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은 "쇼팽 콩쿠르" 우승자답게 쇼팽 음악의 해석엔 독보적인 탁월함이 있다. 그의 연주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첫 곡,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 2악장 '라르게토'는 지극히 달콤하고 아름다워 작품이 요구하는 이상적인 타건에 가깝다. 조성진의 피아니즘은 소릿결과 해석 스타일이 '낭만' 그 자체여서 그 이전 시대 작품이나 라흐마니노프 이후는 다소 이질적인 느낌이 있다. 물론 그만의 독보적 연주 색채가 있으니 본연의 감성에 맞춰 연주하는 것은 전혀 잘못된 것이 아니다. 그는 조성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3악장 역시 그의 해석은 옳다. 정말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연주이다. 노세다와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연주 또한 조성진의 연주에 최대한 부합해 자신들의 음향을 충실히 펼쳐낸다. 이는 서로의 암묵적, 또는 긴밀한 합의 속에 대놓고 신뢰를 표방하는 듯하다. 아르헤리치와 아바도의 음원과는 무척 상반된 "조성진의 쇼팽"을 오롯이 드러낸 최적의 결과물이다.
<쇼팽 발라드 1~4번> 역시 조성진의 존재감을 거부하기 어려운 연주이다. 특히 "발라드 1번" 중반 전조가 되면서 폭발적인 클라이맥스가 터지는 부분은 너무도 아름답고 섬세하며 장쾌하다. 도무지 실존한다는 것이 의심스러울 정도로 절묘한 천재성이다. 또렷하고 명징한 타건, 깊고 그윽한 사운드와 노련미 넘치는 테크닉까지 감히 조성진 신드롬을 그 무엇으로도 부정할 수 없게 하는 요소이다. 언제나 진중하고 성실한 연주를 선보이는 그이기에 때론 젊음의 혈기와 이성을 넘어선 본능적 야생성을 보여주는 조성진이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일까 생각해 본다. 그러나 이것은 단순한 편견이라는 이성적 사고로 돌아오게 되면 지금의 우리에게 조성진이 빚어내는 음악이 얼마나 깊고 소중한 모습인지 깨닫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조성진은 모두에게 지극히 고유한 존재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