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백중날이란다. 오랜만에 할머니가 다니시던 절에 엄마, 고모와 다녀왔다. 돌아가신 분 생신은 챙기는 게 아니지만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생신이기도 하고, 백중의 의미도 있고 해서... 여차저차 다녀왔다.
종교적인 어떤 신념도 가치관도 없지만 나고 자라온 환경이 불교적이어서 절에 가면 늘 맘 이편 하다. 우리 아이들 임신 중에는 태교로 법화경 사경을 했다. 그래도 그냥 크게 종교에 의미를 두는 사람은 아닌데,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49재의 의미를 알고, 그때의 그 느낌? 그 기분을 지울 수 없어서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와 업에 대한 생각도 해본다.
오늘 스님이 하신 여러 말씀은 엄마도, 고모도, 나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줬다.
불교에서 말하는 죽음과 중음! 환생에 대한 이야기까지~ 이 생 우리가 만나고 관계를 맺는 인연은 적어도 7번쯤은 내 주변에서 맴돌던 인연이었다는 것을 시작으로... 부모 자식은 서로의 업에 의해 맺어진 관계니 서로에게 죄를 짓지 말고 살아가야 한다는 뭐 그런 류의 한마디로 좋은 이야기들이었다.
절에 올 때마다 스님은 늘 교훈을 주는 말씀을 해주시고 절밥은 맛있다.
그리고 문득 든 생각이 있었다.
엄마는 한 달에 한번 정도 본인이 못 가는 경우에도 절에 기도를 올리고 기도비를 입금하곤 했다. 할머니 생전에 할머니도 그러셨고... 아이가 없고 나도 어렸을 땐, 내가 가지도 않는 절이 무슨 의미냐고 반문했었다. 부처는 내 마음속에 있는데 왜 절에 가서 빌고, 돈을 주냐며... 그런 마음을 가졌었는데, 오늘 절에 와서 108배를 하고, 기도하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나를 위해ㅡ나의 행복과 안위를 위해, 기도 해주고, 바래 주고, 염원해주는 것의 감사함. 부처님 불상 앞에서 절을 하는 것도 그 존재가 꼭 부처님이어서가 아니라 그 순간 나를 낮추고, 나 자신을 절이란 행위를 하며 바라보고 돌아볼 수 있어서가 아닐까 생각했다.
나 자신보다 내가 지켜야 할 존재가 생긴 후 절과 기도에 대해 생각해보니 조금은 초연하고, 겸손해진달까?
지금껏 내 나이 37이 될 때까지 나를 위해, 내 아이들을 위해 기도를 올려줬던, 또 기도해줬던 분들께 고마운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