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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의실 공기에 침묵만이 감도는 이유

의견을 '채택'할 줄 알아야 다양한 말이 나온다

by Karel Jo


회의, 직장인이라면 매일 하루에 있어 보고와 같이 빠질 수 없는 단어다. 요새는 외국계 회사인 경우 미팅이나 숏콜이라는 표현으로 대체하는 경우도 많아졌지만, 본질적으로 어떤 일이 잘 풀리지 않거나, 2인으로 해결이 안 되거나, 또는 그냥 별 이유 없이 업무 도중 이 말을 자주 하고 듣게 된다. "잠깐 회의합시다"


그러나, 정작 그렇게 회의를 소집해 사람들을 불러놓아 보면 말하는 사람은 고작해야 한두 사람이다. 그 한두 사람의 대부분은 그리고 회의를 소집한 사람이다. 가끔 다른 사람이 말을 보태기는 해도 실상 회의 내용을 크게 바꿀 만한 내용은 아니다. 결국 그 사람이 우다다다 말을 쏟아내고 나서 그제야 "혹시 다른 의견 있으신 분?"이라고 말할 때, 모두는 조용히 노트북을 접고 그렇게 회의를 빙자한 선포회는 막을 내린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런 회의가 끝나고도 문제가 발생했을 때, 그런 불평이 나오곤 한다. 왜 일이 나오기 전에 미리 회의에서 이야기하지 않았느냐고, 회의에서 조용히 있지만 말고 적극적으로 자기 의견을 표현하라고 답답해한다. 그런 사람도 으레 주로 회의를 소집하고 선포회를 주도하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왜, 다 같이 의견을 나누자고 모였는데, 왜 회의실만 들어가면 침묵의 공기 안에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 걸까?




회의, 한자를 뜯어보면 모일 회자에 의논할 의자를 합친 말이다. 의논할 의자는 말 언 자와 옳을 의자를 합친 글자니 한자 그대로를 풀어 보면 다수의 사람이 모여 옳은 말을 나누는 자리가 회의라고 볼 수 있겠다. 핵심은 '말을 나누는'자리여야 하는데, 그러면 왜 이 본질에 걸맞지 않게 다수의 사람은 침묵할 수밖에 없을까?


경험상,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대부분 회의를 소집하는 사람에게 책임이 있다. 회의를 소집하는 사람이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핵심내용을 한 번이라도 소집 전에 생각해 본다면, 회의실 안에 비로소 다수의 의견이 오가며 참석한 사람들의 얼굴에서 영혼이 탈출한 표정이 아닌 생기 있는 웃음으로 회의실 문을 나갈 수 있게 해 줄 것이다.


첫째로, 회의 소집의 이유와 대상을 명확히 해야 한다.


침묵의 회의 소집 과정을 예를 들어보면 이런 식이다. 마케팅에서 여름 프로모션을 기획해 예산승인을 요청하였다. 승인 과정에서 비용에 의문이 생기자, 재무팀에서 내용을 기안한 마케팅, 프로모션을 실제 실행할 영업, 제품 생산을 담당할 생산, 출하를 관리하는 물류 모두를 소집해 해당 프로모션의 가능 여부를 묻기 시작한다.


이렇게 진행되면 사실 마케팅과 재무팀을 제외한 나머지 부서는, 들어오라고 해서 들어왔지만 내가 여기 왜 왔지 하는 표정으로 고개만 끄덕이다 나가곤 한다. 회의의 목적과 대상이 구체화되지 않고 일단 다 모아서 얘기해 보죠, 이런 생각으로 소집된 회의는 반드시 침묵한다.


둘째로, 회의 중 나온 이야기를 반영할 줄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팀 간의 업무분장을 논의할 자리가 생겼다. 부서장들을 모아 놓고 각 팀에서 맡아야 하는 일들을 훑어보는 과정에서 업무 배분에 대한 의견을 리더가 물어본다. 부서장들은 평소 그레이존에 걸친 업무를 정리하여 팀별로 이관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을 냈으나 효율적이지 않다는 이유로 그 의견은 반려되었다. 그렇게 결론이 내려진 회의가 끝나면 다음 회의에 비슷한 상황이 와도, 이제는 말하지 않는다.


모든 의견을 듣고 그 의견을 반드시 반영하라는 말은 아니다. 때로 결정하는 과정에는, 구성원들의 의사가 100% 반영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누구나 한 번쯤 얘기해 봐야 이미 정해진 답대로 결론이 나는 답정너 회의를 겪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100%를 반영하라는 말이 아니라, 100% 무시할 질문을 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1차적으로는 회의를 줄이는 게 제일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회의를 통해 결론이 나면 모르겠지만 회의를 위한 회의가 되는 경우도 많고, 결론이 나지 않아 후속 회의를 잡아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그러나, 직장 생활을 하면서 회의를 아예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 만약 이 글을 읽는 독자분이 언젠가 회의를 주도할 일이 생긴다면 이 글의 두 가지 내용을 한 번 생각해 보고 회의를 진행해 보자. 아마도 그렇게 몇 번이 반복되면, 사내에서 업무 진행이 깔끔하다는 좋은 평판을 어렵지 않게 얻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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