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어진 상처를 봉합하는 게 쉽지 않을지라도
어찌 보면 결과가 당연했을 수밖에 없는 새로운 대통령 선거가 끝났다. 계엄의 그림자를 지우지 못한, 지우려고 할 생각이 없어 보였던 정당이 승리하는 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라 봐야 하겠으나, 득표율을 보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예전보다 더 극심하게, 반으로 갈라져 있는 상태라고 봐야 할 것이다.
유럽의 정치형태와 같이 다수당에 의한 정치가 통용되는 사회가 아닌 이상에야 나는 그 결과를 보고 이제 대한민국 또한 양당제 정치사회로 접어들었음을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과거 제3지대로 대표되는 자민련, 국민의당 등이 한때 자리할 때도 있었지만, 이제 한국의 민주주의는 파란색이냐, 빨간색이냐 둘 중 하나로 귀결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지난 4명의 대통령은 빨간색, 파란색, 빨간색, 파란색으로 퐁당퐁당 자리를 바꿔 앉았다. 공교롭게도 빨간색은 모두 탄핵을 당했다. 바꿔 말하면 탄핵 뒤에 앉은 파란색은 그다음을 파란색으로 이어낼 만큼의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빨간색은, 수권을 잡았을 때 21세기의 민주적인 방식으로 나라를 이끌려는 게 아닌, 자기의 예전 모습에만 빗대어 낡은 노익장만을 고수할 뿐이었다.
이 과정에서 사실, 제일 많이 다친 건 우리 국민들 자신이다. 예전의 영호남 지역감정은 우습게 보일 정도로, 지금 사회의 모습은 그야말로 '분열의 정치'아래 놓여 있다고 봐야 할 것이다. 2030과 4050으로, 남자와 여자로, 공무원과 직장인으로, 의료인과 비의료인으로, 누구나 분열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게 표가 된다고만 하면 누구에게나.
언제서부턴가 선거의, 지지의 결과물이 조롱이 되기 시작했다. 1찍이니 2찍이니, 정치의 언어가 자극적이 될수록 사회는 병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사회가 자극적이지 않다는 반증인 걸까? 1찍들은 북으로 가라, 2찍은 제정신이 아니라 처분대상이다 등등, 요새의 언어는 정상이 아니다.
불과 전에 일어난 미 대선에서도 상황은 비슷해 보였다. 트럼프를 지지하면 정신병자, 트럼프를 지지하지 않는 건 LGBT라서, 그 나라도 우리나라보다 더 심하게 갈라져 있다. 어쩌면 이것이 양당제가 갖고 있는 문제점일지도 모르겠다. 서로를 반으로 갈라 일단 이기는 게 중요하고, 승리 후의 봉합에는 관심이 없어진다는.
파란색이 다시 수권을 잡은 이상, 나는 그들이 자기들의 이념에 맞게 국정을 운영하면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봉합하는 데에도 이제 신경을 써주었으면 한다. 과거 정치인들은 당이 다를지언정 서로에 대한 존중이 엿보였지만 지금은 상대의 과오를 지적하는 데만 충실하는 말꼬리 잡기에만 치중하고 있는데, 이제는 앞으로 가야 할 때가 아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