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ng distance relationship 만큼 치명적인 회사 거리
오늘은 조금 가볍지만 누구나 납득하는 퇴사사유를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바로 '출퇴근 거리'입니다.
여러분은 출퇴근 시간이 얼마나 소요되시나요?
저는 지난 10년 동안 7번의 이직을 하면서, 출퇴근 시간은 제각각이었는데요. 가장 짧았던 출퇴근 시간은 편도 기준으로, 자차운전으로 15분, 마을버스+지하철 2 정거장 = 30분이었고요. 가장 긴 시간은 1시간 40분였습니다. 꽤 차이가 나죠.
일단, 이사 전, 저의 고향인 서울 서초동에서 신사역 쪽에 인턴십을 했던 당시엔 단 3 정거장으로 아주 쾌적했었습니다. 다만 대학 4학년 시절, 네덜란드 교환학생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와 보니 경기도 남부로 본가가 이사를 갔더라고요. (입국하자마자 가족 카톡방에 날아온 문자. 새로운 집의 주소를 문자로 받았습니다.ㅎㅎ)
서초동에 살 때는 평소 집순이기도 했고, 그다지 활동 반경이 넓지 않은지라 강북 쪽으로 넘어간 적이 손에 꼽았었는데요. (강북에 오히려 문화생활과 즐길거리가 많은데, 전시회나 예술작품 등에 관심이 있긴커녕 늘 그냥 드라마 프렌즈를 보며 집에서 나오질 않았었던 사람이었네요) 분당으로 이사 후, 오히려 생활반경이 넓어졌습니다. 첫 취직은 2호선 시청역에 있는 글로벌 PR Agency로 하게 된 덕분이었죠.
그리하여, 저는 경기도 남부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버스 중 하나, 8100번 버스를 타고 분당 <->시청을 출근하게 됩니다. 서울러가 분당에 적응하는 것만큼이나 빨간 버스 통근은 쉽지 않더군요. 아침의 그 눅눅한 버스의 기운과 꾸리꾸리한 냄새. 후각이 뛰어난 저는 코로나 이전에도 꽤나 그 냄새가 힘들어 마스크를 즐겨 쓰곤 했었습니다. 빠르면 편도 1시간, 막히면 2시간까지 걸리는 버스로 통근할 때면.. 수요일쯤 이미 지칩디다.
아무리 아늑한 버스(?)에서 잠을 자도. 분명 잠을 자고 일어났는데도 불구하고 목적지에 아직 도착하지 않은 버스를 타면서 정말 이건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운전기사님들, 정말 존경합니다.)
사실, 이제는 8100번 버스로 종로 <->분당 왔다 갔다 하는 건 그래도 할만하다고 생각할 만큼 맷집이 생겼어요. 다만, 크리스마스, 혹은 비/눈이 올 때 선택실수로 자신만만하게(?) 분당행 버스를 탔다가 2시간 40분 동안 8100 버스 안에 갇혀있던 기억은 참 끔찍했습니다. 2시간 30분이면 부산을 갈 수 있는 시간인데, 집에 도착하지 못했다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받더군요.)
직장이 집에서 너무 멀어서 매일매일 출퇴근에 편도 1~2시간 이상, 왕복 3~4시간 이상 소요되는 분들.
자신의 차를 운전하든, 지하철+버스 조합, 지하철+ktx조합, ktx+버스 조합.
뭐, 이를 차치하고라도 누가 봐도 정말 고생하면서 다닐 정도(용인에서 청량리까지 출퇴근을 하는 등)이며 회사와 집에 너무 멀다는 개인적인 이유는 면접관이 납득하는 퇴사사유입니다.
하루에 길에서 3~5시간씩 버리다 보면, 시간은 당연히 아깝지만 일에도 영향을 줄 공산이 크기 때문이죠. 좋은 컨디션으로 일해도 애매하게 흘러가는 날들이 많을 텐데, 출근하기도 전에 이미 나는 지쳤어요 땡벌~이고. 퇴근 러시아워에 막히는 heavy traffic에 한 번 더 지쳤어요 땡벌~이라면. 숨 막힐 정도로 꽉 찬 버스와 다른 사람의 정수리 냄새를 맡을 정도로 빡빡한 지하철에서 진이 빠져버리는데, 일에 영향을 안 줄 수 없겠죠. 하여, 누구나 납득하는 퇴사사유입니다.
혹자는 이렇게 말할지도 모릅니다.
"아니, 처음부터 거리가 먼 회사는 지원하지 말았어야죠.
그리고 먼 회사에 합격했다면
회사 주변에서 자취할 생각은 안 하시나요?
대비책은 생각해 놓고 지원한 거 아닙니까?
예..(..) 할 말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 대비책을 세우며 살진 않습니다. 위 질문처럼 생각하는 분들은 의외로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렇게 취업시장이 -30도에 칼바람까지 부는 상황이라면, 거리가 조금 멀어도 일단 직무와 산업핏이 맞으면 지원할 수밖에 없습니다. 뭐, 취업시장이 얼어붙지 않았더라도, 당장 생존의 욕구가 급급한 가운데에서는 어떻게든 좋은 회사라면 거리랑 상관없이 지원하고, 합격해서 일단 다녀보자는 생각을 하지 않겠어요?
그러다 문득 1년.. 2년.. 다닐수록 길에 버리는 시간이 아까워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아시다시피 돈은 또 벌 수 있지만, 시간은 한 번 지나가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유일한 가치죠. (그래서 저도 시간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요. 아아, 젊음이여!) 길에서 버리는 출퇴근 시간이 아까워 자취를 하는 것도, 요즘과 같은 부동산 시장에서는 쉽지 않습니다. 특히나 기숙사를 제공해 주거나, 아니면 주택보증금이나 전세자금을 기꺼이 지원해 주는 회사가 아니면 더더욱이나 개인의 부담감이 크죠. 출퇴근시간이 주는 피로함과 시간이 아까워 자취를 한다고 했을 때, 월세/반전세 등의 목돈과 함께 공과금, 생활비가 추가되는데. 이렇게 하다가 과연 돈은 얼마나 저축할 수 있을까요? 버는 족족 자취비용으로 빠져나가 연차는 차는데 모은 돈이 없다면, 그것 또한 일에 대한 동기부여가 저하되는 원인이 될 겁니다.
오늘은 조금 soft 한 퇴사사유, 하지만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퇴사사유.
직장과 집이 너무 멀어서 매일매일 출퇴근 하는데 상식적으로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리신다면, 당당하게 이야기해 주세요. 특히나 도시와 도시 (예. 경기도 용인에서 서울 노원구)를 오가는 헬(hell)이라면 자신의 집 근처 회사를 알아보실 때 당당하게 출퇴근시간으로 인한 커리어 개발 기회 박탈 및 건강 염려 등의 사유로 퇴사사유를 말하시면 백전백승일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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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저의 이직 현황을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살짝 말씀드리자면, 저는 아직 저와 조직문화가 잘 맞아서 장기근속할 수 있는. 산업의 전망도 밝고 또 직무적으로 제가 그동안 쌓아온 언론홍보과 소셜미디어에서의 콘텐츠 마케팅으로 브랜드의 성장을 도울 수 있는 회사를 찾고 있습니다. 면접에서 떨어지기도 하고 있고요. 혹은 합격하고 가지 않는 곳도 있습니다.
여담이지만, 지난 3주 동안 개인 사유로 상실감과 슬픔 탓에 좋은 회사들의 면접에서 역량을 보여주지 못할 만큼 일상생활에 지장을 겪었었습니다. 다행히도 이제는 조금씩 회복하며 훌훌 털어버리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간 7개의 회사에서 어떤 프로젝트에서 무엇을 했고 또 어떻게 문제 해결을 해왔는지에 대해서도 조금 더 촘촘하게 정리하려고 합니다. 개인적인 슬픔에 잠겨서 지금 저에게 가장 중요한 것, 구직활동이 멈춰서는 안 되니까요. 슬프고 상실감에 압도되었더라도 삶은 계속 살아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직업은 생존과 관련되니까요.
2월 초 시작한 이직 여정.
개인적인 이력서는 2차적으로 업데이트를 완료했고요. 이제는 포트폴리오 수정과 함께 general 한 지원서로 여러 SMB BIZ에 지원하는 등 양으로 승부하기보다는, 너무 힘을 들이지 않는 선에서 (그래놓고 또 엄청 에너지를 쏟아붓겠죠?)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정말 가고 싶은 회사들도 지원해 보는 전략을 7번 이직 과정 최초로 진행해보려고 합니다.
정치도, 경제도 녹록지 않은 상황입니다만. 저와 같이 연차가 10년 차 이상되는. 더더욱 문이 좁아 고생하시는 우리 연차분들, 더더욱 파이팅입니다. 늘 그렇듯 시간이 우릴 긍정적인 방향으로 도와주리라 믿습니다.
글쓴이 카리나는..
10년 이상의 글로벌 PR 및 콘텐츠 마케팅 경력을 바탕으로, IT, 헬스케어, 유통산업 분야에서 리드 전환 성과를 창출해 왔습니다. 그동안의 커리어는 전문성 강화와 도전의 연속이었으며, 이제는 그동안 쌓아온 콘텐츠 마케팅 노하우와 언론홍보 역량을 한 조직에 장기적으로 기여하여, 브랜드 론칭부터 지속까지 함께할 준비가 되어있습니다. open to work!