켄트 나가노, 베를린 도이치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말러 교향곡 3번>은 고금의 동곡 음원들과 확연하게 구분되는 점이 있다. 바로 심플함이다. 말러의 모든 교향곡 중에서 주제가 가장 다양하고 러닝 타임도 약 100분에 육박하는 거대한 작품이기 때문에 수많은 연주들이 심플한 흐름과 거리가 먼 장중하고 깊은 해석을 선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나가노는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접근한다. 그는 해맑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온 세상과 대자연을 노래한다. 시종일관 명쾌하고 거침이 없는 단호한 앙상블과 템포의 유연함,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심플한 프레이징은 보다 본질적인 접근을 이룸과 동시에 지나치게 심각한 시각을 배제해 명징하고 장쾌한 연주를 들려준다. 바로 이것이 켄트 나가노가 모두에게 말러를 선사하는 방식이다.
말러는 그의 고통으로 점철된 삶을 음악으로 써 내려가며 동시에 이상적인 세상을 동경했다. 그의 그런 생각이 이 작품으로 표출된 것이었으리라.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방식은 다양하지만 역설적으로 접근하기도 하고 때로는 직설적으로 보여주기도 한다. <말러 교향곡 3번>은 그런 의미에서 전자와 후자를 모두 포괄하는 음악이다. 현실, 이상, 그리고 그 쓰라린 괴리감 속에서 방황했던 마음은 이 곡이 세상에 태어날 수 있었던 모티브가 아니었을까. 나의 지나친 상상력일지라도 이 교향곡엔 자연과 인간의 소리가 담겨 있다. 나가노는 이토록 섬세하고 다채로운 심리가 담긴 음악을 가장 자연스럽고 낭만적인 방식으로 전한다. 그리고 그가 전하는 말러는 모두를 설득시킨다. 말러에 대한 깊은 공감은 두꺼운 실타래를 되감는 것이 아니라 조금씩 서서히 풀어가는 과정이란 것을 그는 이 연주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