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차별 다른 퇴사 사유(7년 차 이하 VS. 이상)

못하는 걸 잘하기 위해 퇴사합니다.

by 카리나

얼마 전 애정하는 성장 커뮤니티에서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한국의 성장하는 직장인 이야기를 다룬 매거진에서 나를 인터뷰이로 선정한 것이다. PR Leader로서 일하는 이야기를 할 기회였다.


PR을 조금 아는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보통 PR 담당자는 인터뷰를 당할(?) 기회가 거의 없다. 우리는 기자와 함께 CEO, CTO 등 대표 및 임원진 인터뷰를 언론에 피칭하기 위해 질문지를 만든다. 11년째 누군가에게 질문을 던지는 역할을 해온 사람이 질문을 받는다는 것은 매우 신기한 경험이었다.


11년의 커리어, 7번의 이직에 대한 질문은 빠지지 않았다. 1-2년에 한 번 꼴로 이직을 한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있더라도 굳이 커리어를 이어가기보다는 자유로운 영혼에 가깝지 않을까. 1-2년마다 옮겨 다니면서도 PR 분야에서, 특히 B2B PR 분야에서 나만의 역량을 쌓아가는 것을 좋게 봐주니 다행이란 생각이 들었다.


"왜 7번이나 이직을 했나요? 이직을 할 때마다 어떤 기준이 있었나요?"

이 질문이 잘 잊히지 않았다. 해서, 오랜만에 <그녀는 왜 퇴사했을까>에 나의 퇴사사유를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지난번까지는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인사팀을 설득할 수 있는 퇴사 사유를 이야기했다면, 이번 글부터는 PR 직무와 내가 왜 퇴사했는지를 풀어내며 '퇴사'와 관련된 키워드들 - 삶, 감정, 번아웃, 후회, 기쁨 등을 다뤄보려고 한다.



그래서, 왜 당신은 7번 이직을 했습니까?

기준이 뭡니까?

공교롭게도 7이라는 숫자로 기준을 잡아 이야기할 수 있다. 크게 7년 차 이하일 때와 7년 차 이상일 때 퇴사 이유가 다르다.

스크린샷 2025-07-22 오후 7.26.39.png 그 기준, 이제 공개합니다.burnch


7년 차 이하, 주니어~대리 시절 퇴사 이유

필자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내가 커리어에 상당히 욕심 있고 성장을 추구한다고 알고 있다. 그건 아마도 7년 차 이하일 때의 모습을 보고 추측한 것 같다. 당시 외국계 및 국내 TOP PR Agency, 국내 TOP 3 안과병원 등을 1~3년 다니고 이직을 반복했다.


이직의 이유는 단순했다. 부족한 것을 채우고 계발하고 싶었다.

매년 말, 그해 배운 PR 스킬과 역량들을 쭉 적어보고, 내가 잘하고 앞으로 강점으로 가져갈 수 있는 것, 그리고 아직 부족한 역량을 표로 정리했다. 예를 들어, 잘하고 앞으로도 더 잘할 수 있는 것은 언론홍보였고, 부족했던 것은 퍼포먼스 마케팅, 주로 숫자와 관련된 광고 영역이었다.


즉, 7년 차 이하의 이직 기준은, 내가 잘할 수 있는 것을 더 계발해 주는 환경이 아니라, 연차가 더 차기 전에 부족한 부분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만약 당시 재직 중이던 회사에서 내가 잘하는 언론홍보만 시키고, 소셜미디어에서 광고를 태우거나 퍼포먼스 마케팅을 할 기회가 없다면 미련 없이 퇴사했다. 나에게 퍼포먼스 마케팅이나 광고를 집행할 기회를 주는 다른 회사로 이동, 낯선 기회를 추구했었다.


재밌는 점은, 퇴사 후 새로 합류한 회사에서 퍼포먼스 마케팅을 배우러(?) 갔는데(회사는 배우는 곳은 아니지만.ㅎㅎ), 막상 언론홍보를 잘한다고 하니까 언론홍보 역량을 더 확장하고 키워주었다. 약점이었던 퍼포먼스 마케팅, GA4를 아예 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잘하지 못하는 것을 처음부터 세팅하고, 사수로부터 충분히 배울 기회를 제공받았지만, "리더 연차가 되기 전에 PR/마케팅 영역을 보완해 All-rounder가 되자!"라는 목표는 늘 이룰 수 없었다. 조직에서는 잘하는 걸 더 잘하게 만들어서 퍼포먼스를 내는데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그렇게 7년 차까지는 약점을 보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곳에서 강점을 발휘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왜 못하는 걸 잘하려고 하지?
잘하는 걸 더 잘해서 아예 Specialist로서 확실하게
내 기반을 다져도 시간은 부족한데.

약점이나 Sub skill인 퍼포먼스 마케팅의 경우
- 완벽하게 언론홍보처럼 역량을 키우기보다는
대행사에게 위임할 수 있을 정도의
큰 그림만 볼 줄 알면 되는 것 아닐까?"



본격적인 중간관리자 레벨에서의 변화

못하는 걸 굳이 잘하고 싶다는 생각은 사라졌다.

PR의 여러 분야에서 유독 두렵고 약했던 광고 분야를 완벽하게 배우겠다는 생각은 없어졌다. 아마도 광고를 아무리 열심히 잘하려고 해도, 정말 효율적으로 성과를 잘 내는 선후배만큼 잘하지 못하기 때문일지도.


못하는 것을 잘하려고 하기보다는, 자신이 잘하는 것을 잘하고 그 외에는 큰 그림을 볼 줄 아는 게 중요하다는 방향으로 틀었다. 해서, 7년 차 이후의 퇴사사유는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내가 부족한 것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곳을 찾아가자"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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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년 차 이후의 퇴사 사유는 애석하게도 사람이었다.

본격적으로 중간관리자로 근무하면서 사람이 얼마나 어려운지 피똥 싸고 멘탈이 나가며 깨달았다. 물론, 생각보다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를 실제보다 크게 받았고, 스트레스 관리 역량이 순진하고 형편없던 탓이기도 하다. (지금은 아주 견고한 스트레스 역량으로, 일과 사람으로 인한 스트레스가 무의미하다는 것을 잘 알고 스스로를 잘 돌보고 있다.)


중간관리자로서 후배와 선배 사이에서 어떻게든 중재하고 성과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처음 겪으면서, 혹은 까라면 까야하는(?) 매우 자유로운 스타트업에서 근무하면서 "이게 맞나?"라는 생각이 매일매일 들었다. 원체 아무 말 없이 수용하고 견디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왜 그렇지?"라며 궁금증을 늘 갖고 "why"를 외치는 순진한 성격이었기에 더욱 부침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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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으로 인해 받은 상처, 번아웃으로 인한 퇴사는 사실 나의 큰 착각이 없었더라면 굳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회사에 나와 맞는 사람이 있다고 단단히 착각했다. 물론, 기존에 안과병원 등에서 워낙 훌륭한 사수(지금은 작가이자 화가로 활동하시는 김유미 팀장님 등)를 만나서 더욱 직장 동료에 대한 기대가 컸던 탓이기도 하다.


7년 차 이후 퇴사 사유가 나와 맞지 않는 사람, 조직문화라는 것을 깨달은 후, 2번의 퇴사 경험으로 인해 확실히 알고 있다. 회사에는 나와 맞는 사람은 유니콘처럼 드물다. 결이 비슷한 사람은 있을지 몰라도, 같은 공간에서 8시간씩 근무하는 사람들이 나와 같은 목적(=성장)으로 회사에 다닌다고 착각하면 안 된다.


생계와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대충대충 근무하는 사람 등 저마다 다른 목적으로 회사에 다닌다는 것을 잊지 말자. 성장을 추구하며 성과를 내지 않아도 저마다 자신의 인생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하니, 사람에 대한 스트레스가 사라졌다.


how-to-quit-your-job.jpg 하루에 열두번도 엎을 생각으로 꿋꿋이 버티는 모든 직장인에게 cheers


성장 추구를 멈추고 나서

여담이지만, 그렇게 이것저것 경험하고 역량을 키우는데 골몰했던 나는 이제 성장 추구를 멈췄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성장 추구를 멈추니 성장할 기회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며 계속해서 성장 중이다. 이런 현상에 참 얼떨떨하다.


언론홍보와 소셜미디어 운영의 강점을 발휘해 회사의 성장을 돕고 나의 강점 스킬들을 강화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그렇게 잘하고 싶었던 디자인과 퍼포먼스 마케팅, 광고, 뉴스레터까지. 천천히 하나하나 A/B TEST를 해볼 수 있는 기회, 그리고 타인이 아닌 나의 호흡에 맞춰 회사의 성장을 도울 기회를 얻었다.


심지어, 나의 7번의 퇴사까지 다양한 경험으로 긍정적으로 봐주는 회사라니.ㅎㅎ


결국 7번의 퇴사는 나를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못하는 것을 잘하려고 애쓰다가, 잘하는 것을 더 잘하기로 마음먹고, 사람으로 인해 상처받으며 깨달은 것은 단순했다. 나다운 속도로, 나다운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곳을 찾는 것. 그것이 가장 지속가능한 커리어의 답이었다.



다음 글에서는 홍보마케터들이 유독 자주 퇴사하는 이유에 대해 업계 안쪽 이야기를 풀어보겠다.


https://litt.ly/kari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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