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이래서 퇴사합니다. 저도 그랬..(읍)
지난 22일, 전국의 홍보, 마케터에게 충격적인 기사가 나왔다. 커리어 플랫폼 잡플래닛에서 배포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자사 플랫폼의 신입 연봉 142만 건을 분석한 결과 미디어, 홍보 직무 연봉이 가장 낮았고, 연구개발직 초봉이 가장 높았다. 미디어 홍보 직무는 2804만 원, 연구개발직무는 3,430으로 무려 약 600만 원의 차이를 보였다.
11년 전, 2014년에 약 70여 명의 외국계 홍보 대행사에서 커리어를 시작한 필자 역시 당시 최저임금에서 아주 조금 더 얹혀주는 연봉으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당시 전문직 수련과정에 있던 연인은 자신이 먹여 살릴 테니, 괜히 그 연봉받으면서 야근하며 스트레스받지 말고 집안 살림을 할 것을 종용했다.
그 당시에는 “나도 일을 통해 자아실현을 하고 싶은데?”, “네가 뭔데 나한테 전업주부를 선택하라고 강제하는 거야?”라고 생각했지만, 커리어 12년 차를 맞아 요즘은 가끔 ‘전업주부도 나쁘지 않은 선택일 것 같다’며 쓴웃음 지을 때가 있다. 물론, 필자의 성격상 집안 살림만 할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당시 남자친구와 가치관 문제로 헤어진 것은 후회하지 않는다.
2014년 첫 커리어 시작 이후, 총 7번의 회사를 거쳤다. 퇴사만 7번 했다는 뜻이다.
홍보(PR), 마케팅 직무는 턴오버(Turnover, 이직률)가 높은 편이긴 하지만, 유독 다양한 규모와 산업을 경험했다. 국내 top3 에이전시와 외국계 에이전시, 국내 top3 안과병원, 3개의 스타트업을 경험하면서 - 실제로 같은 직무인 홍보인, 마케터가 많이 퇴사하는 것을 목격했다. 오늘은 PR, 마케터만 아는. 결코 대놓고 말하지는 않지만 우리가 퇴사하는 이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지쳐서’ 퇴사한다.
지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먼저, PR Agency, 마케팅 에이전시 등 대행사에서는 알만한 대기업, 좋은 브랜드의 홍보, 마케팅을 대행하면서 커리어를 쌓을 수 있다. 하지만 공짜는 없는 법. 실력을 쌓고 성과를 내는 만큼 아주 심한 업무강도를 자랑한다. 뭐, 연봉이라도 많이 주면 좋으련만, 대행사는 업무 강도에 비해 인하우스(중견, 대기업) 보다 낮은 급여 수준으로 시작한다. (희망적인 소식은(?) 대행사에서는 대리로 진급하면 조금은 급여가 뛴다.)
요즘은 필자가 커리어를 시작할 때와 달리 그래도 워라밸을 챙기는 대행사가 많이 늘었다고 하지만, 고객 유치를 위한 제안서 작업이 들어가면 늘 야근을 했던 기억이 있다. 밤 10시 이후 택시비 지원이라는 특이한 복지가 왜 꼭 대행사에 있겠는가.
극심한 업무 강도, 보상도 지치게 하지만, 일이 재미있으면 그래도 할만하다. 대부분 홍보와 마케팅을 하는 사람들은 열정과 에너지가 넘치고, 또 커리어에 대해 진중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대행사에서 일을 할 때 ‘이 순간’만큼은 밝고 긍정적으로 임할 수 없다. 고객사(갑님)를 서포트할 때, 광고주(님), 고객사(님)께서 배려 없이 업무를 마구 넘길 때, 혹은 대행사를 하청업체 취급하면서 예의를 갖추지 않을 때는 심리적으로 힘들고 상대적 박탈감을 느낀다.
특히, 퇴근시간에 임박해서 ASAP으로 내일 아침까지 달라는 요청으로 인해 저녁 계획이 빠그라지면(!) 그야말로 화가 난다. 요즘은 이러한 ASAP 요청이 많이 없어지고 또 업계에서도 타임라인에 대한 예의를 지키며, 대행사에서도 고객사로부터 자사 직원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두고 있지만, 그래도 우리에게 Monthly fee를 지불하는 것은 갑님, 요즘 같은 힘든 시기에 신규 고객사 수주보다는 기존 고객사의 계약 연장을 기대하는 것이 좋기 때문에 다들 울며 웃으며(?) 야근에 임하는 문화는 여전하다.
이렇게 예측 불가능한 업무 패턴이 반복되다 보면, 이 또한 사람을 지치게 한다. 같이 일하는 동료와 서로를 위로하며 으쌰으쌰 하기도 하지만, 좋은 동료가 없다면 갑질에 상처받은 마음을 부여잡고 몇 달 몇 년을 끙끙 앓는다. 번아웃이 온 뒤에야 퇴사를 고한다. 물론, 회사에게는 고객사의 갑질과 기댈 때 없는 외로움 마음에 퇴사한다고 말하진 않는다. 그저 잠시 건강상 쉬고 싶다고 이야기할 뿐.
연봉은 최저, 업무 강도는 최고인 홍보대행사, 마케팅 대행사에서 버티는 이유는 단 하나다. 공채나 신입채용으로 들어가지 못했던. 가고 싶었던 인하우스 홍보팀에 경력직으로 지원하기 위해서다.
홍보, 마케팅 쪽은 대행사에 근무 후, 인하우스로 이동하는 것이 암암리에 커리어 패스의 정석으로 여겨진다. 물론, 좋은 사람들과 적당한 업무 강도에 돈도 많이 번다면 계속해서 대행사에 근무한다. 혹은, 좋은 사람들과 꽤 괜찮은 브랜드만 대행하면서 제안서를 쓰는 재미가 있으면 계속해서 대행사에서 다양한 브랜드 대행을 통해 공부하면서 커리어를 쌓아간다.
게다가 요즘엔 좋은 홍보대행사, 마케팅 대행사가 많다. 처우도 꽤 괜찮고 재택도 시행하며, 글로벌 지사에 근무할 수 있는 기회 등 성장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면서 퇴사를 막고 있다. 다만, 여전히 ‘인하우스 홍보팀, 인하우스 마케팅 팀 근무’를 위해 퇴사하는 것은 계속될 것이다. 개인의 성장과 안정을 위해, 오늘도 홍보인, 마케터들은 움직인다.
글쓴이 카리나는..
11년 이상의 글로벌 PR 및 콘텐츠 마케팅 경력을 바탕으로, IT, 헬스케어, 유통산업 분야에서 리드 전환 성과를 창출해 왔습니다. 그동안의 커리어는 전문성 강화와 도전의 연속이었어요. 이제는 그동안 쌓아온 콘텐츠 마케팅 노하우와 언론홍보 역량을 한 조직에 장기적으로 기여하여, 브랜드 론칭부터 지속까지 함께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open to 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