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누군가의 토양이 될 수 있다
The Empress, 여황제 카드의 숫자 3은, 시작과 균형을 지나 무엇인가의 결실을 맺는 걸 상징하는 숫자다. 자연스럽게 카드가 갖는 키워드 또한, 모성과 자연, 그리고 풍요와 창조의 에너지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씨앗의 단계를 지나 싹을 틔워, 이제 결실을 맺게 되는 첫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그 순간을 지닌 카드가 여황제 카드다.
카드 속에 비친 여황제의 모습은, 말하지 않아도 풍겨져 오는 자애로운 분위기로 가득하다. 이전 카드인 여교황 카드의 분위기와는 달리, 풍경을 뒤덮은 밀이삭 앞에 앉은 여황제의 얼굴에는 기품 있는 웃음이 서려 있고, 늘어뜨려진 옷자락 사이로 보이는 문양은 '너의 모든 행동을 허하노라'라고 말하고 있는 듯하다.
그 카드 속에서 내가 받는 느낌은, 돌보는 힘을 가진 따스한 여제의 마음으로 다가왔다. 초여름 바람이 느껴지는 배경에, 단단한 황금빛을 띤 햇빛 속에서 나는 아직 결실을 맺지 못하고 기다리고 있는 한 줄기의 싹이었다.
물론, 그 내면에 보이는 약간의 어두움 또한 존재한다. 무엇이든 다 주는 풍요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역설적으로 언제나 그 풍요를 지켜야 하는 강인한 책임의 무게와 부담은, 손 끝에 강하게 붙잡은 완드의 단단함으로 표현된다. 그리고 자애로운 미소 아래에 감춰지지 않은 맨발의 모습에서, 누군가를 보호하고 지켜줘야 하지만 정작 자신의 모습을 돌보지 못하는 억눌림이 엿보이기도 하다.
그녀의 모습은, 진정 모든 것을 이뤄줄 수 있는 풍요의 상징일까, 아니면 누군가를 감싸기만 하고 정작 자신을 잃어버리는 초월적 희생에 휩싸인 존재일까?
나는 이 여황제의 의미를, 아내에게서 '사랑'을 배우는 과정에서 비로소 깨달았다.
그리 자랑스러울 이야기는 아니지만, 아내를 만나기 전까지의 나는 그다지 건강한 연애를 하고 있지 못했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모두 충실히 사랑하고, 모두에게 똑같은 영원을 꿈꿔왔지만 그 불씨가 오래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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