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이 물러가는 흔적은 낮의 활동에서는 느끼지 못한다. 늦은 밤부터 새벽에 이르면 뜨거웠던 여름의 기온이 순식간에 바뀌어 서늘하다는 느낌으로 다가온다. 춥지는 않지만 덥지도 않고 그러면서도 여름의 느낌이 가을의 느낌으로 바뀌어 피부와 마음에 느껴진다. 이 느낌이 서늘함이다. 활동적이면서 주눅 들었던 더위에 대한 피곤함의 느낌이 차분하면서 돌아보고 그러면서 외롭다는 느낌이 살짝, 아주 살짝 마음에 흐르면 그 느낌이 가을 냄새가 배인 서늘함이라 하겠다.
가을이 다가오면 강렬했던 태양의 뜨거움에서는 결코 느낄 수 없는 묘한, 서글픔까지는 아니지만 파도를 느끼지 못하는 수면 아래 물속에 가라앉아 있는 그 외로움에 젖기 시작한다. 뜨거운 햇빛으로 생명의 기운을 활짝 폈던 광합성의 시간에서 침잠하고 고요하며 움직임이 정지된 그런 명상의 시간으로 바뀐다.
그런 가을의 느낌이 시작되는 시간이 여름의 절정 때다. 여름이 가장 처절하게 온몸을 감쌀 때 이미 마음은 가을을 감지하고 온몸을 감싼 무더위 속에서 지나가는 칼날 같은 바람 같은 서늘함이 지나간다. 그래서, 안다. 아, 가을이 왔구나. 갑자기 날이 바뀌는 게 아니고 살짝 느낌을 가슴을 스쳐 가는구나. 그래서 몸 따로 마음 따로구나. 이미 가을은 다가왔구나 여름은 절정에서 물러갈 준비를 했구나. 가을이 밀어내는 게 아니고 여름이 물러서는 것이구나.
이젠 에어컨의 바람이 썩 달갑지 않다. 그렇다고 끄고 싶지도 않다. 그저 살짝 바람은 불되 강해서는 곤란하다. 그러니 에어컨의 중요성은 이미 뒷전인 셈이다. 이렇게 가을에 들어서는 걸 입추라 하는구나. 왜 출하라 하지 않았는지 궁금하다만 그거야 떠나는 등에 무슨 정분이 나겠는가? 그래서 그렇지. 새 로오는 친구가 반가울 뿐이다. 큰비가 오고 나서 가을이 성큼 다가왔다. 정말 힘들게 교체한다. 이렇게, 정권도 바꿨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