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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The Fool - 시작은 두려움보다 설레임

아직 모른다는 건, 앞으로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뜻이기에

by Karel Jo


타로카드의 메이저 아르카나는 총 22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0번에서부터 21번까지 각 카드마다 상징하는 번호를 갖고 있다. 78장의 카드 중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카드로 분류되며, 타로 시스템에서는 인생의 큰 흐름과 영적 여정을 상징하는 '대서사'역할을 맡은 카드들이다. 그리고 그 카드의 시작인 0번, The Fool, 광대 카드에서부터 출발하기 때문에 보통은 'The Fool's Journey(광대/바보의 여정)'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 여정의 첫 상징인 The Fool, 광대 카드는 대부분의 카드에서 전통적으로 '미지에 대한 첫 발걸음, 예측 불가능한 길'정도의 키워드를 갖고 시작한다. 내가 갖고 있는 무하 카드에서는, 따뜻하게 내리쬐는 태양 아래 별 고민 없이 웃는 강아지 한 마리를 데리고 가볍게 발걸음을 나서는 여성이 그려져 있다. 한 손에는 꽃 한 송이를 들고, 다른 손에는 가벼운 보따리를 둘러멘 얼굴에는 짐짓 어딘가를 떠나는 사람이라고 볼 수 없는 여유마저 서려 있다.


그러다 자세히 밑을 보면, 그녀가 서 있는 곳은 산 중턱 위의 어느 절벽 앞인 것으로 보이고, 발에는 신발이 보이지 않는 것으로 보아 이미 힘든 여정을 잔뜩 거치고 있는 중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 괴리에서 우리는 문득 생각하게 된다. 이 인물은, 힘든 길을 정말로 힘들다고 느끼지 않는 걸까, 아니면 힘들어도 그를 '모르는 채' 가기로 결심하여 움직이고 있는 걸까?




광대 카드를 보면, 나는 언제나 새로운 도전이나 시작 앞에서 두려워하는 마음보다 설레임이 더 앞서서 과감하게 앞을 나아가기로 했던 과거의 활발하고, 용감했던 모습들이 떠오른다. 집안 사정상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목적으로 회사의 규모보다는 당장에 돈을 벌 수 있는 곳에 정말 아무렇게나 취업한 첫 중소기업은, 분명 많은 경험을 안겨다 주었지만 미래의 비전을 그릴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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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직장인, 두 딸의 아빠, 한 팀의 팀장. 다문화가정. 기분부전증 남편과 ADHD 아내. 다양한 나라는 조각을 바라보아야만 하는 일상을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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