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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지, 뭐라도.

by 알펜



taru-goyal-lZVBjYeeEu0-unsplash.jpg 사진: Unsplash의Taru Goyal


프레임 씌우기에 능합니다.



누가?



나.(단호)



반쯤은 농담이고, 반쯤은 진심이다.



내가 하는 게 프레임 씌우기 비슷한 행동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은 한창, 프레임 관련 논제가 떠오르며, 최인철 작가님의 「프레임」이라는 책을 읽고 나서였던 것 같다. 책조차도 내가 고른 것이 아닌, 독서토론회에서 정해준 것을 억지로 표지를 열었다가, 후르르 읽어버렸던 기억이 있다.






어렴풋한 기억은, 대학교 1학년 때였던가.



성실하고, 착하고, 머리도 잘 돌아가는 친구 A가 있었다. 외모도 꽤 뛰어난 친구였다. 어째서였는지, 친하게 지냈던 4명의 무리 중 2명이 A와는 다니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갓 성년이 된 친구들의 복잡한 심정적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었고, 중간자적 위치에 있었던 나는 꽤 곤란한 상태였다. 나와 친한 친구가 A와 다니지 않겠다고 한 사람 중 하나였으니까. 선언한 2명과 같이 다니고, A는 혼자 다니게 둘 것인지, 잠시 고민했다.



갈림길에서 내가 무슨 선택을 했었던가. 기억나는 감정은, 같이 다니지 않겠다고 선언한 2명이 말한 이유가 다소 옳지 않다 정도였다. A에게 직접적으로 물었다. 나랑 다닐 거냐고. 너만 괜찮다면 나는 너랑 다니겠다고.



내 결정이 무슨 의미가 있었겠나 싶기도 하지만, 다소 어색했던 우리 사이는 정말 둘도 없는 단짝 친구가 되었다. 친구가 배낭여행을 위해 학교를 휴학할 때까지 종일 붙어 다녔으니까.



가까이에서 본 친구는 내가 들었던, 혹은 조금 알던 사람과는 달랐다.



순종적이고, 조용해 보이는 겉모습 안으로 타오르기 직전의 불꽃을 담고 있는 사람이었다.



“너는, 내면에 굉장한 열정을 품고 있어. 마치 타오르는 불꽃처럼.”



정확한 말은 아니다. 비슷한 의미의 말을 그냥 내던졌으니까. 그녀 안의 불꽃이 너무도 아름답고 찬란해서, 그런 불꽃을 알아본 자신을 굉장히 자랑스레 여기면서. (미리 말해두지만, 모든 귀결은 내 칭찬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자유롭게 살아가고 있다.

여전히 내가 자랑스레 여길 정도로.



내가 아는 선한 사람들이 잘 되는 게 좋다. 성공하고, 명성을 얻고, 행복한 삶을 살아가는 게 좋다. 그 사람이 내가 아는 사람이야,라고 말을 내뱉을 수 있고, 티스푼에 한 꼬집 정도는 내가 도움을 줬을지도 모를 거라는 마음이 들면 행복하다.



지금은 같이 글을 쓰는 팀원들에게 사실 섞인 프레임을 씌운다.



굉장해요.
조금만 더하면 내년에는 빛나는 해가 될 거예요.
이야기를 엮는 능력이 있군요.
정말 재능이 있어요.




나에게 가까이 다가오세요.



내 입술에 귀를 대주세요.



등을 토닥이면서 다정하게 속삭여 줄게요.



“정말, 대단해요. 뭐든지 될 수 있어요. 조금만 더 하면 돼요.”



속닥속닥.



속닥속닥.



속닥.








#프레임씌우기어디까지가능한가


#선한사람들이좋아


#다들잘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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