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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진 Dec 14. 2020

0.5초 만에 자신감을 되찾는 법

승리한 바닷가재와 경청하지 않는 눈송이

최근 읽은 책 <SNS 글쓰기 마케팅>의 조언대로 구체적인 제목을 한번 붙여보았다. 아닌 게 아니라 3초 만에 행복해지는 법, 과 같은 글은 나도 솔깃하다. 속는 셈 치고 클릭해보니 비결은 이 순간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과연 그렇다. 평소엔 거들떠도 안 보던 하늘 꽃바람이 여행지에서 유난히 아름다워 보이는 이유일 것.

반면 순식간에 마음이 불행해지는 법도 알고 있다. 그것은 바로 남과 비교하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이 <불안>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우리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이 모인 준거 집단과의 비교를 통해 불행해진다. 과거에는 그 집단의 규모가 작았으나 고마운 기술의 발달로 SNS 속 빛나는 누군가와 내 현실의 괴리로 불행해질 가능성은 더 커졌다.



삶에 도움이 되는 조언이 담긴 실용적인 책을 추천하라면 조던 B. 피터슨의 <12가지 인생의 법칙>을 건넬 것이다. 눈에 띄는 제목에 비해 알맹이가 빈약한 경우가 많은 일본식 자기 계발서들과는 달리 실용적인 영미권 대표 자기 계발서답게 아주 현실적인 조언을 제시한다. 읽다 보면 저자가 ‘너 아직도 그렇게 살고 있느냐’며 옆에서 혼내는 기분마저 든다. 약간의 마조히스트적 기질을 타고난 내 개인적 특성인지 모르겠지만 저자의 그 힐난이 때로는 ‘사랑의 매’와 같이 느껴져 당장 회개하고 변화할 수 있을 것처럼 두근거린다.


싸움에서 승리한 바닷가재를 기억하라.


결론부터 말하면 자신감을 되찾는 가장 빠른 방법은 자세를 반듯하게 바로 잡는 것이다. 구부정하고 웅크린 자세를 당장 버리고 허리를 쭉 펴고 정면을 보고 걸어라. 좀 건방지고 위험한 인물로 보여도 괜찮다. 이건 내가 한 말이 아니고 유튜브 구독자 330만 명에 이르는 하버드 대 교수를 역임한 토론토 대학 심리학 교수인 저자 피터슨의 이론이다.


확실히 몸과 마음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미 널리 알려진 대로 우울증 치료는 규칙적인 식생활과 수면 패턴을 되찾게 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운동을 하는 것 역시 자신감을 되찾는 좋은 방법이다. 가벼운 마음의 질병은 마음이 아닌 몸을 움직여야 낫는다는 것. 이와 비슷하게 우리의 뇌는 속이기 쉬워 억지웃음을 지어도 행복하다고 인식한다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그 후로 나는 마음이 가라앉을 때면 얼른 입꼬리를 올리고 뇌를 속인다.


피터슨 역시 강조한다. 만약 당신이 싸움에서 진 바닷가재처럼 축 늘어진 자세로 다니면 사람들은 당신을 지위가 낮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인간과 갑각류가 모두 가지고 있는, 뇌 속 가장 깊은 곳의 서열 계산기도 당신의 서열 순위를 낮게 평가할 것이며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은 줄어들고 불안감은 더 커질 것이라고.


자, 이제 어깨를 똑바로 펴고 입꼬리를 올려보자. 0.5초 만에 자신감이 좀 생기는 기분이 들지 않는가. 이게 전부가 아니다. 우리는 이 자신감을 단 3일이라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새해 다섯 살이 되는 네 살 남자아이를 키우고 있다. 모든 부모가 그렇듯 아이가 자라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난다. 최근 흥미로운 분야는 그림책인데, 재밌는 건 때로 아이보다 어른이 읽어야 할 만한 책들이 많다는 점이다. 주 독자층은 아이겠지만 어른이 그렸을 게 분명하며 이 책을 결제할 소비자 역시 어른이니 그림책이 어른을 감동시키는 것이 그리 이상할 일도 아니다.


직업 상 영어 그림책을 좀 사들이면서 인생 영어 그림책이라 꼽을 만한 매력적인 작가들의 작품도 알게 됐다. 이를테면 이름도 멋진 유리 슐레비츠. 폴란드 출생의 유태인이다. Snow, The Treasure, One Monday Morning, 과 같은 대표작들이 많은데 메시지가 간결하면서도 심오하고 철학적인 것이 특징이다.

그중 Snow라는 작품은 미국 아동문학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칼데콧 수상작이라 특히 유명하다. 내용은 아주 간결하다. 눈송이가 떨어진다. 처음에는 하나, 둘, 그마저도 녹아 없어진다. 한 아이가 들떠 눈이라고 외치지만 어른들은 그저 진눈깨비일 뿐이라 치부하고 라디오에서는 눈 소식이 없을 거라고 떠든다. 눈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계속 내리다, 결국 온 세상이 하얘진다는 이야기.


이 당연한 결말에 네 살 아이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오히려 엄마는 저 멀리 캘리포니아 테슬라 일론 머스크와 애플 스티브 잡스까지 떠올려가며 격하게 감동했다. 처음엔 다들 이들을 무시했지만 결국 혁신의 아이콘이 되지 않았는가. 그렇다. 자신감 있는 사람의 특징은 남의 말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때로는 이 눈송이처럼 남의 말을 경청하지 않는 자세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작도 하기 전에 타인의 말에 주눅 드는 것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다. 어디 고급 레스토랑에서나 보았을 바닷가재까지 떠올리며 겨우 끌어올린 입꼬리를 무시하는 잡음 따위는 잠깐 꺼두어도 좋다. 이것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절절한 외침이기도 하다.


이미 많은 것이 결정되었음을 한 때 절망했으나 생각보다 많은 날들이 남아 있는 서른 중반의 나, 앞으로 무수한 좌절의 순간을 겪으며 성장할 네 살 꼬마, 우연히 이 글을 클릭해 여기까지 읽어주셨을 감사한 당신, 자신감을 되찾기 위해 자세를 곧게 하고 정면을 응시하자.


조금 건방져 보여도, 덜 경청해도 좋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길은 마이웨이라고 하지 않던가. 그러니 싸움에서 승리한 바닷가재와 같이 어깨를 쫙 펴고 당당히 당신의 오늘을 살 수 있기를 바란다. 어느새 눈처럼 하얗게 빛나고 있을 당신의 미래를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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