
III. Sequentia
Dies irae
Tuba mirum
Rex tremendae
Recordare
Confutatis
Lacrimosa
IV. Offertorium
Domine Jesu
Hostias
V. Sanctus
VI. Benedictus
VII. Agnus Dei
VIII. Communio: Lux aeterna
진솔이 지휘하는 아르티제 캄머 오케스트라 & 합창단의 <W. A. 모차르트 레퀴엠>은 지난 2024년 6월 12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공연의 실황 녹음이며, '아르티제 레퀴엠 시리즈'의 그 첫 번째 무대이기도 하다. "레퀴엠 시리즈"는 지휘자 진솔의 대장정 프로젝트 "말러리안 시리즈"와 더불어 새롭게 시작된 기획으로서 이번 음반은 그들의 또 다른 면모를 담은 대단히 특별한 기록이다.
이들의 연주는 도입부터 압도적이다. 시종일관 명징한 음향, 단호한 사운드, 딕션, 그리고 선 굵은 강력한 프레이징은 강한 인상을 안긴다. 마치 전투적이라 할 정도의 폭발적 앙상블은 지휘자 진솔이 '말러시리즈'에서 보여줬던 것과 다른 차원의 힘이다. 아르티제 캄머 합창단의 저력도 대단하다. 전형적인 고전주의 스타일의 사운드가 오케스트라와 합창단 모두에서 폭포처럼 변함없이 뿜어져 나오는 쾌감은 실로 놀랍다. 이는 그들의 말러 사운드에 길들여진 선입견에서 기인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독창진의 기량도 상당하다. 소프라노 이해원, 알토 정주연, 테너 박승주, 베이스 김용 모두 정성스러운 가창으로 일관되고 탄탄한 앙상블에 일조한다.
도입부 'Requiem' 합창은 강력하면서 고혹적이다. 아르티제 캄머 오케스트라의 명쾌하고 깔끔한 사운드가 중후한 합창단 총주에 융합되는 순간은 신선하고도 놀랍다. 이후, 소프라노 이해원의 음성이 등장하면 마치 <모차르트 c단조 미사>에서 도입부의 소프라노 솔로처럼 고혹적이고 단아하며 성스러운 감흥에 흠뻑 젖는다. 강력한 인트로 후 이어지는 'Kyrie'는 본 궤도에 오르는 강력한 상승 모드가 시작된다. 섬세하고 힘찬 목관군의 움직임에 합창 총주가 안기는 압도적 쾌감, 곧바로 이어지는 'Dies irae'의 충격적인 연타로 일격을 당하면 곧장 'Tuba mirum'의 튜바 솔로가 등장해 가슴속을 어루만진다. 무엇보다 테너와 알토, 소프라노의 아름다운 삼중창은 깊은 위안과 위로를 안긴다. 영화 "아마데우스"에서도 삽입된 음악 'Confutatis'가 저돌적으로 등장하고 아름다운 여성 합창이 반전을 이루다 다시 격정의 진군이 시작된다. 이 드라마틱한 장면 전환을 이루는 이들의 앙상블은 테크닉적으로도 대단히 훌륭하다. 곧바로 이어지는 'Lacrimosa'의 아름다움에 순간 정신이 혼미해진다. 과거의 명반들이 떠오르는 듯한 강력한 울림이 '아멘'을 외치며 가슴을 강력히 짓누르기 때문이다.
'Sanctus'가 장엄한 울림으로 큰 장을 열면 'Benedictus'의 깊고 서정적인 선율이 사중창으로 귓가를 잔잔히 울려온다. '호산나'를 외치는 합창에 이어 'Agnus Dei'가 어두운 분위기 속에서 들려온다. 현악 앙상블의 질감이 맑고 깨끗해 합창의 청아한 소릿결에 직설적으로 동기화되는 느낌을 준다. 이는 아르티제 캄머 오케스트라 & 합창단의 최대 장점인 듯하다. 마지막 피날레, 'Communio: Lux aeterna'가 힘차게 상승 곡선을 탄다. 코다에 이르는 과정은 극적이다. 최후에 이르는 순간까지 일관된 감정선을 연주에 담아내는 이들의 연주력은 진정 놀랍다. 마지막 성부가 장엄한 합창으로 종결되고 깊은 정적에 휩싸인다.
이토록 시작부터 끝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달려가는 연주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감히 "괴력의 아르티제"라 평하고 싶다. 도입부의 첫 음부터 피날레의 종지음에 이르기까지 온몸을 불사르며 강렬하게 산화하는 이들의 연주는 그 자체로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이런 연주를 실연으로 지켜보지 못한 나를 깊이 질책하며 이 음원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온몸에 뜨거운 경직이 몰려왔다. 그야말로 환희와 영감으로 승리하는, 그들 모두의 당당한 모습이 눈에 아른거렸기 때문이다.
순간 과거의 숱한 명연이 머릿속에서 지워져 사라지는 듯한 장쾌한 연주이다. 단지 젊은 연주자들의 패기나 도전이 아닌, 오랜 시간 단련된 쇠붙이 같은 놀라운 결과물이다. 레퀴엠을, 아니, 음악을 사랑하는 이라면 누구나 반드시 들어볼 가치가 충분하다. <모차르트 레퀴엠>의 여러 명반들과 어깨를 견줄 새로운 명반으로 강력히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