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김대진-전주시향ㅣ모차르트 & 차이콥스키
11.7(금) / 19:30
전북대 삼성문화회관
피아노 & 지휘/ 김대진
연주/ 전주시립교향악단
W. A. Mozartㅣ"Le Nozze di Figaro" Overture
W. A. MozartㅣPiano Concerto No.23 K.488
<Encore>
Fazil SayㅣJazz Fantasy on Mozart (Turkish March)
P. I. TchaikovskyㅣSymphony No.5 Op.64
#김대진 #전주시립교향악단 #Mozart #Tchaikovsky
김대진 지휘자의 등장은 그 자체로 큰 이슈였다. 그가 무대에 들어서자 여기저기에서 환호성이 들린다. 마치 유명 연예인, 가수가 온 듯한 느낌이다. 오늘 공연은 그의 지휘뿐만 아니라 피아노 협연도 직접 목격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라 더더욱 기대가 컸다. 그가 수원시향과 창원시향 음악감독 시절 무대 이후 참으로 오랜만의 만남이다.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면 드미트리 키타옌코, KBS교향악단과 모차르트를 협연하던 옛 기억까지 이르게 된다.
모차르트 피가로의 결혼 서곡
무난한 해석이었다. 지휘봉이 없이 지휘하는 그의 손가락은 작은 디테일도 연주에 모두 담아내려 무척 분주했다. 아마도 후반부 차이콥스키 심포니에 모조리 무게중심을 두었으리라 짐작되기에 충분히 이해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공연장 홀 톤 문제도 제기하자면 이야기가 길어지니 관두련다.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피아노, 지휘를 동시에 하는 김대진의 모습은 정말 오랜만에 직관한다. 과거, 그가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7번>을 D. 키타옌코와 협연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그날의, 바로 그 모차르트는 내가 실연으로 경험한 최고의 모차르트였다. 피아니스트 김대진의 타건은 늘 명징하고 영롱해 모차르트의 연주에 가장 부합하는 스타일이었다. 오늘도 그만의 타건은 맑고 고운 빛을 발했다. 충분히 설득력 있는 연주였고 섬세한 표현력은 일품이었다. 다만, 세월의 흐름은 막을 수 없는 건지 예전의 명징함은 시간의 흐름과 인생의 풍파에 다소 무뎌진 듯했다. 삼성문화회관의 홀사운드 탓도 물론 컸지만, 이제는 삶을 관조하는 듯한 자세로 연주에 임하는 느낌을 제법 많이 받았다. 그래서 오히려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순간이었는지도 모른다.
객석의 환호에 김대진 지휘자는 파질 세이가 편곡한 "재즈풍 모차르트 터키행진곡"을 앙코르로 연주해 줬다. 다소 무뎌진 그의 손가락이 작품이 지닌 '재즈적 풍미'를 온전히 전달하진 못했지만 꽤 흥미로운 곡이었고 그 이상 즐거운 순간이었다.
차이콥스키 교향곡 5번
문득 김대진 지휘자가 창원시향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시벨리우스 교향곡 2번>을 열연하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날 연주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는 탄성이 터질 만큼 대단한 연주였다. 그의 지휘는 그날도 그랬고, 오늘도 역시 군더더기 하나 없는 간결하고 깔끔한 해석을 선보였다. 섬세한 디테일 하나하나에 집중하기보다 심플한 프레이징으로 진행하면서 핵심적인 부분에서 뜨거운 강공을 펼쳐내는 명석한 앙상블을 선사했다. 홀의 도움은 받을 수 없었기에 사운드에 집착하기보다는 명확한 음향의 전달에 초점을 맞췄다는 생각이 든다. 이러한 시도는 대단히 성공적이었고 전주시향만의 기능성을 한껏 돋보이게 만든 훌륭한 방향성이었다. 시향의 단원들이 평소보다 훨씬 의욕적으로 보였으니 김대진의 시도는 충분히 옳았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2악장은 오늘의 연주회에서 가장 인상적이고 훌륭했던 순간이었다. 호른 수석의 초반 솔로는 가슴을 울렁거리게 할 정도로 마음을 깊게 파고드는 감동을 선사해 주었다. 진화된 금관 파트의 대활약은 새삼 놀라움을 안겼는데, 목관 파트의 선전이 더해지자 화룡점정을 이뤄 최고의 2악장을 완성했다. 이것이 진정 전주시향의 본모습인가. 이토록 가슴을 때리는 연주를 그들로부터 선물 받는 쾌감은 이루 형언하기 어렵다.
피날레로 향해 나아가는 광폭 흐름은 불안감이나 실수 없이 안정감 있는 앙상블로 깊은 만족감을 안겼다. 코다의 총주는 김대진 특유의 직설화법이 제대로 먹힌 큰 한방이었다. 그가 피아노 건반을 대하는 것처럼, 간결함 속에서 강직한 맹공을 퍼붓자 홀 전체를 진동하는 맹렬한 총주로 종결을 이뤘다.
쏟아지는 박수갈채에 4악장 후반부를 다시 연주해 줬는데 이 흐뭇한 광경은 관객들 뿐만 아니라 단원 모두에게도 뜨거운 기쁨을 안겨주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모두가 행복한 연주를 목격할 수 있어서 무척 즐겁고 뿌듯했다. 좋은 연주를 만나는 기쁨은 늘 기분 좋은 쾌감으로 다가온다. 가을밤이 깊어가고 황홀한 음악의 울림은 오랜 여운으로 남는다. 전주시향 모든 단원들, 그리고 김대진 지휘자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전한다.
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