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상사는 산내면 마을 내에 자리 잡은 절이다.
오랫동안 방치되었다가 다시 자리 잡았다.
특별히 다른 곳으로 갈 이유가 없었고 절터 그대로 복원했다.
그때 절터의 지형과 구조를 벗어나지 않고 그대로 살려서 복원했다. 이왕 복원하는데 새롭게 바꾸는 게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 없었을 리 없었다. 그런데도 지형과 구조를 살렸다.
태풍 루사가 덮칠 때 산내면 주거지와 지형은 모두 수몰되고 초토화되었다. 그런데 실상사만 말짱했다. 그럴 수 없는 지형구조다. 마을이 침수되면 당연히 실상사도 침수되었어야 했다. 그런데, 마을은 모두 수몰되고 실상사만 버텼다.
복원 시 지형과 구조를 살렸는데 그 구조는 절 주변에 수로가 있었고 이 수로는 침수 위기 때 물을 인근의 람천으로 빼주는 기능을 가지고 있었다. 즉, 마을 안에 절을 지을 때 바로 앞에 있는 람천과 혹시 모를 재난에 대비해 만들어진 안전망이었던 것이다.
과거는 현재보다 문명으로 부족하다는 논리는 맞지 않다. 선조들은 후손들보다 참으로 영민했고 지혜로웠고 고도화되었다. 자연의 이치를 더 잘 꿰고 있었다. 지금과 같은 도시의 수해는 어리석은 지식의 산물이고 자연을 모르는 인간들이 저지른 인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