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알 수 없습니다. 한 사람은 왕자로 태어나 부귀영화와 권력을 잡을 것 같더니 인간 삶의 고통과 죽음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인생무상을 깨닫고 수행의 길에 들어섰다가 깨우침으로 성인의 반열에 오른 이가 있는가 하면, 목수의 아들이라는 세속의 출신에도 불구하고 신의 아들로 말구유에서 태어나자마자 죽음을 피하더니 열두 제자를 데리고 하느님의 예언자로 세상을 섭렵하다가 인류의 죄를 사하려 십자가에 대신 못 박혀 죽었다 부활하여 신으로 추앙받는 이가 있습니다.
인생은 알 수 없습니다. 왕따를 당하는 권력의 피해자 같던 왕따 검사를 검찰총장에 앉혔더니 마치 칼을 갈던 도살꾼이 칼을 감추고 피해자 코스프레했던 가면을 벗어던지며 권력을 잡자마자 칼질을 해댔습니다. 그것도 부족했던지 야당 대선 후보 경쟁에 뛰어들어 대통령이 되어 낯부끄러운 횡보를 하고 있습니다.
인생은 알 수 없습니다. 만년 신사 같던 법학 교수가 어느 날 법무부 장관이 되어 검찰과 법원을 개혁하는 것 같더니 갑자기 부인과 딸, 동생과 집안 식구들 전체가 검찰에 의해 범죄자 취급받으며 속속들이 파헤치고 엄청난 검찰 인력에 의해 온갖 사생활 모두를 조사받다가 가족이 감옥에 가고 대학을 쫓겨나는 참극의 주인공이 되었습니다.
인생은 알 수 없습니다. 가난한 삶의 언저리에서 벗어나고자 노동의 현장에서 고군분투하던 어린 소년이 어느 날 같은 노동 현장의 어리고 어린 동료들이 처한 고통과 억압과 비참한 노동현실에 눈을 떠 더 이상 현실에 굴복하지 않으려 온 몸에 불을 지르고 산화해 사라진 청년이 있었습니다. 그렇게 불 타 사라진 것이라고 세상이 여겼지만 다시 살아나 노동의 가치와 억압의 현실을 만 천하에 드러내고 그 씨앗으로 새로운 세상의 불씨를 살린 청년이 되었습니다.
인생은 알 수 없습니다. 세끼 밥이라도 먹을 수 있으면 행복하다는 생각이 모든 생활인의 생각처럼 여겨지지만 그 속에서도 함께 사는 삶의 가치를 깨닫고 자신의 어려움보다 만인의 행복을 위해 땀 흘리며 싸워 개척하는 수많은 이름 없는 이들이 있습니다. 누구일까? 돌아볼 필요 없이 내 옆의 평범한 이웃이 그들이며 그늘 속에서도 빛을 내는 그들이 주인공입니다. 성인도 명망가도 아닌 바로 그들의 땀과 피가 내 앞길을 열어준 것을 알 수 있으니, 이게 바로 인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