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 때문에 퇴thㅏ했어요'라고 당당히 말할 수 있으려면?
직장인들 대부분 '이것' 때문에 출근합니다.
이미 제목에 공개해서 긴장감이 덜하네요. 월급으로 대변되는 '돈(money)'입니다.
소중한 시간을 내놓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직장인.
시간은 한 번 지나가면 다시 오지 않는다는 관점에서 사실, 우리는 회사에게 어마어마한 가치의 자산을 담보로 하고 재화를 얻고 있네요? 심지어 생산적인 활동으로 회사의 성장을 견인하는데 도움을 드리죠.
시간과 스킬셋(노하우), 더 나아가 나의 에너지까지 오롯이 쏟아내고 그 대가로 돈을 버는 구조. 회사가 돈을 주는 대신 저희에게 가져가는 게 참 많죠? 이렇게 쓰면 회사가 되게 악랄해 보이는 baby demon 같지만, (사실 우리가 먼저 '회사야, 시간을 줄게. 돈을 줘'라고 자원했잖아요?) 회사가 저희에게 돈만 주는 것은 아닙니다. 매우 드물게 유니콘처럼 마주치는 좋은 팀원, 상사, 후배분들을 저희에게 선물하기도 하고요. 그리고 각자 업무를 통해 직업적 성장을 이루도록 '장'을 마련해주기도 합니다. (물론, 성장을 하느냐 마느냐는 각자의 선택과 능력의 몫이죠.)
오늘은 직장인에게 가장 중요한 0순위 중 하나. '연봉'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분명 회사는 흑자를 내며 성장 중이고, 최근 3-4년간 성과가 충분히 났음에도 불구하고 연봉은 5년째 동결인 상황. 없을 것 같죠? 허다합니다. 중소기업 재직자의 경우, 계약 수주의 성과를 통해 매출 성장에 긍정적인 기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연봉동결, 혹은 복지 축소와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 일할 맛 안나죠.
여담이지만, 저는 직전 직장에서 전체 연봉을 동결시키는 바람에, 응당 인상받았어야 하는 연봉 몫을 스스로 챙겼습니다. 어떻게요? 매주 주말, 와인 소개팅 호스트로 24명의 남녀를 이어주는 소개팅을 진행했었어요. 누군가에게는 이 또한 별 것 아닌 부업으로 보이겠지만, 주중에는 회사 + 주말에는 알바를 하다 보니 화가 나더군요(?). 노력이나 기여도에 비해 시장 상황을 이유 삼아 연봉이 동결되었고, 이를 갈음한 인센티브는 그간 제가 하드캐리하며 냈던 성과 대비 아쉬울 따름이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당연히 애사심은 없어지고 회사에 왜 다니는지 모르겠더라고요. 남자 직원들끼리 우르르 몰려다니며 몰래 정보를 공유하며 소외시키고, 창업멤버, 원년멤버가 아닌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일하며 성과를 내는 여자 직원'은 경계하고 찍어 누르는 사람들에게 지쳐 겸사겸사 저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그만두었습니다.
연봉을 이야기하다가 갑자기 빌런으로 이야기가 샜네요. 오늘은 연봉 때문에 퇴사하시는 분들을 위한 퇴사사유를 준비했고요. 구체적으로 아래 2가지 케이스를 가져왔습니다.
유형 1. 회사는 잘 나가지만 합당한 보상을 수년 째 하지 않을 때 (ft. 물가상승률 정도는, 거참. 반영해 줘요!)
유형 2. 연봉 책정 및 인상 과정의 불투명함으로 인한 평가 불일치 경험 (ft. 왜 아무것도 안 하는 쟤는 올려주고 성과 낸 나는 안 올려줘요?)
바로 가보시죠.
면접관도 OK 하는 퇴사사유 4 - 연봉 편
회사 재정상태가 당장 급여 지급이 어려운 그런 극단적인 회사를 제외하고, 일반적인 중소, 중견, 대기업을 다닌다고 가정해 봅시다. 최근 5년 흑자를 내며 그야말로 '랠리'중인데, 이상하리만큼 직원에게 합당한 보상을 하지 않는 회사가 의외로 중소, 중견기업에 꽤 많다고 들었습니다.
가족회사나 친구들이 합작해서 만든 사내 동아리 느낌의 회사들이 자신들만 해쳐먹기 위해 직원들을 희생시키는 영화 같은 상황도 있겠지만, 성장하는 회사가 계속해서 연봉을 동결한다? 어떤 규모의 형태이든 이러한 유형의 회사는 직원을 소모품 그 이상/이하로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봅니다. 직원의 성장, 동기부여 따위에는 관심 없이, '처음 우리 회사 들어올 때 책정한 금액, 그거 주면 일하겠다는 거 아니었어? 또 줘야 해?"라는 조직문화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런 회사에 있으면 번아웃이 옵니다. 순이익도 증가하고 비즈니스가 눈에 보이게 성장함에 따라 회사 규모도 커지죠. 스타트업의 경우 신규 인원 충원이 겸사겸사 진행되기도 하는데요. 쎄빠지게 일해서 매출을 낸 직원에 대한 대우는 부당하게 하고, 새로운 직원에게 좋은 대우를 해주는 모습이 공공연히 보이면서 "내가 무엇을 일해 일했나"라는 생각을 들게 하고 우울증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이렇게 잘 아냐고요? ^^...
아무튼, 이런 회사에 있으면 어서 이직을 해야 합니다.
적어도 면접관을 이렇게 설득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지난 5년 동안 저는 프로젝트 리드로서 매년 평균 20% 이상의 매출 성장과 15건 이상의 신규 고객 유치라는 성과를 달성했습니다. 그러나 연봉 인상은 연평균 2~3% 수준에 그쳤고, 물가 상승률과 비교할 때 실질 보상은 오히려 감소하는 결과를 보였습니다.(혹은 연봉이 동결되었습니다. 연봉이 동결된 경우에는 연봉동결이 전사 동결인지, 아니면 나만 동결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상황에 대한 설명이 있어야 함)
이러한 보상 체계는 제 기여와 역량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다고 느꼈으며, 향후 제 전문성과 성과에 맞는 공정한 보상 체계를 갖춘 조직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기여하고자 하는 결정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위의 답변을 또 옳다구나! 하고 카피캣처럼 그대로 쓰지 마시고요. 방향성만 참고해 주세요.
연봉이 오르지 않았거나 물가상승률에도 못 미치게 미미하게 올랐다면 (1~2%), 회사가 직원의 일할 의지를 꺾은 것은 자명하고, 해당 연차에 평균적으로 받아야 할 응당 금액을 못 받게 되면 추후 이직 시 아무리 연봉을 올려서 가려고 해도 만족스러운 연봉을 받으며 이직할 수 없습니다. 퇴사사유는 충분히 지원자 입장에서는 납득이 가는데요. 면접관 입장에서는 어떨까요?
면접관에게 '돈 안 줘서 그만두고 너네 회사로 가려고 해!'를 설득을 하려면, 1) 나의 구체적인 성과와 기여를 숫자 등의 데이터로 입증하고, 2) 전 직장의 보상 체계가 개인의 발전에 미쳤던 악영향에 대해 인지하고 있음을 알고 있음을 커뮤니케이션해야 합니다.
돈이라는 게 참 민감한 부분이잖아요. 그래서, 연봉 인상률과 물가 상승률을 비교해서 자신의 능력 대비 합당한 보상을 받고 있지 않다는 부분에 대해 조심스럽게 말하는 것이 필요하고요. 단순한 불만으로 비치지 않도록 지원자는 향후 공정한 보상 체계 아래에서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하겠다는 의지도 같이 보여주면 좋겠죠? (사실 누가 봐도 연차대비 너무 낮은 연봉을 받고 있는 일잘러가 면접에 온다면 - 컬처핏만 맞으면 옳다구나 하고 데려갈 겁니다.)
"재직 당시, 연봉 인상 기준 및 평가 과정이 명확히 공유되지 않아, 제 업무 성과와 기여도에 비해 보상이 일관되게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동료들 간에도 동일 업무 성과 대비 보상 차이가 있었으며, 구체적인 평가 기준이 공개되지 않아 개인별 차이가 발생하는 상황이 지속되었습니다.
이러한 경험은 공정한 평가 시스템의 부재가 조직 전체의 사기와 장기적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을 갖게 했습니다. 이에, 명확한 평가 기준과 투명한 보상 체계를 통해 구성원 모두가 자신의 역량에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환경에서 장기적으로 기여하고자 새로운 도전을 결심했습니다."
이 역시 방향성만 참고하시고, 그대로 말하시면 안 됩니다.
그 이유는 위의 이야기만 들어봤을 때는 '전 회사가 돈 안 줘서 불만이 상당히 많았구나. 인간관계도 별로 좋지 않았구나. '라고 비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번 '동료, 상사, 팀원, 후배 때문에 퇴사'에서도 말씀드렸다시피, 퇴사사유가 전 직장에 대한 뒷담화나 불만, 불평, 환경 탓으로 보이는 순간 면접에서 탈락할 수 있습니다.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사람 때문에 퇴사했다 = 사람 때문에 또 퇴사할 사람', '연봉 때문에 퇴사했다 = 돈 때문에 또 퇴사할 사람' 등으로 비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새로 들어갈 회사의 HR과 함께 일할 실무자 혹은 팀장이 이성적이고 아량이 넓은 사람이면 좋을 텐데, 대부분의 보통 사람들은 '뭐 돈 때문에 퇴사한거네? 돈 안주면 나가겠네?'이렇게 간단히 퉁쳐서 생각한다는 현실. 슬프죠?
이 퇴사사유를 이야기 하려면 '회사의 연봉 인상 혹은 동결에 대한 알 수 없는 기준, 불공정함'이라는 단어를 쓰기 보다는,
1) 구체적인 평가, 보상 체계의 부재가 조직 전체적으로 미친 부정적인 영향을 먼저 언급하고,
2) 나 역시 그러한 부정적인 영향에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인간이니까.
-와 같이 1)과 2)를 설명하면서 누가봐도 불공정한 상황이었구나라는 것을 설득하고 객관적으로 납득이 되어야 합니다. 면접관에게 개인적인 불만으로 퇴사를 한 것이 아니라, "나는 조직의 체계와 보상, 평가 시스템에 대해 인식을 하고 있어. 그리고 나는 나의 성과와 기여를 명확하게 평가받을 수 있는 곳에서 장기적인 성장을 하고 싶다"라고 알림으로써, 만약 제대로 된 체계와 보상기준이 없는 조직에 면접 봤을 경우 저절로 걸러지게 만들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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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한 번 말씀드리지만 "사람 때문에 퇴사했다" 혹은 "돈 때문에 퇴사했다"라는 퇴사 사유는 자칫하면 단순한 불평불만으로 비춰질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수치, 사례, 그리고 돈과 사람, 조직문화, 연봉에 대한 나의 가치관이 드러나면 면접관도 충분히 납득 합니다. 내가 연봉을 달라고 회사를 설득하는 자리에서 '나는 월급에 대해 이러한 가치관을 갖고 있습니다. 나는 성과를 안냈으면 안받아가고, 성과를 냈으면 보상을 원하는 사람입니다."라고 똑바로 이야기 해야 직원을 소모품으로 보지 않고 적절한 보상 체계를 갖춘 회사에서 오래오래 근무할 수 있어요. 저는 이런 부분을 면접에서 이야기 하지 않아 어쩌면 이직을 많이 했을지도 모르겠네요. 슈퍼을을 자처한 제 자신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봅니다.
자신의 커리어 목표와 가치관을 기반으로 한 전략적인 선택을 하는 과정이 바로 '면접'입니다. 회사가 채용을 결정하는 자리이기도 하지만, 나도 회사를 선택하는 자리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면접에서 적당히 나의 직업관을 드러내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마세요. 장기 근속을 위해 나의 가치관 설명, 특히 민감한 돈에 관해서는 꼭 필요할지도 모릅니다.
글쓴이 카리나는..
10년 이상의 글로벌 PR 및 콘텐츠 마케팅 경력을 바탕으로, IT, 헬스케어, 유통산업 분야에서 리드 전환 성과를 창출해 왔습니다. 그동안의 커리어는 전문성 강화와 도전의 연속이었으며, 이제는 그동안 쌓아온 콘텐츠 마케팅 노하우와 언론홍보 역량을 한 조직에 장기적으로 기여하여, 브랜드 론칭부터 지속까지 함께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open to 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