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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직장인의 찐 퇴사사유: 번아웃, 우울증

찐 퇴사 이유는 번아웃이라도 솔직하게 밝히기보다는 이렇게 해보심이..

by 카리나

취업 혹한기, 이직 혹한기라고 합니다만,

얼어붙은 시장상황에서도 구직 시장으로 뛰쳐나오는 직장인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5년간 조직문화에 적응해보려 했지만, 결국 군대 특유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을 얻었거나. (??..5년 다녔으면 적응한 거 아니냐 물으시겠지만. 의외로 조직문화를 견뎌온 분들이 많습니다.)


-계속되는 프로젝트 실패, 혹은 환경의 변화로 인해 처음 준비했던 열정이 없어지다 못해 지하 끝까지 파고들어 가서 삶의 의미를 찾고 있거나. (열정은 원래 희미해지는 것이지만 말이죠.)

-분명 입사할 때 이 회사는 내가 필요하다고 해서 기꺼이 입사했는데, 일하는 내내 '이 일은 왜 하는 거죠?', '무슨 일을 하시나요?'라는 질문을 3년 이상 들어왔다던가.


'성장을 위한 퇴사'라는, 어찌 보면 핑크빛 미래만 이야기하면서 뜬구름 잡는 이야기보다도 극히 현실적인 퇴사사유.

바로 스트레스, 우울증, 번아웃으로 인한 퇴사입니다.


12단계를 다 거치신 분 있으신가요? 심심한 위로를 전합니다.


k-직장인이라면 한번쯤 겪었을 것들.

애석하게도 우울증, 스트레스, 번아웃으로 인한 퇴사는 사실 면접에서 이야기하는 것을 추천드리지는 않습니다. 특히나 강한 자만 살아남는 대한민국, 정신력으로 모든 것을 이겨낼 수 있다는 문화가 지배적인 직장문화에서는 스트레스, 번아웃, 우울증은 그저 도태된 인간임을 인정하는 꼴일 수 있습니다. 요즘은 많이 변화고 있는 추세이지만, 아직까지는 보수적이라고 생각해 주시면 됩니다.


네, 면접관도 사람이고, 어쩌면 새 회사의 면접관도 우울증으로 고통받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직접적으로 해당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는 순간 이직 성공은 저 멀리 하늘 위로 날아가게 됩니다. 면접관의 입장에서는 "우리 회사에 들어와서 업무를 지속할 수 있을까? 치료를 받았다는데.. 정말 다 나은 게 맞을까? 스트레스를 받으면 번아웃, 우울증이 재발해서 또 나간다고 하지 않을까?"라는 우려가 있습니다.


특히나 저처럼 1-2년 단위로 퇴사를 한 지원자라면 더더욱 스트레스 관리 능력을 의심할 수 있으므로, 프로이직러분들의 경우 번아웃 등으로 인한 퇴사 사유는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과거 직장에서 실제로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온갖 에너지를 1년 동안 500% 쏟아부은 뒤 번아웃이 되어 견딜 수 없어 퇴사를 했더라도, 프로이직러 분들은 '번아웃으로 인한 퇴사'를 이직 사유로 말씀하지 마시길 당부드립니다.


자, 곧 죽어도 나는 거짓말은 못하겠다.

우울증, 공황장애를 얻어서 퇴사할 수밖에 없었음을 이야기하고 싶은, 정직하고 솔직하신 분들.


꼭 말씀을 해야 하겠다면, '우울증', '공황장애'와 같은 병명을 직접적으로 말하기보다는 '번아웃'으로 퉁쳐서 순화시키는(?) 것을 권유드립니다. 아울러 단순히 '번아웃'으로 퇴사했습니다.'라고 간단명료하게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반복적으로 '번아웃'이라는 단어를 여러번 쓰는 것도 지양하시길 부탁드립니다.


번아웃으로 인한 퇴사를 이야기할 때는,

1. '무엇'으로 인해 번아웃이 왔는지를 이야기해야 하고, (번아웃 발생 원인)

2. 힘든 일을 겪었지만, 이를 극복하게 위해 지원자가 어떻게 대처했는지 (ex. 번아웃 대처를 위한 나의 실행방법, 자기 계발, 업무방식, 직무 재설계, 팀 이동 시도 등)

3. 힘든 상황 이후, 현재는 안정적이며 열정을 회복했다는 것을 솔직 담백하게 이야기해야 합니다. (개선 노력 및 결과 강조)


번아웃이 올 수 있는 상황은 여러 가지죠. 단순 스트레스를 받는 것만으로는 번아웃이 오지 않습니다. 가족과의 이별, 상실 등 개인 신상의 이유로 급성 스트레스로 인한 번아웃이 올 수 있고요.

앞서 언급했듯이 (완벽주의에 기반해) 에너지를 70 정도만 쏟아도 되는 일에, 잘해보겠다고 150을 쏟아붓고 뻗는 경우도 있죠. 장거리 레이스에서 혼자 100m 달리기처럼 전력질주를 하니, 업무 페이스 조절에 실패해 번아웃이 올 수밖에요.


또, 주변 사람들이 질이 나쁜 경우, 관계 스트레스로 인한 번아웃이 올 수 있습니다. 겉으로는 안 그런 척 하지만, 은근하게 찍어 누르거나 말/행동으로 수동공격 하면서 괴롭히는 직장동료들 (직장 내 괴롭힘)로 인한 스트레스가 장기화된 경우, 혹은 상사가 아무 이유 없이 그냥 나를 싫어하며 "이건 왜 하세요?"라며 시시콜콜 따지면.. 그 부정적인 에너지가 다 느껴지죠. 특히 상사가 이렇게 우리의 역할과 가치에 대한 본연적인 질문을 던지며 '나는 여기서 왜 일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든다면, 번아웃이 심해지기 전에 퇴사할 타이밍입니다.


번아웃으로 인한 퇴사사유의 예를 한 번 들어볼게요.

"이전 조직에서는 업무의 반복성과 목표의 불분명함으로 인해 점차 일에 대한 목적의식이 약해졌고, 안타깝게도 이런 상황이 1년 이상 장기화 되었습니다.

물론, 이제 막 시작하는 스타트업이었기에, 동료 간 소통 및 상사의 피드백 체계도 미흡했던 점도 있었습니다. 이런 점을 알고 있었기에 커리어 개발과 성과에 대한 명확한 방향을 잡고자 선제적으로 팀 체계를 마련하고 피드백 관련한 조직문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내는 등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특히, 제가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 - 정확한 목표 설정과 협업을 통해 목표 성취-라는 부분을 이루기 위해 많은 분들과 이야기 나누고 목표세팅을 위해 노력했지만, 회사 전체적으로 목표 설정과 목표의식 공유가 되지 않아서 안타까웠습니다.

이렇게 노력하는 과정에서 사실, 당시 좀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사내 외 전문 상담을 받으며 스스로에 대해 성찰한 결과, 아무래도 목표설정에 대한 합의가 있고 저의 의견이 존중받을 수 있는 곳으로 가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은 스트레스로 인한 번아웃을 극복했으며, 명확한 목표와 성과 기반의 피드백 시스템이 구축된 환경을 가진 h회사에서 저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포인트는, 단순히 번아웃이라는 상태(와 센 단어)를 언급하는 대신, 번아웃이 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 즉 '번아웃의 근본 원인'에 대해 담백하고 명확하게 언급해야 합니다.

회사는 문제를 풀어나가는 곳인데(problem-solving) 나의 문제 해결 능력을 쓸 수 없는 상황, 혹은 문제가 자체가 없는 상황, 혹은 문제 해결에 방해를 받는 상황으로 인해 번아웃이 왔다고 하면 누가 납득하지 않을까요. '문제 해결'이라는 동일한 목표를 갖고 걷고 뛰어야 하는 상황에서, 목표 자체가 부재하고 이런 상황이 장기화되어 번아웃이 왔다고 구체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설득적이지 않을까요?



아울러 그 힘든 상황에서 번아웃을 인식한 내가 했던 노력에 대해서도 꼭 말해주세요. 조직 내부에서 내가 할 수 있었던 일. 내가 조직에게 요청했던 action들. 조직 내부에서 성장의 기회가 쭉 없어서 너무 힘들어서 외부의 교육과정을 듣는 등의 노력들, 그 노력을 다시 써먹으려고 팀장님께 어필했는데 기회는 더더욱 축소되었거나 돌아오는 대답은 없었다는 등. 내가 통제할 수 있었던 '나의 노력', 그리고 노력했지만 통제할 수 없었던 '나의 결과'를 담담히 이야기해 주세요. 번아웃이 와서 전문가에게 상담을 받으며 직장생활을 했다는 의지를 살짝 언급해 주셔도 나쁘진 않습니다. 어떻게든 '번아웃'에 대처하기 위해 내가 취한 행동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겁니다.


마지막으로, 번아웃을 극복하고 나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곳을 찾아 나섰다는 것, 적어도 번아웃의 원인(=여기서는 목표부재니까, 목표설정이 명확한 곳)이 없는 곳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싶다는 것을 이야기하며 의지를 피력해 봅시다. 의지를 표려갈 때는 그냥 파이팅! 저 이제 괜찮아요! 라며 긍정회로와 긍정에너지를 돌리는 것이 아니라, 새 회사의 조직문화와의 적합성을 어필하는 것이 어떨까요.


"과거 어떤 경험을 통해 이런 회사 환경이 나의 성장에는 조금 힘든 것을 인지하고 있다. 나는 회사와 동반성장을 원하는 사람이고, 그래서 목표설정이 중요한 사람이다. 이를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내가 너희 회사에 지원한 이유는, 얼마 전 너희 회사의 어떤 부서 직원과 커피챗을 했는데, 조직의 체계적인 시스템과 명확한 목표가 강점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나는 여기서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이야기하는 거죠.


면접관이 할 수 있는 역질문에는 뭐가 있을까요. general 한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질문으로는,

"번아웃 경험했다고 하셨는데.. 앞으로 업무 스타일에는 어떤 변화가 있을 것 같으세요?"와 같은 역질문을 받는다면, 이렇게 대답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번아웃은 언젠가 또 올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한 번 겪어봤으니 이제 좀 더 의연하게 넘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이번 과정을 통해 스스로 동기부여의 중요성, 그리고 스트레스 관리의 중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아무래도 원인이 무엇이 되든, 또 번아웃에 처할 상황이 벌어지면 - 이번에도 제 자리에서 할 수 있는 데까지는 회사와 논의하고, 소통하고, 팀원/상사와 이야기하며 업무를 잘 해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고, 필요하면 요청할 것입니다.
그 외에는, 명상이나 산책 등 개인적인 스트레스 관리 방법을 꾸준히 실천하여, 쉽게 번아웃에 빠지지 않도록 좀 더 스트레스 관리에 힘을 들이려고 합니다. 실제로 명상을 가르치는 교육자 코스도 배우고 있고요. 이런 부분도 분명 새로운 회사에서 기회가 되어 나눌 수 있고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거듭, 강조드리지만. 아무런 설명 없이 '번아웃, 스트레스, 우울증, 공황'으로 퇴사했어요라고 하면, 회사 입장에서는 조직 안정성, 장기근속, 팀워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지원자로 분류할 수밖에 없습니다. 꼭 번아웃을 퇴사사유로 말씀하고 싶다면, 자신의 현재의 회복된 상태와 안정성, 즉 나를 채용해도 괜찮다는 매우 힘든 설득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점을 명심해 주세요. 그냥 번아웃이 왔다가 아니라, 나의 직업관, 내가 생각하는 가치관이 장기간 꺾이는 바람에 스트레스를 받았고 - 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했다는 것을 이야기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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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카리나는..

10년 이상의 글로벌 PR 및 콘텐츠 마케팅 경력을 바탕으로, IT, 헬스케어, 유통산업 분야에서 리드 전환 성과를 창출해 왔습니다. 그동안의 커리어는 전문성 강화와 도전의 연속이었으며, 이제는 그동안 쌓아온 콘텐츠 마케팅 노하우와 언론홍보 역량을 한 조직에 장기적으로 기여하여, 브랜드 론칭부터 지속까지 함께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open to 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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