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 스타트업, 2개 PR Agency, 2개 인하우스 퇴사로 얻은 것
이번 퇴사 시리즈의 기획의도는 두가지였다.
첫째, 일곱 번 퇴사한 것을 성찰하기.
둘째, 마음 놓고 성장시킬 수 있는 좋은 회사 만나기.(성장을 추구하지 않겠다고 브런치북까지 썼는데..)
다행히도 지난 5월, 이제 막 시작하는 HR Tech 스타트업의 러브콜을 받아 현재 열심히 회사의 성장을 위해 홍보와 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3개의 스타트업, 2개의 국내외 유명 PR Agency, 그리고 2개의 안과병원 홍보팀을 거치면서 사실 다시는 스타트업에는 입사하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시리즈C, B, A 와 같은 순서로 스타트업에 입사했으니, 이제는 정말 극 초기 스타트업에서 최초로 투자유치를 받아보라는 신의 계시(?)에 응하기로 했다. 모든 것은 다 경험이니까.
입사 후 3개월. 12년간 일곱번 넘어져도 일어난 경험을 톺아보니, 생각보다 더 열심히 살았다는 생각이 든다. 7번의 퇴사를 경험하면서 나름대로 키워온 나만의 역량도 있다. 오늘은 퇴사를 자주한 사람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싶어, 자주 퇴사하는 사람이라면 갖추고 있는 3가지 강점을 이야기 해보려고 한다.
지난 7개의 회사를 다니며 발견한 나만의 숨겨진 강점. 눈치 챈 사람들도 있겠지만 매우 빠른 적응력이다.
온보딩은 보통 3개월~1년 정도 걸리는데, 주로 중소기업, 스타트업 혹은 300명 정도 되는 기업 규모의 안과병원을 다니면서 알게 된 것은 어디서든 3개월의 시간만 있으면 적응하고, 성과를 내기 위한 발판을 만든다는 점이다.
실제로 대부분의 회사에서 입사 첫 달에는 "적응 잘 하고 있다"는 피드백을, 두 번째 달에는 "벌써 이만큼?"이라는 놀라움을, 세 번째 달에는 "없으면 안 될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는 빠르게 성과 내는 것에 강점이 있다는 뜻이지만, 한편으로는 성과를 내기 위해 스스로를 불태워 일하기 때문에 그만큼 빠르게 번아웃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실제로 그간 다닌 3개의 스타트업에서는 1-2년 단위로 이직했는데, 빠르게 적응하고 빠르게 성과를 낸 다음 다 타버려 재가 되었기 때문에 휴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12년 경력, 7개의 회사를 다니다 보니 또 갖추게 된 것이 있다. 바로 조직 진단 능력이다.
인사팀도 아닌데 무슨 조직 진단을 하느냐고 물으신다면, 홍보 마케팅 업무를 하면서 회사의 강점, 약점, 기회, 위협 등(SWOT) 자사 분석, 경쟁사 분석, 시장분석을 하면서 한결 회사에 대해 객관적으로 진단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조사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부서와 협업을 하면서 해당 부서들의 분위기도 실감하게 되었다.
조직 내부적으로나 외부적으로나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직무 수행을 위해 경쟁사를 분석하고 자료를 만들면서 - 이럴 수가. 회사의 강점과 약점을 빠삭하게 알게 된다. 게다가 PR은 리더십 레벨을 홍보하는 일도 있어서, CEO를 포함한 다양한 임원들과 이야기할 기회도 많아서 더욱 회사의 실상에 대해 낱낱이 파악한다.
어느 회사에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사실 문제의 유무는 중요하지 않다. 다만, 해당 문제를 회사 내부적으로 혹은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또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마치 연인과 싸우는 건 그럭저럭 어쩔 수 없지만, 싸운 이후에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추후 관계의 발전과 미래가 결정되는 것처럼.
우연하게(?) 조직에 어떤 문제가 있는지 진단한 후, 이미 나보다 먼저 입사한 조직원들의 대처방식이나 비즈니스에 대한 태도를 보았을 때 사람을 숨막히게 하거나 오래 못 갈 것 같은 회사라면 미련 없이 그만뒀다. 흔히 말하는 '곤조'가 비합리적으로 발현되는 회사는 숨이 막혀 다닐 수 없을 지경이었다.
"또 이직하네"라는 시선도 있지만, 7개 회사를 거치면서 얻은 가장 큰 자산은 바로 다양한 인맥이다. 각기 다른 업계, 다른 규모, 다른 문화의 회사에서 만난 동료들은 지금도 소중한 네트워크가 되어주고 있다.
스타트업에서 만난 동료는 이제 다른 스타트업의 팀장이 되었고, PR Agency에서 만난 선배는 대기업 마케팅 본부장이 되었다. 안과병원에서 나에게 처음 병원홍보를 가르쳐준 김유미 팀장님은 책 2권의 작가이자 화가로 활약하며 소중한 인연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이들은 단순한 지인이 아니라, 서로 다른 필드에서 언제든지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든든한 파트너들이다.
아울러 PR 업무 특성상 다양한 업계의 기자들, 인플루언서들과도 관계를 맺게 되는데, 이런 외부 네트워크까지 합치면 내가 가진 인맥의 다양성과 깊이는 한 회사에서 10년을 다닌 사람과는 감히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하다. 인맥은 자랑해봤자 부질없는 것이라 사실 언급하지 않으려 했는데, 그래도 7곳에서 만난 소중한 인맥과 서로 도움을 주고 받는 것은 사실이다.
가끔 사람들은 묻는다. 7번의 퇴사가 모두 성장을 위한 퇴사, 나다운 삶을 위한 퇴사 등 전략적인 퇴사였냐고.
6번의 퇴사는 성장과 커리어를 위한 퇴사였지만, 작년 10월의 7번째 퇴사는 멘탈 건강을 위한 퇴사, 즉 나다운 삶이 무엇인지 찾기 위한 퇴사였다. 7번의 퇴사 모두 용기 있는 퇴사였고, 나만의 길을 찾기 위한 퇴사였다고 말하고 싶다. 그렇기에 다양한 7가지 경험으로 지금의 내 자신을 만들어왔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퇴사가 많은 사람에게는 늘 'Loyalty'의 문제가 따라붙는다. 문제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한 곳에 진득하게 붙어있지 못하고 계속해서 직장을 바꾸는 것 보면, 아영씨는 직장인이 안 맞는 사람일지도 몰라요" 혹은 "스트레스 관리 능력이 굉장히 취약하신 것 같네요"라고.
뭐,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고, 어쩌면 당신들이 하는 이야기가 모두 다 맞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7번의 퇴사한 필자를 ‘다채로운 필드에서 다양한 경험을 해왔고, 또 다양한 산업군에 인맥이 있는 역량있는 사람’으로 봐주기도 한다. 그런 회사를 만나면, 굳이 이직에 대한 공격적인 질문 없이도 자연스럽게 나의 강점을 스토리텔링 할 수 있다.
"왜 이렇게 자주 이직했나요?"라는 질문에 쫄지말자.
"7개 회사를 경험하면서 어떤 조직에서든 3개월 안에 적응하고 성과를 낼 수 있는 능력을 키웠습니다. 또한 다양한 조직문화를 경험하면서 조직의 문제점을 빠르게 진단하고 개선방안을 제시할 수 있는 통찰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제가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고 있어요”
라고 대답해보자.
지저분한 이력서? 맞다. 풍부한 경험이 담긴 이력서?
실력이 갖춰춰 있다는 전제하에(!) 맞다.
7번의 퇴사? 문제로 보면 문제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보면 차별화된 경쟁력일 수 있다. 혹시나 자주 이직해서 걱정하는 지원자들이라면, 걱정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감히 해주고 싶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력서가 얼마나 깔끔한지가 아니라, 그 사람이 조직에 얼마나 기여할 수 있는지다. 그리고 나는 7번의 퇴사를 통해 그 능력을 충분히 증명했다고 자신한다.
글쓴이 카리나는..
11년 이상의 글로벌 PR 및 콘텐츠 마케팅 경력을 바탕으로, IT, 헬스케어, 유통산업 분야에서 리드 전환 성과를 창출해 왔습니다. 그동안의 커리어는 전문성 강화와 도전의 연속이었으며, 이제는 그동안 쌓아온 콘텐츠 마케팅 노하우와 언론홍보 역량을 한 조직에 장기적으로 기여하여, 브랜드 론칭부터 지속까지 함께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open to wo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