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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찾아온 퇴사사유 2가지 (ft. 커리어 개발)

우리 팀이 없어졌어요 vs. 일이 없어졌어요.

by 카리나

'퇴사'라는 글감으로 주 2회씩 글을 쓰다니. 글을 쓰는 입장이지만 저 역시 매우 놀라고 있습니다. 아직 쓰지 않은 퇴사 사유, 이직 사유에 대한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에 스스로 놀라고 있어요.


오늘 가져온 두 가지 퇴사사유는 '커리어 개발' 관점에서 퇴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환경의 변화'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입사 때와 달리, 예상하지 못한 (허허 감히 회사와 팀의 미래를 예상하려 하다니, 아직 인생을 편히 살지 않는군요) 환경의 변화로 인해 퇴사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던 저의 개인적인 이야기도 살짝 곁들이려 합니다. 10년 경력 7번 이직. 오롯이 홍보(PR)와 콘텐츠 마케팅 역량을 키우기 위해 스스로 퇴사를 선택한 것은 아닙니다. 어쩔 수 없는 환경의 변화로 인해 울며 겨자 먹기로 퇴사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도 있었습니다.


면접에서 '팀 환경의 변화로 인해 퇴사했습니다'라며 곧이곧대로 말해버리면, '우리 회사 내부에서도 변화가 일어나면, 이 친구 또 퇴사하겠군'이라고 생각하게 되겠죠. 곧이곧대로 말씀하지 마시고, 어떤 포인트에 힘주어 면접관을 설득해야 할지 알아봅시다. 오늘은 커리어 개발 관점에서의 퇴사 사유 2가지,

1) 조직개편, 새로운 리더십의 등장으로 인한 합병 및 인수, 회사 조직문화의 변화로 인해 자신의 업무, 역할이 변경되거나 소속부서가 축소 및 해체된 경우,

2) 회사와 팀은 멀쩡하지만 맡고 있는 업무가 계속 바뀌는 경우

를 가져왔습니다.




면접관도 수긍하는

‘조직 환경 변화'에 관한 퇴사 사유 1.

조직개편, 계열사 합병/인수로 인해

저희 부서가 없어진데요!


회사의 변화, 팀의 변화로 인해 내가 설 자리가 없어지거나, 경력을 이어갈 수 없는 불가피한 상황인 경우라면 아무래도 퇴사를 고려해 봐야겠죠.

다만, 중견기업 이상, 동일한 직무로 다른 팀에서 근무하거나 계열사 이동이 자유로운 경우에는 퇴사까지 고려할 필요는 없습니다. 밖은 춥거든요(ㅎㅎ). 혹은, 애초에 입사 때부터 '순환제' 즉, 2~5년 있다가 다른 팀에서 다른 직무로 일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한 인지하고 동의한다면, 유연하게 다른 직무로 경력을 쌓을 기회가 있으니 퇴사보다는 또 다른 커리어를 만들 기회가 생겼다 볼 수 있겠죠? (물론 이에 적응하지 못하면, 퇴사가 나를 찾아왔다고 봐야겠죠)


예를 들어, 건강기능식품(영양제) 브랜드의 동남아시아권 해외 마케팅 중 언론홍보를 담당했지만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영 매출이 나오지 않아 해당 부문을 없애고, 한국시장 파이를 키우기 위해 '한국 시장 타깃으로 콘텐츠 마케팅과 방문판매 마케팅 사원 관리'를 맡게 된 상황이라면 퇴사고려를 잠시 접어두는 것은 어떨까요. (물론 좀 짜치는 업무들을 맡기 되었을지언정) '홍보 마케팅' 직무의 큰 틀에서 크게 벗어남이 없고, 기존에 해왔던 일에서 긍정적으로 보자면(ㅠㅠ) 더 다양한 일들을 맡게 된 셈이니까요.


다만, 자신의 직무 전문성을 성장시키는데 어느 정도 고집이 있으신 분들. 반드시 해당 직무에서 Specialist로 성장하고 싶고 분. 직무 역량 강화가 필요한 10년 차 이하의 대리~과장급이 조직 개편, 계열사 합병과 인수로 인해 업무 범위와 직무변화가 예고된 상황이라면 퇴사를 고려해 볼 수 있습니다. 업무 범위나 직무 역량을 확장할 수 없는 인사발령은 사실 개인에게도, 회사에게도 리스크가 큽니다.


"회사 내 조직 개편과 합병·인수 등의 변화로 인해 제 전문 분야와 경력 개발에 맞춰 지속적으로 집중해 온 업무 범위가 a역할에서 Z로 크게 변경되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개인의 장기적 커리어 목표와 전문성 개발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어, 제 역량을 온전히 발휘하고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조직에서 새로운 도전을 찾게 되었습니다.

지난 3년 전부터 저의 전문분야이기도 한 태국 뷰티시장 마케팅을 축소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었는데요,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괜찮아서 지속하고 있었으나, 결국 사업을 접고 저희 부서가 해체되었습니다. 주로 동남아시아 뷰티시장 마케팅 분야에 전문성이 특화되어 있는데, 지금 회사에서는 안타깝게도 기회가 없어져서 경력 개발 관점에서 한계를 느끼고 있습니다. 게다가 뷰티제품에 이어 지금 맡고 있는 동남아시아 시장 타깃의 건강기능식품 마케팅 역시 올 6월 기점으로 중단하는 상황입니다.

매년 역할 축소와 사업 철수의 불안정한 환경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앞으로 장기적인 경력 개발 관점에서 동남아시아 시장에 특화된 마케팅을 안정적으로 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999 회사에 지원했습니다.


안타까운 상황이죠.

선명하게 해외 지역 마케팅 전문가로서 성과를 내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연유에서건 회사의 결정으로 인해 해당 사업이 철수되면서 전문성을 발휘하기 힘든 환경이 되면. 퇴사를 고려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포인트는, 단순히 회사의 사업 철수, 조직개편 등의 변화로 인해 퇴사를 결심한 것이 아니라, 해당 변화가 나의 커리어 개발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합니다. 점점 더 커리어를 확장하고 성장해야 하는 시점(연차)에서, 회사가 그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커리어 개발의 기회를 축소하여 퇴사를 결심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 주체적으로 자신의 커리어를 돌보기 위해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찾겠다는 의지를 부각해도 좋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자면, 인사담당자를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조직변화, 부서해체, 리더십 변화로 인해 내가 받은 영향(Ex. 역할 축소)'을 강조하기보다는(구구절절 배경 설명하면 안 됩니다. 늘 상황 및 배경 설명은 간단하게), 해당 변화가 개인의 장기적 커리어 성장 목표와 어떻게 부합하지 않는지 명확하게 제시해야 합니다.


또, 새로운 회사에서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으니, 지원자 입장에서는 유연하게 변화에 대처할 수 있는 역량이 있음을 어필하되, 솔직하게 어떤 선까지 변화를 감내할 수 있는지도 (고집스러워 보이지 않게) 이야기하난 것도 경력직의 경우 고려해봄직 합니다. (특히 회사의 개념이 '평생직장'이 아니라, 연차별 어떤 목표를 갖고 움직일 수 있는 곳이라는 관점을 가진 분들이 장기근속을 생각하고 회사의 문을 두드릴 경우에는 더더욱 신중하셔야 합니다.)


우리의 답변을 들은 인사담당자가 '경력에 대해 지원자는 이렇게 고민하고 있구나, 지원자는 어떤 커리어관을 갖고 있구나. 이 지원자가 갖고 있는 직무관, 직업관이 우리 회사의 조직문화 혹은 이 팀과 잘 맞을까?'라는 생각과 함께 해당 기업의 조직문화 및 변화에 대한 꼬리질문을 받고, 해당 꼬리질문을 잘 설득한다면 당연히 합격할 수 있겠죠?



면접관도 수긍하는

‘조직 환경 변화'에 관한 퇴사 사유 2.

자꾸 업무가 바뀌어요!


가끔 이력서를 보면 첫 업무 시작은 마케팅인데, 영업으로 가신 분들도 있으시고. 처음에는 개발자로 시작했는데 기술영업 쪽으로 가신 분들도 있으십니다. 5년 개발자, 2년 기술 영업 혹은 7년 마케팅 4년 영업- 이런 식으로 A 직무에서 5년 이상 근무를 하다가, A직무 경험을 활용할 수 있는 B직무로 직무 전환을 한 사례는 인사 담당자 입장에서도 충분히 괜찮습니다. (개인의 연봉은 안 괜찮을 수 있지만..ㅋ..) 실제로 개발자 출신의 기술영업을 선호하는 외국/국내 회사도 상당히 많습니다. 전문적인 기술을 다루는 산업일수록요.


여기서 말하는 '업무가 자꾸 바뀌어서'는 자의가 아닌, 타의(회사)에 의해 전문성을 쌓을 시간도 없이 1년 미만의 단위로 너무나 결이 다른 직무로 인사발령을 계속해서 낸다던지(이런 경우는 매우 드물겠죠). 혹은 작은 스타트업에서 한 가지 직무 이상을 소화하는 상황이 장기화되어서 '도대체 내가 뭐 하는 사람이지?'라는 상황이 드는 경우를 말합니다.


어차피 위로 직급이 높아질수록 자신의 직무에서 혹은 회사 운영을 위해 각 직무를 다양하게 경험해봐야 하지만, 전제는 제너럴리스트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전문성을 쌓는 기간이 필요합니다. 전문성을 쌓을 기간을 회사에서 충분히 주지도 않고, 자신이 맡은 프로젝트가 계속 엎어져서 이리저리 유령처럼 떠돌며 여러 가지 일을 하는 경우에는.. 곤란하죠. 이도 저도 아닌 사람이 되어버리니까요.


"이전 조직에서는 프로젝트나 업무가 자주 변경되어 한 분야에서 깊이 있는 경험과 전문 지식을 쌓을 기회가 제한되었습니다. 그 결과, 제 역량과 성과를 기반으로 한 체계적인 경력 성장이 어려워졌습니다. 저는 특정 전문 분야에서 꾸준히 경험을 축적하며 장기적으로 조직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습니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명확한 업무 범위와 지속적인 성과 향상을 위한 체계적인 커리어 개발 기회를 제공하는 환경을 찾고자 이직을 결정했습니다."


위 답변 예시는 적절한 답변이라 할 수 없습니다. 그 이유는, 구체성이 떨어지기 때문이죠. 해서, 위 답변의 방향성만 참고해 주세요. (제발, 저거 있는 그대로 말씀하시면 면접 광탈이에요!)


연차가 쌓일수록 자신을 한 단어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언론홍보로 시리즈 B 투자유치를 3회 성공시킨 PR인, 카리나입니다', 혹은 '헬스케어와 인공지능 솔루션의 콘텐츠 마케팅에서 리드의 재구매를 유도하는데 특화된 카리나입니다'와 같이 말이죠. 프로젝트나 직무, 혹은 업무가 자주 변경되어 전문성을 쌓을 충분한 시간을 갖지 못했고, 해당 산업을 알아가고 관련 노하우를 쌓을 시간과 기회가 제한되었다는 것은 어떤 인사담당자라도 끄덕끄덕 할 것입니다. (단, 이 역시 회사 탓으로 돌리는 듯한 표정이나 말투 톤은 경계해야 합니다. 단순 불만으로 보이면 안 됩니다!)


자신이 처한 상황(과거의 회사 환경, 조직 문화)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바(개인적인 경력 성장 목표)가 미스매치된 상황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음을 답변의 10~15% 정도로 구성하고(배경 설명 차원), 이번 회사에 입사해서의 목표, 직업인으로서의 직무 목표, 그리고 전문성 강화를 쌓을 환경을 찾고 있으며 이러한 환경이 뒷받침되어준다면 자신이 어디까지 성과를 낼 수 있고 팀(조직)/회사 발전을 위해 기여할 수 있는지 설득해야 합니다.


즉, 구조적 한계를 인식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전 회사에서 노력했지만 그럴 수 없는 환경이라 안타까워 새로운 회사로 이동하기로 결정했으며, 그래도 이전 회사에서 이런 경험을 통해 어떤 분야까지 볼 수 있는 선구안과 다양한 직무를 하면서 얻은 나의 abc라는 강점은 앞으로 진득하게 이 직무를 장기간 수행하는데 어떻게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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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담이지만, 저도 요즘 면접을 보고 있습니다. 힘든 시장이라, 중소기업, 스타트업 가리지 않고 면접을 보고 있고요. 규모가 좀 더 큰 기업에서 좋은 팀원들과 함께 하고 싶어 더더욱 각 기업의 면접 준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10년 전, 대기업에서 우수수 떨어지며 큰 기업은 저와 인연이 없다고 생각해서, 관성처럼 작은 기업에 지원했고, 해당 기업이 업계에서 유명해지는 것에 총력을 다했었어요. 다행히 운이 좋게도 업계의 네임드로 만들어드릴 만큼 성과가 있어, 그래도 이렇게 시리즈도 연재하고 먹고사는 것 같습니다.


본 시리즈에서 퇴사사유, 이직 사유의 방향성을 예시로 제시하고 있습니다만, 저 역시나 실전 면접에서 구체성이 떨어지는 답변을 종종 하더군요. 허허. 구체성이 없다는 것은 선명하지 못하다는 것. 즉, 새 조직에서 어떤 기여를 할 수 있는 어떤 색깔의 사람인지 한 눈에 그려지지 않는다는 말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결과가 안좋을 수 밖에요. 아울러 너무 정직하게 말하거나 절실하다 보면 오히려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하더라고요.


아무리 이런 글에서 정보를 얻더라도, 나의 경력을 바탕으로 한 '구체성'. 즉, 내가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일관적인 경험과 해당 직무와 fit되는 답변.

이상한 회사를 거를 수 있는 5%의 솔직함, 그리고 절실함보다는 약간의 초월 느낌 (너네 회사 아니어도 갈 데는 많다!)으로 구성된 답변이 결국 면접에서 좋은 결과를 가져다준다고 생각합니다. 언어적, 비언어적 측면 모두 합격 결과에 영향을 주는 것, 알고 있으시죠?


새로운 회사와 연이 닿을 수 있는 키(key)는 '나의 이력서' 안에 있습니다. 과거의 경력을 집요하게 파헤쳐 구성한 나만의 답변으로 오늘도 좋은 회사와 인연을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함께 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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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카리나는..

10년 이상의 글로벌 PR 및 콘텐츠 마케팅 경력을 바탕으로, IT, 헬스케어, 유통산업 분야에서 리드 전환 성과를 창출해 왔습니다. 그동안의 커리어는 전문성 강화와 도전의 연속이었으며, 이제는 그동안 쌓아온 콘텐츠 마케팅 노하우와 언론홍보 역량을 한 조직에 장기적으로 기여하여, 브랜드 론칭부터 지속까지 함께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open to work!


https://litt.ly/kar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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