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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강훈 Sep 20. 2022

너는 죽어도 몰라

재용이 삼성 먹을 때,

난 잡채 먹어.

뭐 지주회사가 어떻고 합병이 뭔지 모르지만.


잡채엔 머니머니 해도 시금치와 당근이 제격이지.

색이 살잖아, 삶은 색이야.

멋이 없으면 맛이 없어.


그다음이 돼지고기나 어묵 등

조금 씹히는 맛이 살살 도는 느낌이 있어야 하는 거지.


그렇거나 저렇거나

삼성의 재용이도 고기는 늘 먹는다만은

잡채는 아는가 몰라.


뭐 접시 한 귀퉁이에

담다가 만 피 흘리는 고깃덩어리와 삶은 콩에,

먹지도 못할 풀이 파리 몇 개 얹어놓고

불란서 말로 씨부렁 거리는 거,

칼질해 먹으며 핏빛 와인 딸 다만 거,

욧다만큼 마시기는 했겠지만 말이야.


에버랜드에서 제일모직 입고 홀딩하면서

재용이가 삼성 먹을 때,

난 간장 짙게 뿌리고 참기름 살짝 얹어

온갖 잡동사니 버무린 잡채 먹어.


법과 법 사이 틈새 비집고 사이사이 뚫고 다니며

이 놈 저놈 꼬리 물고 주머니 채워주며

재용이가 삼성 먹을 때,


내 손으로

잡채 삶고 나물 데쳐 간해 놓고

고기 양념 재어,

볶은 뒤에 다정하고 살갑게 섞어

살짝 볶아 간장 참기름 뿌려

내손으로

접시에 담아 맛나게 먹어.


삼성 먹는 재용이는 알런가 몰라.

지 손으로 요리해

지 손으로 집어먹는

잡채 맛을.

잡념의 손으로 잡짓 해 만든 것만 먹어 본

재용이는 알런가 몰라.


감칠맛 나는 정 깊은 맛을 말이야.

아쉽게도 부스러기 몇 점 남고 먹다 만 듯 끝판이 되면,

젓가락에 힘이 들어가는 가족들의 눈치전쟁을 말이야.


그래 재용이도 이건 알런가 몰라.

재용이네 삼 남매와 그 밑 떨거지 수백 명이 낀

온갖 추태와 지분거리는 쩐의 전쟁을.

분명, 이 살벌한 전쟁만큼은

지 밥그릇 싸움이니, 재용이도 알런가 몰라.


우리들의 젓가락 전쟁의

기묘한 분위기와 그 맛을 우리가 본능적으로 느끼듯이 말이야.


재용인 그래도 몰라.

죽었다 깨도 몰라.

먹어봤어야 그 맛을 알지.

먹어봤어야 그 느낌을 알지.


어린 시절 비 오는 날

엄니, 부엌에서 잡채 향기 흩뿌릴 때

젓가락 들고 밥상머리서 턱 괴고 기다리던 그 느낌을.

재용인 살아서도 몰라,

죽어서도 몰라.

해봤어야 알지.


넌 잡채를 몰라,

죽어도 그 씹히는 정 깊은 느낌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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