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따운 우리 한복展
앞서 애기한 것처럼 그간 라이엇 게임즈에서 십 여 년간 <문화재 지킴이> 사회환원사업을 이끌어오면서 매해 국외 우리 문화유산의 제자리 찾기, 즉 환수와 청소년을 대상 한 역사교육을 지원해 왔다.
그리고 연 단위 사회환원사업기금 중 절반 가량은 그 외의 신규 프로젝트에 투입했다. 장기적으로 인연과 성과를 기다리며 시간을 버텨내야 하는 환수 지원 프로젝트와 또 매해 꾸준히 공을 들여 쌓아 가야 할 교육 사업 외 사회환원사업의 신선도를 지키고, 보다 주도적으로 사회환원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택한 복합 구조였다.
하지만 그러다 보니 늘.. 올해는 무슨 새로운 도움이 되어볼까, 라이엇이 <문화재 지킴이>로서 올 해 새롭게 발 벗고 나설 부분은 무엇이 있을까를 고심하고 만들어 내는 것이 정말이지 쉽지 않았다.
통상 새로운 프로젝트를 고안해내야 했고 그중 대다수의 아이디어가 검증 과정서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유의미한 결과를 내려면 수 백억 단위의 예산 투입이 필요하다거나, 이미 정부 차원서 검토하고 있어 민간기업이 발을 끼기에 쉽지 않다거나 안 되는 이유는 많았다. 때문에 거의 직전 후원약정을 완료하고 나면 해당 기부금에 기반해 움직일 각 프로젝트를 굴려가는 동시에 바로 다음 해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좋은 아이디어를 찾아 파트너사들과 수차례의 논의를 이어가고… 어느 정도 구체화하고 나면, 사업 진행 계획을 정리해 내부 컨펌을 구했다. 이 과정서 프로젝트별 기획의 수정, 보완이 거듭됐고, 아이디어가 전면 거부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기도 했다. 이에 사회환원사업의 연단위 신규 프로젝트 개발에는 통상 6개월 이상이 소요됐다. 그리고 이 모든 기획과 계획, 협의와 보고 과정이 끝나면 그때서야 문화유산청과의 <후원약정>을 통해 해당 프로젝트를 외부에 밝히고 확약했다.
임팩트 있는 아이디어를 찾아내는 것부터 현실적인 기획을 완성해 내는 것, 그리고 이후 실제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외부에 공표하기까지… 단계별로 쉬운 일이 하나 없었다.
하지만 매해 이렇게 공을 들였기 때문에,
그렇기 때문에 비로소 이뤄질 수 있었던 프로젝트들이 굉장히 많았다.
그중 하나가 바로 2020년 한복의 날 공개한
<‘아리’따운 우리 한복展>이다.
사람을 지원하고, 사람과 함께 하는 아이디어는 2018년 초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수개월의 과정을 거쳐 실제 2018년 11월, 문화유산청과의 후원약정에 이 부분이 신규 프로젝트로 굵게 들어갔다.
사실 2018년 초, 문화재청(현 기관명 : 국가유산청) 장영기 사무관께서 문화재청 산하의 특수 국립대학인 "한국전통대학교"의 학생들에 대한 지원을 제안했다. 해당 대학의 학생들이 대학생활을 통해 배운 각 분야에서의 전문 지식과 능력을 실제적인 업무 경험과 연계할 수 있도록 인턴십 등의 지원하는 내용이었다. 특수한 형태의 대학인 만큼, 미래를 위해 이들을 길러내는 데 라이엇도 동참하는 것 의미가 있겠다 판단했다.
그런 동시에 과거 조선왕실의 문화유산 보존처리를 돕는 등에서 한 발 더 나아가 근현대 문학과 관련해 <이상의 집> 리뉴얼을 함께하고, 김소월 시인의 <진달래꽃> 시집 관한 전시를 기획해 내며 시대적 한계를 넓혔던 것이 떠올랐다. 아, 시대를 넘어 지원사격의 범주를 넓힌 것처럼 이번에는 지원사격의 대상 범주를 넓혀 생각해야겠다 싶었다. 고궁이나 왕릉, 각종 문화유적지 등 실체가 뚜렷이 보이고 남는 부분을 지속 지원할
수도 있지만 과거와 미래의 연결가교인 사람을 지원하는 것도 충분한 의미가 있다 생각했다.
그리고 문화유산 분야의 살아있는 문화유산은 단연코 무형문화유산 선생님들이 아니시겠는가. 그리하여 문화유산청과 같이 이 분들을 지원할 방도를 찾았다. 쉬운 답은 "취약 종목" 선생님들에 대한 금액적 지원이었다. 이 분들이 상업적 고민 없이 기술과 역량을 후대에 고스란히 전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후원을 하는 것.
하지만 금액적인 지원에 그치기엔 아쉬움이 남았다. 국가대표 장인이신 이 분들에 대해 더 많이들 주목할 수 있기를… 또 그 금손의 기술과 역량을 살려 무언가를 더 하고 싶었다.
무형문화유산 취약종목 전체 리스트를 구해 매일 들여다 보고 또 봤다. 그러다 <침선장>, <화해장>, <매듭장>, <금박장> 4분의 선생님이 모이면 우리 전통 의복 전문 어벤져스시구나 싶었다.
자사의 리그 오브 레전드 (League of Legends, 이하 LoL) 속 한국적 캐릭터인 "아리(Ahri)"가 입고 있는 한복이 생각났다. 다분히 게임적으로 풀어낸 짧은 길이의 한복을 입고 있는 아리였지만... 이 게임 속 한복을 현실 속에서 무형 문화유산 선생님들의 손을 통해 재해석, 재탄생시킨다면 어떨까? 라는 욕심이 났다.
그 누구보다 한복을 잘 알고, 그 누구보다 아름답게 표현하는 무형 문화유산 선생님들께서 함께 해주신 다면 게임 속 이미지의 또 다른 탄생을 만들어 내는 것은 물론... 그 과정을 잘 담아내고, 완성된 한복을 게임 플레이어와 대중 앞에 공개함으로써 우리 한복의 아름다움을 전할 수 있겠구나 싶었다.
하지만 가장 전통에 가깝고, 그 전통을 지켜내는 데 앞장서는 무형문화유산 선생님들이신 만큼 조심스러웠다. 그리하여 내부에도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선보고해 컨펌을 득한 뒤 아주 조심스럽게 콜라보레이션 제안을 이어갔다.
먼저 문화재청 및 국가유산진흥원(당시 기관명 : 한국문화재재단)에 "아리"의 한복을 재탄생시키고자 하는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지지를 얻었다. 그리고 무형문화유산 선생님 4분을 직접 만나 뵐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 그 자리에서 라이엇 게임즈에 대해 또 해당사의 <문화재 지킴이> 사회환원사업에 대해 최대한 간곡하게 또 이해가 쉬우시도록 설명했다.
침선장 구혜자 선생님, 매듭장 정봉섭 선생님, 화해장 황해봉 선생님, 그리고 금박장 김기호 선생님까지… 4분께 본인의 진심이 통했던 것인지, 또는 무형문화유산 선생님들에 대한 고정관념이 오히려 너무 딱딱했던 것인지 의외로 선생님들께서는 "새로운 도전"에 흔쾌히 응해 주셨다. 우리 한복의 아름다움을 널리, 특히 젊은 세대에 전하고자 하는 라이엇 측의, 본인의 의지를 높이 사주신 덕분이었다.
프로젝트의 리더는 침선장 구혜자 선생님께서 맡아 주셨다. 2019년 10월 공개를 목표하고, 게임 속 캐릭터의 한복 디자인을 분석하고 이를 다시 우리의 전통복식으로 해석해 디자인하기부터 시작됐다.
<12화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