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생기고, 아직 4살 6살 둘 다 한참 어리지만 주변에서는 영어 노출 이다해 서 영어유치원이나 원어민 과외, 학원을 보내는 아이들이 하나둘 보인다.
우리 아이들은 집에서 매일 조금씩 그냥 꾸준히 나름 엄마표로 노출시켜주는 중이다. 하루에 영어 영상 한 시간 정도, 음원 계속 흘려듣게 틀어두고(놀때 상시로 틀어둔다), 영어 그림책 읽어주기(30분이상) 정도를 해준다.
지금 7개월째 매일 해주고 있지만, 막연한 불안감은 여전하다. 내 아이가 나로 인해 뒤쳐지는가에 대한 생각들로 머리가 복잡해진다.
지극히 평범한 우리 집. 아빠 형제 다섯에 나와 내 동생 포함해서 총 7명의 사촌형제가 있다. 그중 우리 남매와 사촌 한 명 빼고 4명이 리터니다. 그것도 1~2년이 아닌, 가장 짧게 다녀온 아이가 6년 차 리터니다. 나는 이 6년 차 리터니 아이와 가장 친한데, 가끔 물어본다.
너는 니 아이 낳으면 영어유치원 보낼 거냐고?
안 보내고, 중학생쯤 되면 단기로 유학 보낼 거라고 했다.
왜 그러냐 했더니 가성비면에서 그게 효율적일 거란다.
(이 아이는 중 1 때부터 중국에서 6년간 살았고ㅡ한국인이 넘쳐나는 국제학교 3년, 한 반에 한국인이 1명 정도밖에 없는 한국으로 치면 영재학교 같은 중국 학교에 3년 다녔다. 입시에서 북경대 치대에 붙었으나... 대기업 임원이었던 아버지의 조언으로 한국 대학을 졸업하고, 현재 대기업에 다니고 있다.)
중국어는 아주 유창하게 하고, 영어는 적당히 하는 정도인 아이에게 말도 안 되는 질문이지만 (영어보다 중국어 능통자임) 중국어로 사고하고 이야기하냐 했더니 아니란다.
(여기서 고모할머니 손자들은 우리 또래인데, 전형적인 교포 아이들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우리 집에 놀러 와서 한 일주일을 같이 보냈는데, 한글 쓰는 것이 약했고, 한국말은 잘했는데, 본인들 3남매가 이야기할 땐 영어로 말했다. 미국에서 태어나서 지금 삼십 대인데 쭉 미국에 살고 있다. 한국말 잘하는 한국계 미국인이란 표현이 맞는듯하다.)
중학교 때부터 국제학교나 현지 학교에 다닌 사촌동생은 영어나 중국어로 사고하진 못하지만, 중국어는 능통자, 영어도 토플 점수가 꽤 나오고, 여하튼 잘하는 편인 건 맞는듯하다.
그리고 또 다른 사촌!
얘네들은 자매인데 2살(10개월), 4살부터 외국에 살기 시작했다. 4살이던 첫째 아이가 9살 때 한국에 들어와서, 초등학교를 한 4~5년쯤 다니다가 다시 외국에서 중등, 고등을 보낸 것 같다. 지금 20살, 22살이 되었고 현재는 홍콩에서 유학 중이다. 인생에 반이상을 외국에서 보냈고, 국제학교를 쭉 다닌 이아이들은... 영어로 말할 때 딱히 한번 필터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리고 이아이들 중 첫째는 5살 때 정말 짧게 몇 달간, 현지ㅡ슬로바키아 유치원을 다녔는데, 현지 말을 정말 금세 배웠었다. 네이티브처럼 말했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 기억나는 건 도브레 밖에 없단다^^ 당시 티브이가 아리랑티브이밖에 안 나와서 근처에 한국 아주머니가 빌려주신 카드캡터 체리 일본말 버전 만화를 아이들에게 종종 보여줬는데, 4살 6살 자매들이 일본어로 이타다끼마쓰~ 이떼키마쓰~ 흉내 내며 놀던 장면도 떠오른다. 일찍 외국어 노출해주면 장점은 잘 배운다는 점이고, 단점은 계속해주지 않으면 단숨에 잊어버린다는 점이다^^)
이 아이들은 영어가 딱 세컨 랭귀지인데(어쩌면 모국어가 1번이면, 얘네에겐 1.5번쯤일수도 있다.), 이런 경우를 보며 생각되는 게, 일단 아이들 모국어 실력을 확실히 더 끌어올려줘야겠다 싶었다.
나는 아무리 해줘도 저 아이들처럼 학령기에 반 이상을 외국에서 국제학교에 보내 주거나 외국에 둘 수도 없는 상황이니... 그리고 당시를 떠올리면...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일단 우리 고모가 영어를 잘했다. 고모는 본인의 어휘 확장을 위해 영어를 진짜 열심히 공부했었고, 아이들과 틈만 나면 영어로 이야기했다. 2시간이고 3시간이고 핑퐁대화를 하고, 집에 현지인이면서 영어 능통자들을 수시로 초대했었다. 아이들은 학교는 국제학교, 집이있는 환경도 외국, 집에 놀러오는 사람들도 외국인! 지금 내가 엄마가 되서 당시를 떠올리면... 여러면에서 우리 사촌동생들은 영어 노출환경이 제공되고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어 수준을 넘어서는 영어는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를 했기에...
영어로 더 깊고 풍성한 표현이 나오려면 일단 한국어 능력을 더 올려줘야 한다는 답이나온다.
결론은 한국어 책을 더 많이 읽어줘야겠다. 한국어 사고와 어휘력이 더 확장되어야, 영어든 다른 외국어든 더 잘하고, 더 배울 수 있을 테니... 모국어 같은 외국어 말하기지 모국어는 아니니까...
회화로 적당하게 말을 하는 것보단, 좀 더 깊이 있는 말을 외국어로 하고, 뭔가 아이의 세계관이 넓어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어린 시절 아이의 자존감에 상처 입는 모습도 싫고!(참 아니라면서도 바라는 게 많은 엄마가 나다^^)
육아나 교육은 나무가 아니라 숲을 보는 마음으로 해야 하는데, 쉽지가 않아서 소신 데로 하면서도 여기저기 묻고 또 묻고, 찾고 또 찾는다. 결론은 지금처럼 꾸준히 노출해 주고, 독서습관을 잘 잡아줘서 문해력이 높은 아이로 자라게 해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