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수히 뿌려진 유성우는 여름밤을 떠올리게 한다. 지루한 여름 장마가 그치고 본격적으로 더위가 시작되면, 할머니는 언제나 마당에 커다란 솥을 가져다 놓으셨다.
아빠가 시간 날 때마다 다듬은 도끼로 패어놓은 장작과 친구들과 갈퀴로 한 자루 가득 모아온 마른 나뭇잎들이 아궁이 옆에 그득 쌓였다.
마당에 풀어놓고 키우던, 새벽마다 내 귀를 괴롭혀 대던 수탉은 그날이 제삿날이었다. 글을 쓰는 순간 왠지 잔인했던가, 라고 순간 움칠거렸음을 살포시 고백한다.
손질한 닭과 찹쌀, 튼실한 마늘들과 함께 솥 안으로 들어갔다. 오랜 시간 바지런한 손길이 재료들을 푹 고았다. 딱딱한 마늘이 제 향도 풍취도 잃어 흐물흐물해지고 닭 뼈가 스르륵 분리될 쯤이면 한여름을 대비한 삼계탕이 완성된다.
마당 한가운데 놓인 툇마루에 앉아 할머니가 잘게 손으로 찢어주는 닭고기 몇 점과 마늘이 듬뿍 들어간 찰진 죽을 배가 도톰하게 나올 때까지 먹었다. 한 번만 더, 라는 말에 억지로 입을 열다 보면 어느새 가득했던 내 양은 슬슬 바닥을 보였다.
불룩 튀어나온 배를 두드리며 한쪽 툇마루에 등을 댔다. 다들 그렇지 않나. 배가 부르면 눕고 싶은 건 아이나 어른이나 마찬가지니까.
언제나 기억나는 건 누워서 바라보던 무수한 별들이었다. 별자리를 다 찾아볼 수도 있을 만큼 촘촘하게 박혀 빛을 내는 반짝이는 존재. 잔뜩 모여 속삭이는 마을과 같았던 넓게 펼쳐진 은하수. 별들을 가로지르며 소식을 전해주는 것만 같았던 별똥별. 커다란 별, 작은 별, 환하게 빛나는 별, 조금 울적하게 빛나는 별, 마주 붙어 있는 사이좋은 별, 서로 등을 지고 있는 듯한 거리를 둔 별. 이 세상 것이 아닌 기묘한 이야기들을 잔뜩 담은 보석 같은 별들이 캄캄한 하늘에 무수히 박혀 있었다.
촛불 대신 태양처럼 밝은 전기가 들어오고, 어두웠던 길을 대낮처럼 비춘다. 캄캄한 어둠은 지그시 구석으로 몸을 웅크리는 시절이 되었다. 조용했던 거리는 복작이고 시끄러웠다. 어둠을 밝혀주던 별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 없다고 여겨지는지도 모르겠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빛나고 있으나, 잊힌 존재처럼.
밤하늘을 바라보는가. 보이되 보이지 않는 수많은 별이 보석처럼 박혀 내려다본다는 것을 알고 있는가. 존재하되 알아채지 못한 손길이 당신 곁에 머무르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지는 않는가.
인간은 기억이 아닌, 추억으로 살아간다고 했다. 별똥별이 봄날의 벚꽃잎처럼 쏟아지던 어떤 여름밤처럼 기억 속 구깃하게 접혀있던 밤을 되돌아본다. 작고, 별다르지 않았던 하루. 이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 어쩌면 지금이 그런 일상일지도 모른다고 보이지 않는 별이 속삭인다.
#별이빛나는밤
#별이보이지않는밤
#어두운길
#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