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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퇴사사유, 스타트업 면접에서는 NO!

스타트업은 레고(lego)라는 것을 잊지 마세요!

by 카리나

최근에 스타트업, 중소, 중견기업 등에 공격적인 지원을 잠시 멈췄습니다. 숨을 고르고 있어요.

이렇게 경기가 안 좋은데, 왜 공격적으로 구직활동을 하지 않습니까?라고 물으신다면, 공격적인 구직활동의 정의부터 내려야겠네요. 저에게 있어 공격적인 구직활동은 양적으로 승부하는 것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제가 오래 근무해 온 테크(기술), 헬스케어(병원 포함) 업계에서 보았을 때 강점이 보이는 general 한 이력서 두어 가지 만들어 놓고, 작은 기업부터 큰 기업까지 뿌리는 셈이지요. 결과요? 30% 정도의 면접 제의가 왔습니다. 꽤 괜찮죠?? 하지만 양심에 찔립니다. 아무래도 고객맞춤형 홍보 마케팅을 한다는 사람이 '지원하고자 하는 회사'에는 vague 한 지원동기와 각 기업별 JD 및 직무의 특색에 따른 경험을 강조하지 않은 지원서로 승부 보려고 하는 것이 '언행 불일치' 같아서 찔리더라고요.


공격적인 구직활동을 중단한 또 다른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요. 지난 2월 정리한 이력서를 바탕으로 미래에 입사할 기업에게 어떤 일을 해줄 수 있는지 면접에서 조금 더 일목요연하게 말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느꼈습니다. 10년 경력, 총 7번의 이직. 저도 제가 어떤 회사에서 어떤 프로젝트를 했는지 - 이직을 많이 한 덕분에 잘 기억이 나지 않는 불상사가 벌어졌습니다. (아뿔싸.. ㅋㅋ 본인의 경력을 뇌 속 서랍에 차곡차곡 정리해 쌓아 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야 하는데, 너무 많다 보니 기억이 나지 않더군요. 인간의 뇌는 5개? 3개? 가 넘어가면 잘 기억 못 한다더니만..)


7년 차까지는 그럭저럭 그간 다녔던 회사와 해당 회사에서 진행한 프로젝트를 잘 연결시켜서 '저는 스타트업 투자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언론홍보 전문 PR전문가입니다'라는 인상을 이력서-면접-커뮤니케이션에서 잘 보여줬습니다.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연차인 10년 차 연차에서 이걸 못하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고 뜨끔하더군요. 스스로 객관화해서 screening을 자주 하는 편인데, (너무 자주 스스로를 제삼자로 보면서 자책하는 것은 안 좋습니다. 적당히 하셔야 해요) 일단 이력서에 적은 내용. 그리고 7개의 직장에서 하이라이트라고 불릴만한 프로젝트 성과, 그리고 실패의 경험을 조목조목 정리해 툭 치면 달달달 여유 있게 이야기하는 타이밍이 왔습니다. 자기 자신의 경험인데도 불구하고 정리하고 말해야 한다니. 아이러니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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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하나 더. (오늘도 본론에 들어가기까지 4개의 문단이나 거쳐왔네요. 말 좀 줄여야겠습니다. 면접에서 적용하는 STAR기법에서도, 문득 Situation을 너무 디테일하게 설명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Action, 행동이 중요한데 말이죠.) 스타트업에 면접을 볼 때마다 제가 가끔씩 이야기하는 퇴사사유가 있는데요. 바로 이 퇴사사유를 말할 때마다 족족 어두워지는 면접관의 얼굴을 보면서, '아, 맞다. 여기 스타트업인데 이런 이야기를 했네?'라고 뒤늦게 깨달아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최종합격을 하지 못한 이유에는 연차, 연봉, 조직문화 fit불일치 등의 여러 가지 사유가 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 입장에서 유능하고 꼭 뽑고 싶은 지원자를 어떻게서든 뽑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뭐, 다른 형태의 기업도 마찬가지겠지요? 스타트업 면접에서 실컷 면접관 마음에 들어놓고, 마지막 질문으로


'이직이 많은데, 왜 자꾸 퇴사하시나요?'
일단, 이전직장은 왜 퇴사하셨나요?


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아래 대답을 하면 100전 100패 했습니다. (떨어졌습니다.)

바로 '체계(system, 시스템)'에 관한 대답입니다.


저는 지난 4년 동안 3개의 스타트업, 시리즈 A, B, C 단계의 스타트업을 경험했습니다.

체계가 이미 어느 정도 잡혔다가 다시 새롭게 정책과 체계를 잡는 시리즈 C 기업, 보상(인센티브) 대신 자율성을 강조했지만, 그 자율성에 대한 기준이 합의되지 않아 혼란을 겪었던 시리즈 B 기업, 마지막으로 체계가 없어서 홍보팀 체계를 비롯한 전체 체계를 임직원이 다 같이 오손도손(?) 구축한 시리즈 A 기업까지.


공통점이 있다면, 뭘까요. 스타트업의 본질적인 특성이기도 한데요.

매우 용감하게도 스타트업에 면접에 가서 '스타트업의 본질이 저를 스트레스에 빠뜨려 퇴사했습니다!'라고 말을 하고 있더군요.


제가 중간에 고꾸라진 스타트업 면접에서 말한 '퇴사사유'로는

1. 체계가 필요하셔서 만들어드렸는데, 그걸 자꾸 부수는 사람 또는 부서가 있어서 퇴사했습니다. (ㅠ....)

2. 체계가 맨날 바뀌고 3개월 단위로 조직개편이 이뤄지면서 저의 직무가 도대체 무슨 일을 하는지 모르겠어서 퇴사했습니다.(ㅠㅠ...)


istockphoto-520885738-612x612.jpg 생각해 보면 스타트업은 유년시절 열심히 하던 레고 같습니다. 체계를 좀 더 유연히 뿌셨다 조립했다 하는 곳..


지원자(=조직원) 입장에서는 충분히 화가 나고 퇴사욕구를 일으키는 것은 맞지만, 만약 내가 지원한 스타트업이 체계가 없는 곳이라면. 혹은 체계가 있어도 알고 보니 이 스업 역시 3개월마다 조직개편을 하며 직무 전환을 임의로 하는 회사라면 - 당연히 위 2개 퇴사사유는 탈락 사유일 수밖에요.


재밌는 건 대부분의 스타트업, 상장을 했든 하지 않았든. 체험상 ~200명 정도의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이면서 CEO 권한이 상대적으로 중요하고 막강한 곳. CEO가 중심이 되는 스타트업에서는 늘 잦은 조직개편. 그로 인한 직무의 전환, 직무를 초월한 업무 범위의 확장이 마구마구 이뤄집니다.


스타트업 경험이 있는데, 스타트업을 또 면접 보는 경우에는 '체계 불확실'과 관련된 퇴사 사유는 피하시는 것이 좋고요. 스타트업 경험이 있는데 체계가 있는 2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기업에 면접을 보신다면 - 그때 체계 불확실에 관한 답변을 퇴사 사유로 하셔도 괜찮습니다. 체계와 관련된 퇴사 사유로는,

-회사 내부의 정책이 시시 때때로 바뀌고, 체계나 업무툴이 3개월 단위로 바뀌는 등 업무 수행 시 비효율 혹은 혼란을 자주 겪어서 일을 할 때 의사소통을 하기 힘들었고, 그로 인해 성과를 잘 내지 못했다.

-내부 의사결정을 조직원, 임직원이 아닌 외부에서 듣는 등, 회사 내에서 돌아가는 일을 전반적으로 공유받지 못해서 일하는데 혼란을 겪었다.


등이 있겠습니다.


요즘도 그런지 모르겠지만, 한 때 모 기업에서는 일명 '담타(담배 타임)'에서 높으신 분들과 높으신 분들에게 딸랑거리는 분들이 회사 내 중요 의사결정을 하고. 정작 공식 회의 시간에는 무고한 몇몇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물어보는 시늉만 하고 듣지도, 말하지도 않는 사태가 있어서 논란이 되었었죠. 무서운 건 2025년 현재에도 이런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겁니다. 특히, 사내 정치가 만연하거나 보수적인 문화를 가진 일부 스타트업의 경우 체계를 무시하고 사내 라인을 타야 정보를 알 수 있는 불상사가 여전합니다. 슬픈 현실이죠.


U0501.png 정말입니다. 오픈 & 클리어 커뮤니케이션이 있어야 제대로 돌아갈 수 있어요.


개인적으로 홍보(커뮤니케이션) 전문가로서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은(갑자기.ㅋㅋ?) 공식적인 자리에서 누구나 알 수 있도록 정보가 투명하게 임직원에게 공유되지 않는 상황이라면. 기꺼이 자신의 공적 의견을 투명하게 이야기할 장이 없다는 것은 기업에게 아주 큰 적신호라고 볼 수 있습니다. 문화가 되어버리기 전에 뿌리 뽑으시고, 반드시 공식적인 자리에서 투명하게, 공식 커뮤니케이션 툴을 통해 소통하셔야 합니다. 회식 등 비공식 자리에서 중요한 안건을 결정하거나, 혹은 중요한 안건이 아니라도 필요 이상의 일 이야기를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이야기한다는 것은 (오버해서) 임직원의 불안을 조장하기도 합니다. 불안형 직원들은 특히나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는다는 것을 기억해 주세요.


딴 길로 샜는데, 어찌 되었든. 저처럼 스타트업 면접에 가서 '체계 없어서 퇴사했어요', '체계 자꾸 누가 부셔서 퇴사했어요' 등(...ㅋㅋ 쓰면서 진짜 민망하네요.)의 실수는 잠시 접어두고, 커리어개발 혹은 성장, 연봉에 대한 퇴사사유. 즉, 과거 스타트업에서는 해줄 수 없었지만, 면접을 보는 스타트업에서 해줄 수 있는 부분을 퇴사 사유로 이야기해봅시다.


저를 포함한 여러분의 구직 활동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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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카리나는..

10년 이상의 글로벌 PR 및 콘텐츠 마케팅 경력을 바탕으로, IT, 헬스케어, 유통산업 분야에서 리드 전환 성과를 창출해 왔습니다. 그동안의 커리어는 전문성 강화와 도전의 연속이었으며, 이제는 그동안 쌓아온 콘텐츠 마케팅 노하우와 언론홍보 역량을 한 조직에 장기적으로 기여하여, 브랜드 론칭부터 지속까지 함께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open to work!


https://litt.ly/kar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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