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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진 Mar 31. 2021

당신의 삶은 어떤지, 마음의 안부를 묻는 책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라틴어 수업>

최근에 친절한 알고리즘 씨 덕분에 울컥한 일이 두 번 있었다. 그중 한 번은 책 <라틴어 수업> 때문이다. 당신의 삶은 어떤지. 마음의 안부를 물을 뿐이었는데 그냥 눈물이 났다. 언제 읽어도 좋지만 특히 많은 것들이 시작되는 햇살 좋은 봄에 읽으면 좋을 책이다.



교보문고 AI의 추천으로 샀는데 너무 좋아서 개인적으로 기록하고 있는 서평 매거진 <담백한 책 생활> 목록에 담아보았다. 2017년에 나와 100쇄를 찍은 스테디셀러라는 이 책을 왜 이제야 알았나 했는데 밀리의 서재 속 초판을 보니 알겠더라. 초판에는 '아직 꽃피지 못한 청춘을 위하여'라고 적혀 있다. 17년엔 둘째를 출산한 나는 이미 청춘이 아니라서 제외해버렸던 듯. 읽어보니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라는 부제가 좀 더 어울린다.

저자는 바티칸 대법원 로타 로마나 변호사로, 2010년부터 6년간 서강대학교에서 강의했다는 ‘초급 라틴어’ 수업이 정리되어있다. 소규모로 시작되었는데 점점 입소문이 나 학점 교류되는 주변 학교 학생들까지 200명 이상이 들으러 왔다고. 지금도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내가 학생일 때는 서강대 연세대 이화여대 학점교류가 가능한 수업들이 있었다. 가깝다고는 해도 은근히 멀어서 실제로 하는 건 못 봤는데 이런 인생 강의가 있었다니 09년 졸업생은 좀 아쉬운 마음이다.

비법과 스킬이 난무하는 세상이지만 잠시만 멈춰보면 방망이 깎는 노인처럼 기본을 지키고 묵묵히 내공을 쌓는 분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게 된다. 훌륭한 성취에도 자신을 낮추는 겸손한 태도에도 끌리고. 라틴어와 로마 역사와 문화로 시작해 삶의 태도를 이야기하는 흐름인데 전. 혀. 고루하지 않고 잘 읽힌다. 동기부여와 힐링이 동시에 되는 흔치 않은 책. 삶이 분주하고 마음이 어지러운 날 읽으면 홀리 해지고 마음이 맑아질 만한 문장들이 담겼다.


<각자 자기를 위한 '숨마 쿰 라우데'> 편을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Summa cum laude 숨마 쿰 라우데 (최우등)

Magna cum ladue 마그나 쿰 라우데 (우수)

Cum laude 쿰 라우데 (우등)

Bene 베네 (좋음, 잘했음)


라틴어의 성적 구분이다. 평가 언어가 모두 긍정적이다. '보통'이나 '노력 요함'은 찾아볼 수 없다. 이런 스펙트럼 위에서라면 남과 비교해 우월감이나 열등감을 느낄 필요가 없다. 스스로의 발전에 의미를 부여하게 되고 남보다 잘하는 것이 아니라, 전보다 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덧붙인다. 타인의 평가와 무관하게 우리는 '숨마 쿰 라우데'라는 존재감으로 살아야 한다고. “스스로 낮추지 않아도 세상은 여러 모로 우리를 위축되게 하고 보잘것없게 만든다. 우리 자신마저 스스로를 보잘것없는 존재로 대한다면 어느 누가 나를 존중해 주겠는가."라고 말이다.




알고리즘 이야기로 마쳐야 할 것 같은데, 두 번째 눈물을 선사한 추천 콘텐츠는 유튜브 채널 중 동백꽃 필 무렵이라는 드라마의 오정세 씨 수상소감이었다.

“세상의 많은 열심히 사는 보통 사람들에게 같은 보상이 주어지지 않는 것이 불공평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냥 계속하다 보면 평소와 똑같이 했는데 그동안 받지 못했던 위로와 보상이 찾아오더라,”


하는 담담한 수상소감이었는데, 무방비 상태로 빨래 개며 듣다 또 울컥 눈물을 쏟았다는 이야기.


왜 내 채널에는 눈물 빼는 최루성 콘텐츠만 뜨는지 모르겠지만. 늘 취향 저격하는 추천 아이템으로 나의 교보 플래티넘 멤버십을 유지시키는 알고리즘 씨의 통찰과 열일에 감사를 전한다.


그리고 오늘을 열심히 사는 보통 사람인 나와

당신에게도 숨마  라우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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