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자치회의 운영 방식에서 최종 결정권은 주민총회에 있다. 마을계획단이 주민들의 참여 속에 마을 사업 의제 발굴을 한 뒤, 이를 우선순위를 정해 주민자치회에 올리면, 각 분과위원회에서 다시 주민의견을 수렴해 최종 안을 만들어 주민총회에 올린다. 주민총회에서 분과별 사업과 예산을 확정하면, 한해 주민자치회는 주민과 함께 결정된 사업을 진행한다.
이 방식은 주민자치회로 전환한 전국의 읍면동에서 연례행사처럼 진행한다. 우리가 이렇게 하는 이유는 이렇게 하자고 주민자치 시행 안에 규정되어 있기 때문이다. 특히, 내용적으로는 주민의견 수렴과 의제 발굴 과정이 분과위원들의 일차 선정과 전 주민의 참여인 대면 방식으로 진행되는 총회에서 최종 확정되므로, 간접제와 직접제가 적절히 배합된 가장 바람직한 방식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원칙이고 바람직하니 당연하게 진행되는 이런 방식이 완벽한가? 그렇지 않다고 여겨지는 불합리나 더 나은 방향으로 진화할 필요는 없을까? 요즘, 그렇다고 계속 그렇다로 가야 하는 것이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이 방식 외에 다른 방식은 부정적이라고 미리 단정하지 않는다면, 혹 또 다른 방식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이렇게 제안해 본다.
사전에 모든 주민이 참여한 의제 발굴이 어려워 마을계획단과 분과위원회를 거쳐 최종안을 마련해 주민총회에 올리는 간접 방식은 더 이상 바꿀 수는 없다. 그러나 대면 방식의 주민총회에서의 집합 방식의 최종 결정은 장점 같지만 단점이 되기도 하는 양면성이 있다. 잘 아는 주민들이 모여 투표를 하는데 면면을 고려해 주민 개개인의 자주적 결정이 안 될 가능성이 내재되어 있기 때문이다. 내용에 대한 선택이 아니라 친분에 의한 선택으로 가는 경향이 다분히 나타난다. 결국, 대면의 주민총회 투표방식이 친분으로 기울어 확정되는 선택의 한계를 가진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제안한다. 최종 투표는 주민총회에서 하지 말고 주민 모두의 집으로 안내문과 투표용지를 전달해 도장으로 확정한 투표용지를 집 앞 우편함이나 아파트 입구 개인별 우편함에 다시 넣어주면 수거해 주민총회에서 개표만 하자. 집 앞 우편함이 없는 주민은 주민자치회나 주민자치센터에 제출하도록 한다. 대면 없이 의사결정을 하기 때문에 친분관계가 아닌 자신의 의견이 반영된다.
주민총회는 개표를 통해 최종 확정된 사업 안을 기쁘게 받아들이고 올 한 해 잘 꾸린 사업과 내년에 새롭게 꾸릴 사업을 확정한 기쁨을 나누는 주민축제로 전환하면 어떨까? 서로를 격려하고 내년에도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을 꾸려나가는 의지를 북돋는 잔치 말이다. 이게 진정한 주민총회 아닐까? 다 같이 고민하고 풀어나가 더욱 튼튼한 주민자치회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