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선곡
D. Shostakovich
Symphony No.4
Myung-Whun Chung
Philadelphia Orchestra
#MyungWhunChung #Shostakovich
#PhiladelphiaOrchestra
"필라델피아는 오케스트라다. 크림치즈가 아니라."
<쇼스타코비치 교향곡 4번>은 15곡의 모든 교향곡 중에서도 가장 만나기 어려운 곡이다. '말러 교향곡'에 필적하는 대편성 오케스트라와 도입부터 코다까지 모든 파트에게 가혹한 전력 질주와 맹폭을 요구하는 난곡 중의 난곡인 때문이다. 이 곡을 연주하기 위해서는 강력한 파괴력이 겸비된 단단한 앙상블과 지휘자의 철저한 통제력, 열정적 카리스마가 모두 요구된다. 무엇보다 오케스트라의 단원들 개개인의 내공 있는 테크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아수라장이 되기 십상이라 좋은 연주를 위해선 수많은 조건들이 오롯이 충족돼야만 한다.
발매가 되자마자 마니아들의 입에 숱하게 오르내리며 열렬한 찬사를 받아왔던 이 음원은 한동안 절판돼 애호가들의 속을 태우다 라이선스로 재발매가 되어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DG에서 박스물로 발매될 날이 오겠지만 우선 이렇게 만날 수 있게 된 것은 다행스럽다.
마치 한 편의 영화 포스터를 연상케 하는 붉은 재킷은 작품의 성격뿐만 아니라 연주의 스타일을 암시한다. 사실 정명훈과 쇼스타코비치의 만남은 아직 전곡이 나와있지 않음에도 오래전부터 상당한 성과를 보여왔기 때문에 이 연주가 보여주는 놀라운 완성도는 너무도 당연하며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이후 마리스 얀손스와 녹음한 <교향곡 11번 "1905년"> 등을 굳이 상기하지 않더라도 그들이 쇼스타코비치에 유독 강점을 지닌 악단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정명훈과 단원들은 시종일관 자신감 넘치는 흐름과 어둡고 세련된 사운드를 '파괴적'으로 구사한다. 특히 1악장 중반 'Presto'로 이어지는 순간 만끽할 수 있는 아찔한 현악 앙상블은 숨 막히는 스피드와 테크닉이 요구되는데 이들이 보여준 탁월함은 놀라움을 넘어서 소름이 돋는다. 이후 금관과 타악이 더해지고 강한 총주로 치달으면 가슴이 터질 듯한 쾌감으로 전율하게 된다. 이건 어쩌면 미친 수준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정명훈과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가 폭포수처럼 쏟아내는 초절정의 앙상블은 혀를 내두르게 한다. 유려하고 감각적인 사운드는 깊은 만족감을 선사하며, 금관, 그중에서도 트롬본의 예상치 못한 파괴력은 음악을 통한 쾌락과 카타르시스의 결정체를 보여준다.
사그라질 듯 사라지지 않는 코다의 긴 여운은 강한 최면으로 무아지경에 빠져들게 하는데, 삶의 마지막 순간이 도래한 듯 서늘하고 신비스러운 종결을 맺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