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엄마를 기리며~
단옷날 돌아가신 엄마의 엄마를 떠올리며...
여름의 초입! 어제오늘 할 것 없이 분주했던 아침 등원 시간이 지나고, 엄청 차갑고 제법 쓴 아이스커피 한잔을 내려놓고 마신다. 오늘은 단오다. 어린이집에서는 단오 잔치라고 생활한복을 입고 등원했다. 오전은 단오잔치, 늦은 밤에는 5년 전 돌아가신 외할머니의 제사다.
외할머니는 5년 전 단오, 친할아버지는 5년 전 양력 내 생일, 친할머니는 지난 크리스마스이브에 돌아가셨다. 의미 붙이기 나름이겠지만, 우리 집 어른들은 다 제법 특별한 날에 유명을 달리하셨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시던 날을 떠올리면 참 웃프다. 지금 생각해봐도 웃프다. 당시 첫째를 임신 중이었다. 임신 8개월 차였나? 우리 집은 친정에서 가까운데, 거의 2~3일에 한 번씩 엄마가 들르셔서 같이 집 근처 시장에서 국수를 사 먹기도 하고, 밀면이나 수제비를 사 먹기도 하고, 김밥을 먹기도 하고 그랬다. 그날도 마찬가지로 엄마가 들러 집 계단을 청소하고 계셨다. 엄마에게 집에 올 때 김밥 한 줄만 사달라 말했더니, 좀 머뭇하더니 알겠다고 하고, 김밥을 갖다 주시고, 뭔가 서두르는듯한 느낌으로 청소를 하셨다. 같이 먹자고 했더니 빨리 청소하고 통영에 가봐야 한단다. 외할머니 돌아가셔서 빨리 가봐야 한단다.
김밥 하나를 먹다가 갑자기 입맛이 싹 달아나던 그날의 기분을... 잊을 수 없다. 그렇게 엄마는 서둘러 본인이 해야 할 일(우리 집이 주택이었는데, 1층, 3층, 4층은 동생이 셰어하우스를 운영하고 있어서 엄마가 청소를 해주셨었다.)을 하고, 동생과 함께 통영으로 가셨던 기억이 있다. 본인 엄마가 돌아가셨는데, 초연하게 본인 할 일을 하고, 또 서둘러 엄마의 마지막을 보러 가는 딸의 모습... 그 마음이 어땠을까를 생각하면 지금도 먹먹해진다.
나의 경우는 친할머니, 친할아버지와 태어나서부터 쭈욱~ 결혼하고도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까지 할머니의 굴레에서 있어서, 외할머니에 대한 애틋함이나 깊은 정은 없다. 외할머니는 큰 외삼촌네 가족과 함께 사셨는데, 그 집에 아이들만 일곱이어서 사실 외손주들이 들어갈 자리가 없기도 했고, 우리도 친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살다 보니, 물리적으로 먼 거리에 살진 않았지만, 가깝지는 않았다.
하지만 지금도 죄스럽고 마음이 쓰린 기억이 딱 하나 있다. 우리 첫째를 임신 중이던 늦겨울! 그러니까 외할머니와 우리 친할아버지가 돌아가시던 그 해!
2017년 1~2월쯤이겠지? 남편과 통영에 여행을 갔던 적이 있다. 여행지에서 돌다가 외가댁 동네를 지나쳐가던 기억이 있다. 저 멀리서 길냥이에게 밥을 주시던 할머니의 모습을 봤는데, 당시 현금이 한 푼도 없었을 것이다. 용돈 한 푼 드려야 하는데, 드릴 돈이 여의치 않아서, 그냥 지나쳐왔다. 지금 생각해도 그때를 떠올리면 너무 마음이 쓰린다. 가슴이 저미기도 하고...
단옷날! 이른 오후, 5년 전 유명을 달리한 엄마의 엄마를 떠올리며, 잠깐 추모의 글을 남겨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