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고하게 희생된 이들을 위한 '애가'
모든 참사는 무고한 희생을 낳는다. 전쟁, 전염병, 자연재해, 안전사고 등의 비극적인 일들은 지난 수세기동안 인류를 위협해 왔으며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되풀이되는 역사와 무고한 희생자를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오직 그들을 기억하고 애도하는 것이다. Lament는 국가적 재난 상황에 부르는 애가로 히브리어로 ‘악기를 치며 슬피 운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타악기적 건반 기법으로 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그린 프로코피예프의 전쟁 소나타 전곡과 이 시대에 대한 슬픔을 노래한 류재준의 ‘Lament’가 연주되는 이번 공연은 못다 피운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위로이자 ‘애가’다.
음악사의 수많은 작곡가들은 작품을 통해 시대상을 남겨왔다. 스탈린 정권 아래 고달픈 창작활동을 이어왔던 프로코피예프의 전쟁 소나타는 2차 세계대전 당시 어둡고 혼돈했던 사회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독일-소련의 불가침 조약 체결로 언제 터질지 모르는 전쟁의 불안과 두려움을 표현한 소나타 6번과 스탈린그라드 전투를 그린 7번 그리고 전쟁의 황폐와 공허를 담은 8번까지 이어지는 전쟁 소나타 전곡은 프로코피예프 피아노 음악 중 가장 현란하고 공격적이다. 단일악장의 슬픈 춤곡인 류재준의 ‘Lament’ 역시 비극적인 역사가 반복되는 이 시대의 아픔과 무고한 희생자를 위한 애가로 이번 공연을 위해 위촉되었다.
슬픔의 민낯을 마주하는 것은 큰 용기가 필요한 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비극적인 역사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은 산 사람들의 몫이다. 소중한 메시지를 남기고 떠난 이들을 기억하고 기꺼이 애통하며 남은 그들의 삶까지 힘껏 살아가는 용기를 북돋는 공연이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