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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도 팀원도 춤추게 하는 칭찬의 기술

근거와 이유를 들어 명확하게 칭찬합시다

by Karel Jo


직원만족도 조사결과의 강렬한 후폭풍이 요즘 재무실 전체를 휩쓸고 있다. 담당 임원도, 팀장들도 모두가 감당해야 하는 문제 해결의 시간은 분명 고되고 때로 과연 이게 잘 될까? 하는 자조 섞인 냉소적인 시선을 갖게 만들지만, 그래도 언제나 일말의 희망이란 놓지 않아야 하는 법이다.


여러 피드백 중 가장 문제 되는 부분은 직원들의 성과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고, 실수나 문제를 발견했을 때 강하게 질책과 질문이 따르기 때문에 업무 수행에 있어 마음이 위축된다, 동기부여가 저하된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 피드백이 나온 이후, 공교롭게도 임원분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Good Job!"이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기 시작했고, 나는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칭찬도 잘해야 고래를 움직인다라고.




칭찬, 일컬을 칭자에 기릴 찬자를 쓴 이 단어는 좋은 일이나 옳은 일에 대해 높이 찬사하는 일, 또는 그런 말이라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단어 자체에 이미 칭찬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핵심 내용이 담겨 있다. 어떠한 말이나 행동에 대해 그를 충분히 인정해 주라는 것.


상투적 표현 중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왜 칭찬을 들으면 기분이 좋을까? 그것은 칭찬이 주는 메시지가 긍정적인 뜻을 담고, 자기 자신의 자존감과 성취감을 고취시켜 주는 말이기 때문일 거다. 별생각 없이 한 행동일지라도 누군가 그에 대해 '정말 좋은 일을 했어'라든가, '너의 그 일에 나는 충분히 감동받았어'라는 말에 스스로도 뿌듯함을 느끼는, 도파민 터지는 그런 경험이 칭찬을 듣는 것 아니겠는가.


이렇게 좋은 뜻을 가진 칭찬임에도 불구하고, 그 칭찬의 효력을 퇴색시키는 칭찬도 있다. 그건 바로 상황에 맞지 않는 상투적인 칭찬이다.


예를 들어 재무팀 입장에서 전표 작성을 하다 실수로 차대를 뒤집어 기표하거나, 차대의 세부정보를 실수하여 전표를 다시 역분개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쳤을 때 "실수할 수도 있지. 잘했어 잘했어 차라리 실수한 게 다행이야"라는 칭찬은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또는 그저 루틴한 일을 했을 뿐인데 역시, 라며 엄지를 치켜세우는 행동은 오히려 칭찬을 받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진위를 의심하게 만드는 역효과를 낳는다.


그렇다면 효과적인 칭찬을 하기 위해서 무엇을 명심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내 경험상 정답은 '목적성, 적시성, 그리고 진심을 다해 나의 입장에서 칭찬해라'였다.


입찰 참여를 위해 견적서를 영업팀에서 작성하는 과정에서, 해당 견적이 회사에 가져오는 수익성이 얼마인지를 검토하기 위해 내부원가를 확인하여 마진 모델링을 해야 할 일이 있었다. 업무분장이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큰 일을 맡게 된 직원이 있었지만, 그 직원이 할 수 있는 부분을 나눠 주고 모든 일이 성공적으로 끝났을 때 나는 이렇게 칭찬해 주었다.


"이번에 견적 검토하면서 네가 계산해 준 부분이 효과적으로, 그리고 제때 리뷰를 마칠 수 있는 데 큰 도움이 되었고, 그게 내 부담을 많이 덜어줬다. 충분히 역할해 주었고 앞으로가 더 기대되는 그런 성과였어"


그 칭찬을 들은 직원은 아쉬워하며 더 많은 일을 잘하고 싶다고 팀장님이 알고 있는, 하시는 업무들을 더 많이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렇게 칭찬해 주시니 다음엔 더 크게 칭찬을 듣고 싶다는 말과 함께.


그 후로 그 팀원은 내가 가장 신뢰하는 팀원이 되어 자기 역량을 충분히 성장시켜 나가는 중이다. 처음에는 약간 소극적이고 자기 미래에 대한 상상을 어려워했지만, 지금은 누구보다도 욕심이 있는 그런 팀원이 되었다.




그렇다고 내가 그렇게 칭찬을 잘하는 사람이냐 하면 그렇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냉소적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감정보다는 논리를 더 따지는 면이다 보니 때로 칭찬이 계산적이고, 특정 결과가 없다면 과정을 칭찬하는 것은 여전히 나에게 어색하면서, 내가 팀장으로서 개선해야 할 큰 과제로 남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칭찬의 기본요소가 상투적이지 않고, 진심을 담아 그 일을 충분히 기려야 한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만약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이 칭찬이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는다고 느껴진다면, 칭찬을 하기 전 한 번쯤 생각해 보자. 나는 왜, 그리고 무엇에 대해 그 사람의 행동에 대해 칭찬하고 싶은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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