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에 악보를 입력하면 기능성 면에서는 완벽한 연주가 나올 것이다. 악보대로 연주하는 것이 정석이라면 그 누구보다도 테크닉이 출중한 결과로 출력될 테니 말이다.
그런데 (특히 클래식 음악에선) 악보대로 연주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고 잘못된(& 불가능한) 행위이다. 악보는 '목적지까지 가는 길을 알려주는 지도'와 같은 것이다. 물론 말러처럼 악보 사이사이에 작곡가의 세세한 지시사항을 적어놓는 작곡가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꼭 연주자에게 '이것은 법이다. 그러니 반드시 지켜라'라는 뜻은 결코 아니다. '부디 원하건대 웬만하면 이러한 지시사항을 좀 지켜줘라, 아니다, 그냥 네가 꼴린 대로 해라.'가 정답이다.
무엇보다, 연주자가 다르면 연주가 확 달라진다. 같은 악보로 연주해도 결과는 다르다. 말러는 작곡가 이전에 지휘자였고 누구보다 작위적인 자신만의 해석대로 연주했었던 자였으니, 모든 지시사항은 그저 작곡가 자신의 의지일 뿐이고 모든 건 연주자에게 일임할 수밖에 없는 것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을 테다.
좋은 연주란, 수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는 연주란, 악보대로, 완벽한 기능성을 갖춰서 연주하는 것만이 아니라는 부분에서 논점은 시작된다. AI가 (기능적인) 완벽한 결과를 도출한다 해서 그 연주에 감동을 받고 공감할 수 있냐는 문제는 또 다른 관점일 수밖에 없다. 사람마다 각자의 취향이나 가치판단이 다르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겠다.
결론적으로, 연주는 기능성에 더해서 연주자의 영혼(Soul)이 투영되어야만 한다. 아마추어라면 악보를 구현하는데 급급할 수 있을 테고, 조금 배운 사람이라면 보다 유연하게 기능미를 구사할 수 있을 거고, 만약 대가라면 모든 것을 초월해 악보를 넘어서 자신만의 영역을 창조하게 될 것이다.
바로 여기에 핵심이 있다. AI는 자신만의 영역에서 창조하는 기능이 없다. 아마추어이든, 대가이든 자신의 생각이 투영된 연주를 한다. 그러나 AI는 여러 정보를 취합해 있는 그대로를 연주한다. 여기에 "예술적 영혼"이란 존재할 수 없는 것이다. '기능적으로 완벽한 연주가 늘 공감을 주는 것이 아니'라는 그 단순한 진리만으로 예술가의 영역은 AI가 감히 넘볼 수 없는 미지의 세계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