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감 있는 조직을 만들기 위한 노력
두 딸들의 아빠라고 하면 사실, 월에 한 번 정도 연차휴가를 쓰는 이유가 단순히 나 자신의 휴식을 위해서라기보다는 내가 도와야만 하는 집안일을 처리하기 위해 쓰는 경우가 더 많다. 이번 달도 아이들의 예방접종과 어느덧 차를 산 지 1년이 되어가는 달이라 차량점검을 예약해 둔 나는 점심시간에 팀원들에게 불쑥 말했다.
"나 이번 주 금요일에 휴가 좀 쓸 거야"
이 말을 마치자마자, 팀원 중 한 명이 지체 없이 나에게 "왜요?!"라고 물어봤고, 남은 팀원들 또한 불안한 눈빛을 띠었지만 그 한 명이 너무 급하게 말한 덕분에 모두들 갑자기 웃음이 터졌다.
나는 "뭐 나는 휴가도 쓰면 안 되니?"하고 물었고, 그 팀원은 "아니 갑자기 얘기하시니까..."라고 말꼬리를 흐렸지만, 여전히 혹시나 하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마치, 내가 휴가를 빙자한 다른 목적이 있지 않나 하는.
회사를 다니다 보면 어린이날, 또는 무두절이라는 표현을 한 번씩은 들어봤을 것이다. 팀장이 없는 날, 정확히는 꼭 팀장이 아니더라도 우두머리가 없는 날에 행복해하는 직장인들을 위한 말로, 나도 팀원일 때 한 번씩 수장이 없었을 때 마음 편하게 일했던 기억이 선하다.
지금 다니는 회사는 아예 Focus Day라고 지정하여, 경영진 및 임원들이 재택근무 또는 휴가를 내도록 권장하고, 직원들에게 집중력 있는 업무환경을 제공한다는 의미로 한 달에 하루는 임원들 없는 하루를 지키고 있다. 사실, 팀장인 나는 해당되지 않지만 나도 가급적 그날은 재택을 하며 팀원들의 자율성을 보장한다.
장이 없다는 것은 왜 그렇게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것일까?라는 질문에 나 스스로 답을 내려보자고 하면 아마 그것은 대부분의 리더들이 쫓기듯 일을 보채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한다. 의사결정의 속도가 빠르다는 것을 이유로, 그들은 언제나 하이레벨로, 러프하게, 퀵한 자료검토를 요구하니까.
물론, 그렇다고 자료의 디테일이 없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마치 그것은 따뜻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는 것 같은 말이지만, 회사란 원래 불합리하게 돌아가는 곳이 아닌가.
그러니 그런 압박감에서 벗어나, 여유를 갖고 자기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는 것만으로도 사실 업무에 대한 부담감은 꽤 많이 줄어들게 된다. 일의 부담감은 그 일을 성과 있게 해낼 때의 부담감보다, 물리적 시간은 촉박하지만 채근당해야 할 때의 그 쫓기는 감정에서 더 크게 다가오게 마련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나의 부재나 재택은 팀원들에게 단순한 빈자리가 아니라 오히려 새로운 활력과 자율성을 불어넣는 기회가 되어야 한다. 리더가 항상 곁에 있지 않아도, 팀원들이 스스로의 역량을 발휘하며 성장할 수 있다는 믿음이야말로 진정한 리더십의 핵심이 아닐까. 나 역시 그 믿음을 바탕으로, 때로는 물러나 그들이 빛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에 더욱 책임감을 느낀다.
어쩌면 내가 휴가를 간다고 할 때마다 그들이 놀란 반응을 보이거나, 불안해하는 모습은 아직도 내가 조직을 단단하게 만들지 못했다는 것에 대한 대답일지도 모른다. 아니면 단순히, 최전방에서 막아주던 방패막이 잠시 사라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일지도 모른다.
어느 이유든 간에, 문득 그렇게 나는 아직 나에게 리더로서 팀의 안정성을 더 단단히 다져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언젠가, 내가 또 불쑥 휴가를 가겠다고 했을 때, 지금처럼 두 눈에 불안을 담는 게 아닌, 걱정 말고 잘 다녀오라는 그런 자신감이 팀 내에 굳건히 뿌리내릴 수 있도록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