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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The High Priestess - 침묵의 언어

나의 내면을 듣는 시간 속에서

by Karel Jo


The High Priestess, 여교황 또는 여사제장으로 번역되는 이 카드는, 숫자 2를 상징하는 카드다. 모든 것의 시작이었던 1에 이어, 2부터는 복수의 숫자로 선택지에 대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카드를 들여다보면, 자유롭고 혼자서 무언가를 해낼 수 있는 능력 있고 재기 넘치는 마법사를 넘어오게 되면, 두 기둥 사이에서 조용하지만 말없이 무언가를 설파하고 있는 강인한 그녀의 모습을 만나게 된다.


여교황 카드가 갖는 일반적인 키워드는, '내면의 지혜', '무의식', '신성한 비밀', 그리고 '직관'이라고 보통 알려져 있다. 무하 카드에서의 여교황은, 검은색과 흰색의 두 기둥 사이에서 어두운 뒷배경을 바탕으로 오묘한 시선 끝에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입은 굳게 다물어 있지만, 두 눈에서 마치 '네 생각을 먼저 말해 보라'라는 듯한 질문을 던지는 듯 무릎을 꿇고 고해성사를 해야 할 것만 같은 분위기로 압도하곤 한다.



그러나 카드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면, 오히려 무언가 말하려 하다가 입을 다물어 버린 것 같은 모습으로 보이기도 한다. 마치 따스한 조언을 해주려다가도, 그 조언이 굳이 상처일까 봐 말하지 못하고 그저 이해한다는 표정으로만 바라보는 것처럼. 또는 그 말을 해도 들리지 않을 것을 알고 있는 체념에서 오는, 속마음을 철저히 닫아버린 채로 밝아지지 않는 어둠 속에 스스로를 그저 갇혀 버리게 하는 그런 모습도 보인다.


그녀는,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걸까? 그녀의 마음은 모든 것을 들을 준비가 된 포용력 있는 어른의 모습일까, 아니면 하고 싶은 말을 저 속으로 삼켜낸 애틋한 마음을 지닌 여성의 모습일까?




처음 여교황 카드를 보았을 때, 나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해 몇 시간 동안이나 뚫어져라 카드에 그려진 그녀의 눈을 바라보아야만 했다. 정확히는, 카드에 비치는 그녀의 모습에 마치 아무 말도 할 수 없는 답답한 자신의 모습을 투영해 바라봐야만 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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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직장인, 두 딸의 아빠, 한 팀의 팀장. 다문화가정. 기분부전증 남편과 ADHD 아내. 다양한 나라는 조각을 바라보아야만 하는 일상을 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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