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ARCANE : 시즌1> 홍보
<8화에서 계속>
2021년 11월 7일, 전 세계 190개 국 동시 공개. 애니메이션 <ARCANE : 시즌1>의 방영을 앞두고 수개월 전부터 세계 각지에서 아케인 퍼블리싱 역할을 맡은 모든 글로벌 라이어터(Rioter)들은 꽤 오래 논의하고 고민했다. 이는 기존에 재미있고 퀄리티 높은 게임을 잘 만들어 퍼블리싱, 마케팅, 홍보를 하던 방식과는 분명 또 달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라이엇은 이 TV애니메이션 시리즈를 통해
자사의 게임을 이용하고 사랑하는 플레이어에게 색다르고 보다 풍성하게 확장된 게임 경험을 선사하고 싶었다. 또 그런 동시에 한편으로는 게임이 친숙지 않은 애니메이션 팬들, 영상 콘텐츠 소비들도 <아케인>을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기를 바랐다. 더 욕심 내자면 그것이 그들의 LoL과의, 그 게임 유니버스와의 긍정적인 첫 만남이 되길 기대했다.
하지만 이 두 마리 토끼 모두 사실 잡기 쉬운 목표는 아니었다.
게임 플레이어라고 해서 모두가 게임 속 캐릭터들의 숨은 이야기, 게임 속 지역 간의 관계 등의 유니버스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었다. 또 게임과의 접점이 적은 애니메이션 팬이나 영상 콘텐츠 소비자라면 선뜻, 게임 회사가 만든 낯설고 낯선 애니메이션 시리즈에 손이 가지 않을 것이란 걸 알았다. 때문에 <아케인 : 시즌 1>의 성공적 홍보를 위해서는 단계적인 메시지 내러티브는 물론, 다양하고 보다 확장된 미디어 활용이 필요했다.
사실 본 블로그를 통해 <아케인 : 시즌1>의 홍보 전략과 진행 내용을 모두 소상히 나열하긴 어렵겠다. 하지만 가장 굵직한 부분들만 요약해 보자면, 우선 시기를 나눠 시기별 공개 가능 리소스와 마케팅 활동 등과 시너지를 내며 홍보 메시지의 흐름을 만들어 갔다.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라이엇은 2021년 11월 7일, 넷플릭스를 통해 <아케인>의 첫 ACT, 즉 1막에 해당되는 1, 2, 3화의 콘텐츠를 공개했고 이후 3주에 거쳐 총 3막, 9화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그리고 그에 앞서 전 세계 동시적으로 사전 콘텐츠를 내놓으며 게임 플레이어와 애니메이션/ 영상 팬들의 기대감을 증폭시키고자 했다. 대표적으로 <아케인>의 공식 트레일러 영상이 2021년 9월 말에, 그리고 <이매진 드래곤스>와 협업한 OST가 10월 말에 공개됐으며 이외에도 애니메이션의 중심 캐릭터별 포스터를 비롯해, 성우진 정보 등도 선 공개했다.
이 흐름을 따라 홍보적으로는 9월 경부터 <Arcane is coming> 메시지를 시작으로, 11월 초 <드디어 Arcane이 베일을 벗었고 팬들이 이를 반긴다>는 메시지를 중점적으로 내밀었다. 또 11월 주 단위로 콘텐츠가 공개되는 시점에 있어서는, 공개된 콘텐츠의 주요 내용에 대한 갈무리부터 LoL 유니버스와 연계되는 숨겨진 이야기, 관람 포인트, 다가오는 콘텐츠에 대한 예고 등에 힘을 실었다. 그리고 여타 마케팅 활동들은 콘텐츠 공개 시점들까지 중점적으로 이뤄졌지만 홍보적으로는 콘텐츠 공개가 종료될 때까지, 그리고 그 이후에도 주요 성과 및 "대체 왜 라이엇 게임즈가 TV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는지", "궁극적으로 <아케인>을 통해 게임 플레이어에게, 또 더 많은 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를 니콜로 러렌트 CEO 및 <아케인> 공동제작자 등의 목소리의 힘을 빌어 전달했다.
전략을 세우고, 키 메시지와 이미지/영상 리소스, 거기에 TOP레벨의 Spokes Person까지 십분 활용해 순차적으로 홍보 효과를 쌓아 가는 식이었다.
전에 해보지 않은 시도도 분명 필요했다.
<아케인>은 유명 게임 IP를 이용해 게임 개발사가 파트너사와 함께 제작하고 OTT서비스를 통해 선보이는 TV애니메이션 시리즈였지만 게임 플레이어 외에 더 넓은 타깃을 갖고 있었고, 또 그런 만큼 공을 들여 정말 잘 만들었다 자부했기 때문에... ‘게임’을 떼고 애니메이션 신작으로서 홍보하는 시도들도 여럿 택했다.
대표적으로 지상파 영화프로그램 KBS <영화가 좋다>를 통한 소개 및 <김시선>, <무비트립> 등 영상콘텐츠를 집중적으로 다루는 YT채널과의 협업, 그리고 <씨네 21>을 통해 <아케인> 스토리 및 흥행성과, 그 요인을 다룬 경우들이 이에 해당된다.
특히 주말 영화 프로그램 <영화가 좋다>, 그리고 대표적인 영화전문 미디어 <씨네 21>를 통한 소개라니. 그 얼마나 상징적인가. 모든 협업은 매우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기존에 게임에 대한 이해나 흥미가 낮은 미디어들이었기에, 협업 자체를 끌어내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수개월에 거쳐 사전 연락을 하고.. 수 차례의 미팅과 통화, 이메일을 통해 간극을 좁혀 갔다. 라이엇 자체에 대한 설명부터, 이 회사가 애니메이션 제작을 통해 이루고자 하는 것, 또 <아케인>이 애니메이션으로서 갖고 있는 매력과 그 완성도를 이야기함으로써 말이다.
<아케인>에는 LoL 유니버스의 여러 지역 중 필트오버와 자운이 핵심 배경으로 담겼다. 그리고 그 배경 속에 LoL의 인기 캐릭터 바이와 징크스가 선과 악, 가난과 부유함 등의 운명이 얽히고 뒤섞인 자매로 나오며 이야기를 풀어간다. <아케인>은 이의 공동 제작자 크리스티안 링케가 밝힌 것과 같이 '이중성'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징크스와 바이의 관계 속에서 그들이 '가족을 위해 무엇을 할 것인지, 어떤 가치를 타협하고 어떤 갈등을 인내할지에 대한 생각이 발전되어 스토리의 곳곳을 채우고 있다. 또 게임 유니버스 속의 여러 지역 중에서도 우선적으로 기계를 중심으로 진보적인 도시를 이룬 '필트오버'와 거대하고 어두운 지하도시 '자운'을 통해 깨끗하고도 위선적인 면과 위험하고도 보다 본능적이고 욕망에 충실한 인간의 양면을 담기도 했다.
도시의 상부와 하부에서 펼쳐지는 LoL 속 여러 캐릭터들의 이야기이지만, 사실 게임을 모르는 이들도 빠져들 수밖에 없는 자매의 이야기이자 사회 곳곳의 여러 이중적 면을 담고 있다 할 수 있다.
이 복잡하고도 심오한, 알 수록 재미있는 스토리를 어떻게 잘 전달할까. 어느 만큼을 어떻게, 홍보에 잘 활용할까 고민하다 '게임 플레이어라면, 또 게임 플레이어이기에 알아볼 수 있는 면' 들을 부각해 <아케인>에 대한 흥미를 키우고, 스토리를 따라오도록 하는 게 좋겠단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최적의 파트너로 뉴미디어를 택했다.
게임 유니버스 속에 숨어있던 이야기, 두 캐릭터 간의 관계가 반영된 게임 속 대사들의 힌트 등 흥미로운 이모저모를 공개 가능 시점마다 다뤄내는데 <미요토리>, <온다람> 등 게임 전문 YouTube 채널들, 인플루언서들이 함께 했다. <테스터훈> 채널을 통해서는 이매진 드래곤스와 협업한 공식 OST, 뮤직 비디오에 대한 리액션 비디오를 공개키도 했다. 앞서 영화, 영상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김시선>, <무비트립> 등의 채널과 협업을 결정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이는 기존의 미디어 홍보 영역을 넘어서는 결정이기도 했다. 허나 전하고자 하는 내용과 타깃 접점에 따라 뉴미디어 또한 적극적으로 맞손을 하는 게 맞다 판단했다.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 이어지는 여러 마케팅/ 홍보 활동도 있었다. 통상 온라인 게임 개발 및 서비스사는 게임을 통해 사용자를 만나며, 때문에 직접적으로 팬들을 마주할 기회가 오히려 적다. 하지만 라이엇은 오프라인 이벤트나 마케팅 또한 적절히 잘 활용하는 편이었다. 오프라인에서 직접 참여하고, 마주할 수 있는 경험들이 얼마나 높은 만족감을 남기고 이후까지 큰 잔상이 되는지를 잘 알기 때문이다. <아케인> 관련해서도, 콘텐츠 공개에 열흘가량 앞서 성수동에 마련했던 아케인 체험전시를 비롯해 11월 7일 당일 용산의 CGV에서 진행했던 시사회 등이 그러했다.
특히 10월 29일부터 11월 7일까지 10일 간 이어진 체험전시는 젊은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성수동, 카페 깐느의 팝업스토어에서 마련했다. 이곳에는 권오상, 지용호, 최문석 등 국내외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6인의 아티스트와 함께 준비한 12종의 작품을 가득 전시했고, 동시에 현장을 방문한 플레이어들이 즐길 수 있는 각종 기획 프로그램도 병행 운영했다. 아티스트들의 총 12종의 작품은 아케인의 스토리를 ▲성장 ▲대립 ▲갈등 ▲분노 ▲연결 등 다섯 가지 키워드로 풀어냈다. 해당 공간에서 즐길 수 있는 모든 것들이 '아케인의 세계관'을 이해하고, 빠져들도록 준비됐다. 결과적으로 이 팝업스토어, 체험 전시에는 수 천명의 방문자가 다녀갔다. 이른 시각부터 미리 줄을 서 차례표를 받고 성수동 일대를 즐기다 아케인 팝업 스토어에 방문하는 것이 하나의 멋진 데이트 코스이자, 트렌디한 즐길거리로 온라인상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사전 하이핑, 갖가지 콘텐츠 공개를 홍보하고 스토리를 풀어가며 기대감을 높인데 이어 이어 11월 7일, 넷플릭스를 통해 <아케인 : 시즌1>을 공개한 그 시점부터는 유의미한 지표를 모으고, 이를 확산하는 데 집중했다. 넷플릭스 일간/ 주간 인기 콘텐츠 순위를 비롯해, 플릭스패트롤 지표, 로튼토마토 평점 등 콘텐츠 특성에 맞는 지표들을 실시간으로 찾아내고 외부활용을 위해 본사, 글로벌 라이어터들과 합의했다. 거의 이 시기에 한국의 업무 시간에도 미국 LA의 업무 시간에도 계속 깨어 있었다. 시의성 있는 수치, 지표 활용을 위해선 어쩔 수 없었다.
그렇게 유의미한 지표들을 찾고 컨펌을 거듭하는 동시에 '오징어게임의 연속 1위 행진을 막아 선'과 같이 모두가 이해하기 쉽고, 주목할 만한 메시지 포인트 또한 벼려냈다.
이런 지표와 표현들은 게임 업계 전문 미디어뿐 아니라 레거시 미디어, 영화계의 미디어 입장에서도 <아케인>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방영되고 있는지를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또 더 주목하도록 하는 데 큰 힘이 됐다.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라고 하듯, 콘텐츠의 속성과 업계가 변화한 만큼 해당 영역에서 통용되고, 의미 있는 지표를 이해하고 이에 기준해 메시지를 전달한 것이다.
<아케인 : 시즌2>가 다가오고 있다. 오는 11월 또 한 번,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될 새로운 이야기들과 그에 대한 게임 플레이어들, 그리고 콘텐츠 팬들의 반응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늘 새로운 시도는 챌린지를 받기 마련이다. <아케인 : 시즌1> 홍보를 위해 전에 시도치 않았던 홍보 방식이나, 플랫폼을 사용코자 했을 때에도 내부적으로 과연 이것이 최우선 선택이 맞느냐, ROI는 어떻게 되느냐 등의 반문과 논의가 있었다. 하지만 깊게 고민하고, 전략적으로 선택하는 것이라면... 새로운 일은 꼭 결과를 남기기 마련이다. 엄청난 수치적 성과가 아니라도 최소한 시도의 흔적, Lesson Learned를 남기지 않겠는가. 그래서 때로 과감하게, 전에 없던 시도를 계획하고 밀어붙여 볼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