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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업맘은 감정 쓰레기통이다.

마음을 다쳤을 땐 글로 치유하는 편!^^

by Karen

초여름! 장마가 시작되려는지 날씨가 많이 꿉꿉하다. 보슬비처럼 비는 왔다 갔다 변덕스럽기 그지없다. 출근하는 남편과는 가벼운 실랑이가 있었다. 동갑이라 자주 언쟁을 하기도 하는데, 늘 심각하게 싸우지는 않지만 서로의 치부랄까? 불편한 부분을 살짝씩 긁어내며 싸우고, 또 어영부영 화해한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첫째는 6살, 둘째는 4살이다. 아이는 어리고, 생각보다 경제적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았다. 틈나는 대로 블로그 협찬을 통해 이것저것 받아보고, 기자단을 해서 푼돈이지만 약간씩 벌어보고, 무인 독서실을 운영 중이라 주말 3일은 이른 새벽 청소를 하러 가고, 지금은 돈이 잘 벌리지는 않지만 아주 작은 카페에서 아침 11시부터 오후 4시까지 일을 하고, 아이들 하원하면 챙겨서 밤 10시 반 잠들 때까지 시간을 보낸다. 내가 나 스스로 나라는 인간을 위해 쓰는 시간은 설거지할 때 잠깐 유튜브 보고, 카페에 손님이 없을 때 앉아 책 보는 시간이 다다. 친구를 만나는 시간도, 특별히 취미란 걸 하는 시간도 없는데... 당장 직접적으로 내 이름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없어서 내 자존감은 무한대로 떨어진다.



아이를 키워보니, 사람 하나를 길러내는 게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지, 그리고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너무 많이 느낀다. 인내하고, 또 인내하고, 솔직한 말로 내 30대 전반은 다 갈아 넣은 느낌이다.

두 아이를 양육하고, (살림은 잘 못하니까 빼더라도...) 최선을 다 해 키운다는 말은 거짓말이지만, 그냥 나름의 방식대로... 잘 키워내고 싶은 마음을 가득 안고,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밖에서 나를 봤을 때, 특히 남편의 입장에서 봤을 땐, 크게 가치 있다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공감능력이 좀 떨어지는 편이랄까?


내 아이들은 둘 다 딸이다. 사실 딸을 낳고, 남들은 딸을 낳아서 참 좋겠다. 딸 키우는 게 편하지? 딸이 예쁘지~ 하는데... 한편으로 슬프기도 했다.


이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가 나 같으면 어쩌지? 집에서 애기 보고, 남편이 주는 돈에 일희일비하는 삶이 되는 건 너무 슬픈데... (차라리 예전처럼 여자는 공부도 시키지 않고, 그냥 초등학교나 중학교, 고등학교만 졸업하고 바로 직업전선에 뛰어들거나, 시집을 가는 그런 케이스라면 지적 욕구나, 미래에 대한 갈망? 생각이 좀 적었으려나? 폄하하려는 의도는 절대 아니다. 그냥 머릿속 내 생각이 정리가 안돼서 표현이 이렇게 나오는 듯하다.) 내 두 딸은 차라리 결혼을 하지 않거나, 출산을 하지 않는 것도 좋겠단 생각을 하기도 한다. 가끔 아직도 남편만 잘 만나면 된다고 하시는 시어머니 말씀이 떠오르고, 거기에 내 어린 두 아이들을 대비시켜 말씀하실 때를 생각하면 화가 난다. 너무 답답하다. 아직 내 삶도 미래가 보이지 않아 답답한데... 내 두 딸은 어쩌지? 이 아이들이 살아가는 미래는 지금보다 훨씬 나아야 하는데... 여러 가지 생각이 너무 많이 교차해서 머리가 아프기도 하다.


항상 고민하고, 생각하는데, 크게 나아지는 것이 없어 답답하기도 하고...

감정이 쉽게 녹아들지 않는 오후라... 너무 센티해진 감정 그대로 내 마음을 글에 녹여본다.

글로 뭔가를 써 내려갈 때, 제일 마음의 위로가 된다. 오늘 쓴 글이 분명 내일 부끄럽겠지만, 감정쓰레기통이었던 내 마음을... 글로 전가시켜 잠깐 옮겨보련다.


비가 오는 흐린 날! 답답한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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