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할머니 엄마> 그림책을 읽고!

할머니와의 잔잔한 추억에 뭉클했던 그림책!

by Karen

두 아이를 육아하고, 매일 밤 잠자리 독서를 해주다 보니, 그림책을 참 많이 읽고, 또 읽는다. 눈으로도 읽고, 입으로도 읽고, 귀로도 읽게 되는 그림책! 생각해보니, 잔상이 남았던 그림책들이 제법 많았는데, 그 잔상을 기억을 글로 남기진 않았던 것 같다.


최근 우리 아이들과 읽었던 그림책 <할머니 엄마>


아직 내게는... 할머니의 부재가 6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아... 여전히 마음이 아리고, 쓰리고 그래서인지 제목부터가... 슬펐다. 표지 그림에서의 아이와 사진 속 우리 할머니와 아이들의 모습이 참 많이 닮아있다. 우리 아이들이 매일 외가에 가면 왕할머니와 저런 모습으로 놀았었고, 아마 더 어린날 나와 우리 할머니의 모습도 저랬겠지 생각되어 슬며시 미소가 지어지기도 했다. 제목이 그 자체로 너무 슬프게 느껴져 빌려왔는데... 내용은 그저 밝고, 행복했다.


할머니와의 많은 추억들이 행복하게, 잔상처럼 떠올랐던 그림책이었달까?




사실 아이들 그림책을 읽어주다 보면, 애엄마가 되어서인지... 뭔가 뭉클해지고, 먹먹해질 때가 많다. 호르몬의 영향인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직 어린아이들은 그저 그림이 예뻐서 보고 있고, 엄마가 읽어주니 듣고 있는데... 엄마는 참 많이 먹먹해졌던...

<우리는 언제나 다시 만나>, <나는 흰곰을 키워요> 같은... 책들!

아이들은 아무렇지 않지만, 엄마는 눈물이 핑 도는 그런... 그림책의 작지만 깊은 잔상들~




할머니는 큰 냄비에 호박도 송송, 바지락도 탁탁, 하얀 면 줄기도 술술 풀어 넣고 보글보글 칼국수를 끓여요.
ㅡ할머니 엄마 중


정말 얼기설기 이것저것 넣고 후루룩 뚝딱! 지금 나처럼 30대 중반 이상 된 사람들이라면... 할머니 댁에서 할머니가 뚝딱뚝딱 끓여주시던 국수나 여러 음식들!!! 비슷한 기억으로 추억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 같다. 분명 아이를 위한 그림책이었는데, 엄마가 감동받아 페이지 페이지 추억하며 되새겨 읽었다.

이제는 어딜 가도 맛볼 수 없어서 슬프고 아쉽지만, 아직도 국수를 보면 할머니가 뚝딱 끓여서 정말 아주 큰 대접에 잔뜩 담아서 먹으라고 내어오시던 모습이 떠오른다.



아이들과 한껏 공감했던 페이지다. 그림을 보며 나도 아이들도 한참 웃었다. 줄다리기도, 달리기도... 그림이 너무 재밌다. 지금은 가족이 다 참여하는 운동회는 추억 저편으로 사라졌지만... 우리가 어릴 때만 해도 운동회는 온 가족이 참여해 함께하는 소풍? 축제 같은 날이었다. 학교에 운동회가 열리면, 불량식품 파는 아저씨들, 병아리 파는 아줌마들, 이것저것 아이들 눈길을 끄는 것을 파는 상인들이 한껏 몰려와 장사를 하고, 아이들은 이날이다 싶어 엄마, 아빠, 할아버지, 할머니 주머니에 잔돈을 탈탈 털어 사고, 또 샀던 기억! 이날은 정말 맛있는 걸 먹는 날이다. 외식을 거의 하지 않던 우리 집에 외식데이가 바로 운동회 날이기도 했다. 집에서 멀지 않은 작은 경양식집에서 돈가스를 먹었던 기억이 난다.

다양한 가족형태, 가족의 해체와 맞벌이 수요의 급증, 그리고 여러 가지 이유로 가족적인 운동회는 사라지고 없지만... (엄마들은 확실히 편해진 듯하다.)... 그때 운동회를 직접 경험했던 나는... 즐거웠던 기억이 가득하다.


내가 초등학교 1학년! 그러니까 할머니가 유방암 발병하기 전 해 까지! 할머니는 우리 학교 어머니회까지도 참여하셨었다. 내게도 할머니는 엄마였다.




소희랑 동진이는 엄마랑 왔어요.
옆 반 강우는 아빠도 같이 왔고요.
그래도 지은이는 할머니가 있어 든든해요.
ㅡ할머니 엄마 중



할머니, 하나 더 먹어도 돼?

그럼 고로케 두 개 먹은 건 우리끼리 비밀이다.

응, 비밀

ㅡ할머니 엄마 중

아이들이 조금씩 커가면서... 아이와 나, 아이와 남편, 아이와 할머니, 아이와 누구! 작지만 귀여운 비밀이 하나둘 생기기도 한다.


가끔 친정엄마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나가면, 엄마가 애들이 달라는 아이스크림을 주거나, 젤리를 주거나, 티비를 보면서 셋이서 쿵짝쿵짝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이 작지만 귀여운 비밀 하나로 아이들은 할머니와 더 돈독해졌고, 엄마 비밀인데~ 하면서 이야기하기도 한다. 귀여웠던 그때의 모습과 그림책 속 내용이 겹쳐져 슬며시 미소가 지어졌다.

거기에 내 추억도 하나 더 더해진다. 예닐곱 살쯤 할머니와 시장에 자주 갔었는데, 갈 때마다 호떡 굽는 아주머니 앞에 앉아 꿀이 줄줄 넘치는 호떡과 식혜를 사주셨던 기억이 떠올랐다. 지금 그 시장에 그 호떡 굽던 좌판은 생선 좌판으로 바뀌었고, 그때의 그 아주머니는 파파 할머니가 되셨다.


집 앞마당에서 할머니, 나, 동생 셋이서 해 질 녘, 퇴근하는 엄마를 기다리던 나의 기억과 함께! 책을 덮었다.



요즘은 대가족이 흔하지 않은 가족형태지만, 90년대 초반!

내가 초등학교에 다닐 때만 해도

한 반에 38명~42명 정도 아이들이 있었는데, 예닐곱 명은 대가족이었던 것 같다.

사는 게 녹록지 않은 동네였던지라 대부분의 엄마, 아빠는 생계를 위해 전투적으로 맞벌이를 했었고, 그 공백은 할머니, 할아버지 몫이었다.

우리 때! 나 86년생?^^

제법 할머니 엄마 란 제목을 보고 공감하는 사람들 많지 않을까 싶다.


아이들 그림책 읽어주다 오랜만에 잔잔한 미소가 지어지던 시간이었다. 엄마의 마음을 아는지, 첫째의 다섯 살 생일날 건강하게 자라라 덕담해주시던 왕할머니가 떠오른 건지...

6살 첫째는 책을 다 읽고슬프네?라고 했다.


슬픈 내용 전혀 없었는데^^


오랜만에 할머니와의 추억을 떠올려보고 싶고,

아이와도 그림을 통해 많은 이야기를 해보고 싶은 분이라면 꼭 한번 읽어보기를 추천한다.


할머니가 보고 싶어 지는 날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전업맘은 감정 쓰레기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