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다사다난했다. 지나고 나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 사랑처럼 힘듦이라고는 몰랐으면 좋았을 텐데 하루하루가 선명한 사진처럼 다가왔다. 단단하다고 여겼던 심지는 바람에 흔들리는 수양버들처럼 갈 곳 없이 이리저리 흔들렸고, 가끔은 재처럼 다 타버려 더 이상 불을 밝힐 수 없을까 봐 문득 무서워지는 날도 있었다.
표정만은 흐트러지지 않았다. 드러나지 않게 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회사에서는 항상 웃었고, 집에서는 어둠 속에서 간간이 울었다. 말로 할 수 없는 무언가가 목구멍까지 차오르면 울지 않으면 배길 수가 없었다.
파도가 유난히 크게 출렁거리는 날에는 폭풍우의 한가운데 있는 것처럼 뱃멀미를 했다. 머리가 어지럽고 울컥거리며 무언가를 토해내고 싶었지만, 입술을 꼬옥 다물고 바닥 한구석에서 몸을 웅크렸다. 감정의 파도가 밀물처럼 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기를, 그래서 온전히 평온한 마음으로 존재하기를 바랐다.
그러다가도 이도 저도 안 되는 게 무서워서 평소처럼 살았다.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러닝을 나가고, 산책을 나가고, 글을 쓰기도 했다. 매일을 버텨내다가 힘겨우면 나는 백설공주라 속삭이며 오랜 기간 잠을 자기도 했다.
그랬다. 나는 버티기를 하고 있었다. 원래 삶이 녹록지 않은 거라며 자신을 위로 하고, 어떻게든 이 시간을 보내기 위한 이런저런 일을 지속했다.
부단하게 노력했다. 간혹 넘어지거나 엎어질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때면 조금 쉬고 다시 일어났다. 매일 5000자를 쓰려고 했다는 어떤 작가님처럼 대단하지는 않았지만, 하루에 2000자라도 채우려고 끈질기게 버텼다.
일을 하면서 글을 쓰려고 버티는 내가 어느 순간은 대단하게 느껴지다가도 바닥에 떨어진 가을 나뭇잎마냥 숭숭 구멍 뚫린 글을 볼 때면 헛웃음을 짓기도 했다.
그렇게 한해를 누덕누덕 기우며 실그러지지 않도록 부여잡았다. 버티고, 버틴 2023년이 곧 저물어 간다. 언젠가는 타인에게 위로가 되길 바란다는 오만한 목표로 글을 쓰기 시작했지만, 오히려 위로받았던 건 나였던 게 아니었을까.
나는 지금 한강을 지나간다. 청남색의 구름이 옅은 수채화처럼 연분홍빛으로 번져갔다. 어둑한 하늘 아래 찬란한 저녁노을이 너무도 아름다워서 가슴이 벅차올랐다. 언젠가는 온기를 지필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기를, 한 번쯤은 뜨끈한 양손으로 얼어있는 마음을 녹일 수 있기를 부끄럽게도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